船社 "시장경제원리 反한다" '절대반대'

필요하다면 질서문란한 항로에만 적용
공표수단 못찾아 ''차후 협의''로 미뤄져

해운항만당국이 해운법 및 하위법령 개정을 통해 기존의 운임신고 규정을 ''운임공표'' 규정으로 바꾸려 하는 데 대해 해운선사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운임공표제 도입'' ''원칙 수용''까지의 접근은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구체적 시행방법, 즉 공표수단이 사실상 찾아지지 않고 있어 현실적으로 제도도입은 불가능해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해운법 및 관련 하위법령을 개정해 국적외항선사는 물론 외국적선사의 대리점사로 하여금 HS 품목별 톤당운임과 컨테이너화물의 톤수, 기본운임, 할증료 및 추가운임을 신고토록 할 방침이다. 또한 특별운임(S/C:서비스 컨트랙트, 우량화주 우대계약) 역시 공표제로 전환시킬 계획.
개정 해운법 제28조 제1항은 "외국인을 포함한 외항정기화물운송사업자는 국내항과 외국항간 운임을 이해 관계인에게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32조 제1항은 공표운임 위반행위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대해 해운선사들은 운임공표제가 사실상 시장경제원리에 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의 기능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의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적외항선사 단체인 한국선주협회의 한 관계자는 "운임을 공표하게 되면 부당운임 징수나 운임덤핑에 따른 시장질서 문란을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운임은 ''수요공급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서비스 제공자인 선사와 이용자인 화주들이 개별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운임공표제 도입은 현행 운임신고제가 갖는 한계 때문에 구상된 것이다. 미주항로의 경우 미연방해사위원회(FMC)에 운임변경 30일전에 신고를 하도록 돼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을 통해 신고토록 해왔다.
그러나 FMC의 경우 운임신고를 담당하는 조직이 일개 과에 불과해 선사들이 운임이 바뀔 때마다 신고한다 하더라도 이를 소화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적외항선사 관계자의 분석이다. 동맹이 일괄적으로 태리프를 신고하더라도 이 것이 실시장 운임이라고 믿는 해운인이나 화주들은 없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동맹이 없는 동남아 항로의 경우 운항 선사도 엄청난 수일 뿐 아니라 기항지도 많기 때문에 운임신고제를 제대로 운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운임신고제가 ''화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항로운임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운임공표제''다.
물론 선사들도 이러한 도입배경, 필요성, 효과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해는 한다. 그러나 각론, 즉 공표수단, 실행방법이 찾아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해운당국과 선.화주들이 모여 공표수단을 협의한 결과 크게 3가지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너무 작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차후 협의''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 하나가 ''어디다 공표할 것인가?''하는 점이다. 관련법은 ''운임공표를 하고자 할 때 운임발효 예정일 30일까지 운임률표를 컴퓨터 통신망 또는 해운.무역관련 신문잡지에 게재하거나 사업자의 주요영업소에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비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공표, 신문 게재, KL-Net(한국물류정보통신)(해양부 안)나 KSC Net(화주들의 주문)을 통한 공표 등의 방법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매번 운임이 바뀔 때마다, 항로별로, 화물품목별로 이를 바꾸어 공포하려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게다가 이 업무를 담당할 ''科'' 규모의 조직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가 문제로 남는다.
물론 선사들은 꼭 해야겠다면 고객지원부서 등에서 자체 홍보하거나 화주가 볼 수 있도록 고객지원 관련부서의 사무실내에 운임표를 비치토록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과연 화주와의 운임계약의 운임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과연 대형화주가 중소화주와 같은 운임을 주고 화물을 실으려 하겠느냐 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무엇을 공표할 것인가''하는 문제다. 공표내용과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또하나의 걸림돌. 구간별, 품목별 운임을 물론, 해상운임에다 THC(터미널 화물처리비), BAF(유류할증료), CAF(통화할증료) 등 모든 부대비도 신고토록 한다는 것이 해양부의 방침.
그러나 다각화돼 있는 항로, 서비스 루트, 서비스 방식의 차이(예를 들면 All Water이냐 아니면 MLB를 이용한 연계운송이냐 등), 기항지마다 서로 다른 항비 등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해양부의 주문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 수 없다는 것이 선사들의 생각이다.
선사들은 운임공표제 도입이 정부의 의지라면 실제 운임이 공표된 기본운임의 상한 20%, 하한 20%내에 있을 경우 벌과금을 부과하지 않는 등 시장경제체제에 부합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국적외항선사의 한 관계자는 "원칙만 고수한다면 톤당 100원하던 운임이 수요공급곡선의 변화로 톤당 101원이 되더라도 신고해야 하는 비합리적이고도 비용유발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그는 또 "만약 정부가 운임공표제를 반드시 도입하려 한다면 경쟁이 치열해 운임질서가 문란한 항로만을 적용대상하는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면서 품목별 운임공표 역시 유사품목을 묶어 단순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적 역학관계도 운임공표제 도입을 거부케 하는 요인중 하나. 미국이 해운법을 개정해 우대운송계약(S/C)의 비밀을 보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정부는 운임을 정확하게 신고토록 하는 등 미국 해운개혁법 발효에 거부권 행사를 하고 있는 미묘한 국제적 역학관계가 우리나라 운임공표제 도입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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