의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정부가 중점 육성해야 할 산업군에 속해 있다. 우리나라 의약시장 규모는 9조원 가량. 유사의약을 포함할 경우 10조에 달한다. 양적으로는 세계에서도 상위그룹에 속한다. 그러나 질적으로 문제가 많다. 신약개발이나 의약품 물류 분야에서는 두드러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의약품 물류는 개별물류에 거의 의존하고 있다. 규모도 영세한데다 노동집약적인 수작업 물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게다가 제약업체와 수요처간의 직거래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데다 물류시설의 대도시 편중으로 고비용 구조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의약품 시장의 환경변화에 대한 물류대응력도 떨어진다. 의약분업 이후 약국으로의 소량 다빈도 배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류로드가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없다. 반면 세계적 의약품 유통업체들이 국내 의약품 유통.물류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물류환경 변화와 제약산업의 물류전략 및 경쟁력 향상 방안' 세미나에서는 이 같은 국내 의약품 물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몇가지 방안이 제시됐다. 물류공동화와 3PL기업과의 제휴강화, 제약전문 3PL기업의 육성 등이 골자다.

직거래 유통 의존도 여전히 높아

[국내 의약품 물류진단] 현재 국내 의약품 유통은 제약회사와 수요기관(요양기관)간 직거래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한 (사)한국의약품도매협회의 류충열 전무이사와 유한양행의 지영호 물류기획담당 차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약품 유통경로는 2004년 현재 도매거래 58%, 직거래 42%의 구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993년 25% 대 75%이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구조다. 그러나 도매거래 비중이 95%를 점하는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경우 여전히 직거래 비중이 높다.

이 같은 직거래는 거래 빈도수, 다시 말해 배송 등 물류활동의 빈도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류효율과 물류비는 빈도수에 역비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물류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불합리한 구조다.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수는 1,000여개에 달한다. 총 의약품 시장 규모 63조7,000억원에 달하고 도매유통 비중이 95%인 일본은 152개사, 시장규모 263조원에 도매유통비중 80%인 미국은 65개사. 업체당 년간 매출로 보면 미국이 3조2,000억원, 일본이 4,000억원에 달하는 반면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 평균 매출은 52억원에 불과하다. 도매업체당 평균 매출이 52억원이라고는 하지만 국내 의약품 도매업계는 대형도매업체와 극소형 도매업체간의 양극화 현상이 극심한 영세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은 도매업소 초과밀 현상과 영세성은 치열한 가격경쟁과 유통질서 문란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도매업소의 영세성, 유통질서의 문란 상태에서 물류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류충렬 전무이사의 진단이다.

다품종 소량다빈도 물류수요 급증

[의약품 물류 환경변화] 무엇보다 의약분업으로 의약품의 물류경로가 크게 변화했다. 외래 환자용 물류가 병원에서 약국으로 이동한 것이다. 병원물류는 규모가 큰 반면 약국물류는 규모는 작고 빈도수는 많다. 다품종 소량다빈도 배송이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다. 물류능률이 떨어지는 데다 약국 한 곳에 대한 한 제약회사의 배송이 하루에도 서너번씩 일어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류충열 전무와 지영호 차장은 다품종 소량 다빈도 유통구조하에서의 합리적인 배송체계 구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의약분업은 약국의 재고보유 물품 수 증가를 가져왔고, 이는 제조사나 도매업체, 도입업체와 약국간에 이루어지는 물류의 합리화 뿐 아니라 약국내 물류의 합리화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다품종 소량 다빈도 유통 요구와 함께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의약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큰 변화중 하나. 지영호 차장은 "자가물류나 2자물류로는 이 같은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에 세계적인 의약품 전문 도매상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될 환경 변화. '쥴릭파마'가 이미 국내에 진출해서 시장 확대에 들어갔고 스위스 다국적 도매업체인 'DKSH'도 국내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방식으로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영호 차장에 따르면 세계적 제약사들은 진출을 원하는 국가에서의 물류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도매상에 유통과 물류를 위탁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제약사로부터 유통.물류를 위탁받은 도매업자들이 직접 물류를 수행할 수도 있지만 경쟁력 있는 물류서비스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 전략.

지영호 차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도매상에서 의약품 제3자 물류서비스업체로의 변신에 성공한 Mckesson사의 사례를 예를 들었다. Mckesson은 물류정보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되 파트너로 UPS Logistics Group를 선택했다.

정보화의 진전과 교통망의 지속적 확충은 의약품 물류의 개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요소다. 정보화를 통한 물류관리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다. 교통망의 확충은 도시중심 도매물류의 지방분산형 도매물류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물류센터 건설, 임대비 등 물류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게 해준다.

1단계 고동화, 2단계 M&A

[의약품 물류공동화 방안] 류충열 전무와 지영호 차장이 제안하고 있는 의약품 물류개선 방안은 굵게 물류공동화와 3PL기업과의 제휴강화, 제약전문 3PL기업의 육성 등으로 집약된다.

물류공동화와 관련 류충열 전무는 단계적 추진론을 폈다. 그는 1단계로 물류공동화를 추진, 물류경쟁력을 끌어올리고 2단계로 M&A를 유도함으로써 과밀 영세성에서 벗어난다는 개선모델을 제시했다. 물론 이는 M&A 유도를 위한 세제혜택이나 자금지원 등의 정책적 지원이 전제되어야 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류충열 전무는 공동물류의 기반 인프라가 될 물류조합의 설립과 공동물류센터 설립을 제안하고 있다. 다만 물류조합 설립근거를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약사법으로 이관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법중 협동조합 또는 사업협동조합 준용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재 타 의약품 도매업소의 물류시설 위수탁을 금지하고 있는 의약품도매업 시설기준령을 개정, 타 의약품 도매업소의 물류시설 위수탁을 허용해야 공동물류가 가능해진다는 것이 류충열 전무의 주장이다.

