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 한국의 경제구조는 1, 2, 3차 산업의 비중이 각각 10.2%, 32.9% 그리고 56.9%를 나타냈다. 농림수산업의 비중은 1989년부터 한자리수로 떨어져 1996년에는 6.3%로 줄어들었고, 3차 산업의 비중은 1990년에 60%를 넘어선 이래 1996년에는 67.6%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2차 산업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996년에 26.1%가 되었다.
단순하게 말한다면 한국의 경제구조는 이제 성숙한 선진국의 그것을 닮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각각의 경제활동의 경제성장 기여도를 보면 제조업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여전히 높은데 비해 부문에 따라 3차 산업의 일부는 고용규모에 비해 성장기여도에서는 뒤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인 스스로가 우리는 선진국이 되었다고 생각했던 순간부터 소위 3D업종을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 업종들은 제3국으로 이전되거나 수입 노동력의 일터로 전락했었다. 그리고 우리 한국인들은 무슨 일을 했는가, 소위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 섹터로 몰려들었었다.
우화(우화)를 하나 해보자.
어느 여름날 김서방과 이서방이 술동이를 하나씩 메고 장사를 나섰다. 한참을 걷다가 장터 어귀에서 쉬려고 앉았다. 김서방이 목이 말라 슬며시 술생각이 난다. 차마 내가 팔 술을 마실 수도 없고... 그래서 한푼을 주고 이서방의 술을 사 마신다. 이서방도 술생각이 나기는 마찬가지다. 마침 한푼을 벌었으니, 이서방은 그 돈으로 김서방의 술을 마시고, 다시 김서방은 그 돈으로 이서방의 술을 사고... 결국 두 술독은 바닥이 난다.
경제학자는 GDP를 계산하려고 할 것이다. 두 사람의 수중에 남은 것은 한푼밖에 없는데. 대량발생이 예상되는 실업인력을 서비스 섹터에서 흡수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 같다.
5년전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내걸었던 공약들 가운데 국민소득의 증가에 기여했다거나,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유흥업소가 GDP라는 수치로 국민을 혀혹했다면 비약이 지나칠까? 산업구조 조정의 호기를 맞았다. 하지만 김서방과 이서방의 술독이 늘어나서 만들어지는 GDP는 우리에게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최재섭 전 남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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