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 최소화하는 ‘비즈니스 연속성’이 중요

21세기 최악의 사건으로 기억되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에 입주해 있던 세계 각국의 유명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세계적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 역시 이 사건 때 본사가 소실되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모건 스탠리사는 다음날 정상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믿기 어려운 이 일 뒤에는 한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그 비밀은 바로 ‘연속성’이었다. 모건 스탠리는 9.11 이전부터 수년간 꾸준히 대피훈련을 해 왔으며 이외에도 완벽하게 이중화된 재해복구시스템과 대체사업장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이런 대응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연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기업·정부, 새로운 재난대응 관리 솔루션으로 ‘BCM’ 주목
재해재난 대비와 극복에서 중요한 것은 재해재난 이전의 정상적인 경제상황을 계속 유지하는 연속성에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국민은 삶의 연속성을, 국가는 체제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연속성에 대한 개념은 비즈니스 차원에서 먼저 연구, 도입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정부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간 기업은 자연 재난이나 기타 예기치 못한 사고에도 자사의 생산·영업 활동이 중단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대응 전략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보여 왔다. 최근에는 여러 가지 재해재난이 복합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발생하면서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 BCM)라는 개념이 기업의 핵심 경영 전략 중 하나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는 “어떤 발생 가능한 위험요소로부터 기업 또는 조직의 핵심 업무 기능이 단절 또는 중단되지 않고 사전에 수행 또는 계획된 수준으로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절차 또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태풍, 홍수, 폭풍, 해일, 가뭄, 지진 등의 자연 재해를 비롯하여 화재, 붕괴, 환경오염 등의 인적 재난으로부터 사전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을 단계별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절차를 말한다.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는 재해발생 시 단순히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아니라 서비스의 단절을 방지하고 연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피해 최소화에 중점을 둔 기존의 재난 대응 체계와 차이를 보인다.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의 핵심 목표·효과는 각종 재난으로부터 직접적인 피해를 최소화하는 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기업의 활동이 중단되어 발생하는 2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삼성 SDI의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사례
민간기업의 대표적인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사례로 꼽히는 게 삼성 SDI다. 삼성 SDI는 다른 경쟁사들이 각종 자연재난 및 인적재난 사태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하에서도 자사의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방안으로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전략을 수립했다.

핵심 내용은 ▲위험관리전략(RM, Risk management), ▲사업재개전략(BR, Business Resumption),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SC, Stakeholder Communication)이라는 세 개의 전략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험관리전략은 재난을 대비한 사전예방조치를 강구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즉, 위험발생 이전에 이를 해결 또는 축소할 수 있는 예방조치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사업재개전략은 이러한 예방조치에도 불구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최단 시간 내에 서비스를 재개할 수 있는 대응조치를 의미한다. 기존의 정상적인 업무를 한시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체수단을 미리 확보해 놓는 것이 핵심이다.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재난발생 시 자사 고객 및 이해관계자와의 신속한 의사소통을 통해 재난에도 불구하고 자사의 비즈니스가 중단 없이 수행될 수 있다는 것을 적극 전달하여 신뢰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러한 세 가지 전략수립을 기반으로 삼성 SDI는 다양한 훈련을 통해 확고한 BCM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자료: 삼성SDI의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유종기·이호준), DBR매거진, 2011. No. 89)