도매업소 M&A와 관련, 지영호 차장은 자유경쟁에 의한 통합과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만 의약품 물류가 합리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의약품 물류의 공동화는 물류부문 시설 및 장비에 대한 중복투자 방지와 창고 효율성 극대화에 따른 투자비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물동량 증가에 알맞은 시설 확보와 배송 집중화로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의약품 거래의 투명성이 확보된다는 점도 효과중 하나다.

류충열 전무가 서울지역의 연간 매출 규모 90억원에서 300억원의 7개 의약품 도매업소를 모델로 공동물류의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가 주목된다.
7개 의약품 도매업소의 총 매출은 1,326억원, 이중 물류비는 26억5,000만원이다. 물류관련 인력은 53명에 배송차량은 26대로 집계됐다.
이를 공동물류로 전환했을 경우 창고책임자 1명과 관리약사 1명이면 물류센터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약 14명의 인력이 절감된다. 또한 업소평균의 50%에 달하는 약 35평이 시설소요가 전실 및 갱의실 부문에서 줄어든다. 창고통합에 따른 효율은 7개업체 합계로 약 180평.
이를 수량화해보면 인건비가 약 4억8,000만원, 창고임차료가 약 4,000만원 등 모두 5억2,000만원이 절감된다. 이것만 해도 최소한 물류비가 20% 가량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분야별 전문물류기업 육성해야

[의약품 3PL의 강화] 의약품 물류는 전문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약품 물류 전문 3PL의 육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 시장은 자가물류과 2자물류, 3PL이 혼재되어 있어 물류경쟁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5~10개 업체를 선정, 의약품 전문 3PL사업자로 집중 육성하자는 것이 지영호 차장의 제안이다.

지영호 차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 도입과 관련, "제약물류의 경우 특수분야이기 때문에 종물업 진입이 어렵다"면서 "타 산업 제품과의 혼적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종물업 서비스를 받는 것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약업체나 의약품 도매업체로서도 종물업 위탁이 안될 경우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이 된다.

이와 관련, 지영호 차장은 물류산업 발전 촉진법(가칭)을 새로 제정, 분야별 전문물류기업 육성의 법적 근거 마련을 주문했다. 그는 제약전문 3PL 회사로 성장 가능한 기업을 5~10개 정도 선정해 집중육성하자는 것. 대형 의약품 도매업체를 3PL로 육성하던, 기존의 물류업체를 의약품 전문 물류기업으로 육성하던 한국의 Mckesson을 만들자는 얘기다.

의약품 물류 합리화 과제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진의 신환산 3PL 2팀장과 이관익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이 토론자로 나와 의약품 물류합리화의 걸림돌과 과제에 대해 토론했다. 이를 간략하게 정리한다.

한진 신환산 팀장은 의약품 물류의 아웃소싱에 난제가 많다며 5가지 선결과제를 제시했다.
*... 타 산업과는 달리 생명과 연관된 업종이다. 따라서 법적 규제가 있다. 약사법내의 KGSP에 담긴 내용의 90%가 물류다. 그러나 이를 물류를 아는 사람이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이를 합리화해야 한다.
KGSP 기준의 적용대상이 도매상으로, 도매상은 유통을 담당하고 있으며 물류를 담당하는 주체는 아니다. 고가의 제품이나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을 취급할 때 리스크를 누가 져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
(이에 대해 KGSP자체가 물류와 관련된 규정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다.)

*... 의약품 전담 배송차량 규정도 문제다. 내포장, 외포장이 잘 돼 있고 입출고 관리자가 선정되어 관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 배송차량에 대한 규제가 너무 까다롭다. 불합리한 규제라고 본다.
(이에 대해 의약품은 화학적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서로 썩일 경우 위험이 많기 때문에 포장이 잘되어 있다고 해서 아무 차량에나 적재해 배송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있었다.)

*... 도매업체가 대형화되어야 한다.

*... 제약업체나 의약품 도매기업들이 물류 아웃소싱을 경영전략으로 인식해야 한다. 의약물류를 어렵다고는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의약품 유통시장의 시스템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앞으로는 물류 아웃소싱을 전략적 경영수단으로 보아야 한다.

*... 유통의 투명성과 선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시스템화가 불가능하다.
이관익 책임연구원은 타산업의 경우 정부가 인프라를 구축해 주면 뒤이어 물류가 발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의약분야는 독특하게 의약정책이 '통제와 관리' 중심으로 경직되어 있어 산업계 전체가 노력하지 않으면 물류개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언급하면서 몇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 현재 보건복지부가 의약 뿐 아니라 식품, 의료기기 등을 관장하고 있는데 복지부에 유통전문가가 없다. 사무관 이상에 유통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 물류 표준화가 필요하다. 특히 코드의 표준화가 잘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물류개선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당장 코드 단일화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기존 코드들이 매핑코드로 연계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EAN 바코드가 장기적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의약 분업이 정착되어야 한다. 약사는 조제에 치중하고 밖에서 아르바이트생이 약을 지어준다. 약사가 복약지도를 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하며 이를 위한 물류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한다.

*... SCM 정착을 통해 제약업계와 의약업계가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환자단위의 배송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개별 환자 치료효과 정보까지도 피드백 돼 제품의 시장지배력을 제고시키고 있다. 의약품 물류에 있어서는 단순히 물류자체만을 논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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