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석율 47% 한중항로, N.B. 도입으로 승부

바닥운임 4년전 수준 '끌어올리기' 작업
最善 ''선복줄이기'' 못하고 次善 택해
年 비용 30만달러, 만만치 않지만 ''기대''
중국측 불공정 관행 따른 漏水 막아야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이 배수진을 쳤다. 화주들, 다시말해 고객들의 반발과 자칫 잘못했다가는 운임경쟁력을 잃게 될지 모르는 ''운임 끌어올리기''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방법은 N.B.(Neutral Body)라 불리는 중립감시기구 가동을 통한 회복운임 징수 여부와 운임덤핑 여부 감시.
한중항로 취항선사 협의체인 黃海정기선사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중국 상해에서 선주회의를 개최하고 중립감시기구의 도입과 선복(선박 스페이스) 축소에 대해 검토, 우선 중립감시기구를 도입키로 합의한 데 이어 지난 3일 서울서 개최된 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그동안 미주항로 및 구주항로에서 해운동맹에 N.B 서비스를 제공해온 미국의 Robinson Stark사에 기능을 위임키로 하고 내달중 서비스계약체결과 함께 성실이행보증금 예치와 N.B. 운영경비를 납부키로 했다.
협의회측에 따르면 N.B. 운영비용은 년간 30만달러 가량이 될 것으로 보이며 중립감시회사의 조사활동을 방해하거나 거부할 경우, 허위정보 진술, 증거 훼손 및 파손, 합의된 운임의 인하 및 허위적용, 리베이트 제공 등 위반사실이 드러날 경우 최저 1만달러에서 최고 4만달러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상습적으로 위반하면 최고 8만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처럼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이 스스로 발목을 묶을 뿐 아니라 비용부담을 자초하게 될 중립감시기구 도입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게 된 것은 바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 항로 운임수준을 5년전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리지 않고는 안정적인 경영과 해운서비스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
현재 한중항로 운임수준은 지난 94년 한중 양국선사 취항이전 운임과 비교해보면 평균 절반수준으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취항선사의 증가, 선복의 폭증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속적으로 하락, 바닥세에 머물면서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협의회측과 회원사들은 N.B.가 도입되면 최초 20피트당 350달러~440달러, 40피트당 650달러~770달러 가량의 운임율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화주들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운임을 인상키로 했으나 비용부담을 불사하면서 N.B.를 도입키로 한 선사들의 의지(?)로 보아서는 급격한 운임인상(선사측 표현은 운임회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해운업계 내에는 "N.B. 도입을 통한 운임회복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중항로가 안고 있는 수급불균형 상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면 N.B. 도입을 통한 운임 인상.유지는 ''수요공급 곡선에 따른 시장경제 원리''에 배치되는 만큼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중항로 컨테이너 물동량은 수출(한국-중국) 33만7,519TEU, 수입(중국-한국) 39만2,711TEU(이상 피더화물 포함) 등 모두 73만230TEU. 중국 6개사, 한국 10개사, 카훼리 4개사, 제3국적선사 4개사 등 모두 24개사가 투입중인 풀컨테이너 27척과 카훼리선 7척이 년간 투입한 선복은 158만2,520TEU. 소석율(총 적재능력에서 실제 적재된 화물의 비율:730,230TEU/1,582,520TEU)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46.14%에 불과하다.
특히 수출항로(Westbound)의 경우 소석율이 42.66%로 수입항로(Eastbound)의 49.63%에 비해서도 7%포인트가 낮다. 여기에 선사들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최대 자산으로 거대비용을 들여 투입한 선박을 놀릴 수는 없고, 배에 화물이 절반도 차지 않았지만 운항을 멈출수도 없는 노릇. 게다가 집화경쟁까지 치열해 운임을 높일 수가 없는 악순환속에 빠져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4대항로인 한국-상해항로는 소석율이 40.8%로 최악이다. 청도항로 역시 46.3%에 불과하다 그나마 천진항로와 대련항로가 49%대로 평균을 넘어서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은 最善인 ''선복 감축''에는 손들지 않고 次善인 ''N.B. 도입''에 손들었을까? 이해가 될 것같으면서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번 내려간 운임을 끌어올리기가 어렵듯 한번 선복을 줄이거나 선박을 아예 퇴출(?)시킬 경우 기득권을 잃고, 재진입이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운임회복 의지표명과 관련 한중항로 취항선사들은 중국측의 불공정한 관행만 개선되더라도 어느정도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컨테이너 정기선에도 조출료(보통 항만작업을 신속하게 처리해줌으로써 선사에 혜택을 주었다면 부정기 벌크선으로부터 받는 부대)를 받고 있는가 하면 근해항로 취항선박(한중항로 취항선사 포함)과 원양항로 취항선박에 대해 THC(터미널 화물처리비)를 차별적용하고 있다. 지난 97년 한해동안 한중항로 취항 국적외항선사들이 지불한 조출료는 무려 17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6년치 N.B. 운영비용과 맞먹는 규모다.
이와관련 지난해 6월 16, 17일 양일간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중해운협의회에서 중국측은 "중국항에 몰려드는 근해항로 취항 소형선박들이 항만적체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THC 차등적용은 불가피하다"는 기존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정기선 조출료 폐지는 검토키로 약속했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감감 무소식이다.
N.B. 도입운영이 한중항로 경쟁력 제고와 항로질서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와함께 수요공급의 균형을 마추려는 노력과 함께 중국쪽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기침체에 따른 對중국 수입물량 격감으로 한중항로 로컬화물(양국간 수출입화물)이 대폭 줄어든 반면 피더화물(양국을 경유한 對제3국 교역화물) 물동량은 크게 늘었다.
최근 한중항로 취항선사 협의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98년 한해동안 한중항로에서 오간 컨테이너화물은 모두 73만230TEU로 전년도 73만3,858TEU에 비해 0.5%가 줄었다. 특히 로칼화물은 36만6,911TEU로 전년도 41만5,760TEU에 비해 무려 11.7%가 감소했다.
반면 피더화물은 중국을 경유한 우리나라의 제3국향화물이 대폭 늘어난데 힘입어 전년도 31만8,098TEU에 비해 14.2%나 증가한 36만3,314TEU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한중항로 피더물동량은 전체 한중항로 물동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한편 지난해 일본/중국간 정기항로의 수출입 컨물동량은 100만8,508TEU로 전년대비 6.0%가 늘었다. 일본발 중국향 물동량은 29만1,499TEU로 13.2%가 늘었으나 중국발 일본향 물동량은 71만7,009TEU로 3.2% 증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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