모건 스탠리의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 사례
미국의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모건 스탠리는 세계무역센터(WTC)에 본사를 두고 있었고,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로 본사가 일시적으로 폐쇄되는 엄청난 재난을 당했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는 본사 붕괴 직후 24시간 만에 전 세계 업무를 모두 정상화시키는 놀라운 비즈니스 연속성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평소 업무연속성 경영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구비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훈련과정을 통해 비상상황에서도 위기 대응 프로그램이 효과적으로 가동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본사 업무 재가동에 힘입어 뉴욕 증권거래소도 6일 만에 정상 업무가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모건 스탠리의 위기 대응 시스템은 협력 기관의 위기에도 상당한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모건 스탠리의 위기관리시스템은 ▲긴급 시 대책, ▲비즈니스 상시 운영체계, ▲위기 커뮤니케이션, ▲재무손실 분산관리, ▲조기경보 시스템 등 다섯 가지로 이뤄져 있다. ‘긴급 시 대책’ 규정에는 비상 대피와 비상 연락체계, 그리고 연락 두절 시 집합 시간과 장소 등에 대한 세부사항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따라 회사에서는 단 1일 만에 직원의 대부분이 사고 직후 생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지휘본부와 주요 지원부서를 뉴욕 맨해튼 인근으로 옮겨 체계적으로 사후 대응을 하였다. 가장 주요 사항은 바로 비상 상황 발생 시 모의훈련(Emergency Exercise)이다. 모건 스탠리는 평소 수많은 모의훈련을 통해 시스템을 평가하고 효율적으로 개선한 결과, 인명 손실에 의한 업무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모건 스탠리는 ‘비즈니스 상시 운영체계’에 따라 테러 이전에 자사 업무에 필요한 모든 정보자료에 대해 백업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기능들도 분산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체제를 구축해 놓았다. 메인 시스템과 동일한 ‘Hot side’라는 이름의 백업 시스템을 사전에 갖추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모든 업무를 백업해 별도로 보관하고 있었다. 또한, 전산센터와 백업 시스템을 다른 지역에서 따로 운영하여 위기 상황 시 업무 정상화에 큰 지장이 없도록 주요 기능을 분산시켜 놓았다.

이 같은 백업 시스템과 분산시스템 체제는 평소에는 운영비용 과다 항목으로 지적되는 것이었으나, 9.11 테러로 모건 스탠리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는 항만 물류기능의 연속성 관리가 중요
우리나라 경제는 해운물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각종 재해·재난으로부터 해운항만물류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세계의 여러 항만은 자연재난에 대비하는 물리적 시설 구축과 더불어 재난 발생 시 항만서비스의 연속적인 기능 유지를 위하여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라는 관점에서 재난 관련 국제표준 인증을 받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항만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를 PBCM(Port 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이라 부른다. PBCM 도입 모델은 향후 생활물류, 산업물류 차원의 연속성 관리 체계와 조직 정비 시 벤치마킹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의 대지진 사례에서 보듯 지진으로 인한 재난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만약 지진으로 항만물류 기능이 마비되면 수출입이 국가경제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항만의 물류기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지진에 대비해 항만별 BCP(Business Continuity Plan: 비지니스 연속성 관리)를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다. 항만 BCP는 자연재해 등이 발생한 직후에 실시하는 구체적인 대응 계획과 평상시에 실시하는 관리 계획으로 나뉜다. 2016년 기준으로 일본의 모든 항만(125개 항만)에서 항만 BCP 책정이 완료되었다.

반면, 우리나라 기본적인 항만 재난 대응방안 이외에는 수립되지 않고 있으며, 올해말 발표 예정인 제4차 항만기본계획에 주요 항만의 BCP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지난 7월 16일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한 ‘해양수산 분야 코로나19 이후 대응전략’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재난 대비 업무지속 시스템 구축’이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주요 내용은 감염병 등 재난 상황에서 항만·수산시설, 선박 등이 차질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위기대응 매뉴얼, 방역지침 등의 업무지속계획(BCP : Business Continuity Plan)을 수립하고 운영도 내실화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는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에 국한된 전략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에서도 기존 업무의 연속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관리전략으로 강조되고 있다. 비즈니스 연속성 관리는 해당 기업 혹은 조직만의 단독적인 관리 문제가 아니라 그 기업/조직과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외부 이해 당사자도 모두 하나의 관리체계상에서 연속성이 관리되어야 한다는 특성이 있다. 재해재난에 대비하는 정부의 재난대응 체계 개편 및 조직 정비가 진행된다면 이런 연속성 관리라는 맥락에서 이해되고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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