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본 택시배송 자리잡아…국내에서는 관련업계 반발 거세

잠잠해지나 싶었던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본격적인 국내 확산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지난 2월 이후 근 반년간 멀어졌던 사람들 간의 거리가 잠시 가까워지나 싶었던 것도 잠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전격 시행되면서 그 거리는 다시 이전처럼 멀어지고 말았다. 

특히, 카페나 음식점 안에서의 식사가 이전처럼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실내에서의 접촉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코로나가 빠른 확산세를 보였던 연초와 같이 각각 집안에서 필요한 상품이나 음식을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음식이나 식료품, 나아가 일반 상품에 대한 배송주문건수는 최근 코로나 재확산 이전과 비교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의미의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갑작스런 배송주문 건수의 증가가 오히려 배송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주문 건수 폭증에 배송서비스 질 하락 우려
코로나19의 확산은 국내 배송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배송건수를 대체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요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결제액이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국내 주요 배달앱에서 결제된 액수를 월별로 조사한 결과, 올해 주요 배달 앱의 월 결제액은 약 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결제액을 살펴보면 그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주요 배달앱을 통해 결제된 총금액은 약 7조 1,000억 원. 그러나 올해는 7월까지만 해도 이미 약 6조 4,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총 결제액을 뛰어넘는 것은 기정사실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결제액수가 대폭 증가한 것이다.

구체적인 배달 주문량을 살펴봐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주요 배달대행업체 중 하나인 바로고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일요일이었던 8월 30일 하루 동안 바로고 플랫폼으로 접수된 총 배달 주문건수는 약 57만 5,000여 건으로 그 전달 마지막 일요일이었던 7월 26일의 주문 건수인 45만 7,000여 건에 비해 약 12만 건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에 비해 배달에 참여한 라이더의 숫자는 12,700명에서 13,700명으로 약 8% 정도 증가한 것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근본적인 배달서비스의 질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물론 개개인 라이더가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한다고는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과 함께 더욱 폭증한 배달 주문 건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라이더의 숫자는 결국 이전과 같은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택시의 배송 모빌리티 역할 주목할 필요 
그렇다면, 원활한 배송서비스를 위해 다른 국가들이 찾은 답은 무엇일까? 답은 다름 아닌 ‘택시’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내수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많은 국가의 택시업계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택시를 배송서비스에 활용하면서 배송 모빌리티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월부터 한시적으로 택시의 음식배달업을 허용했는데, 불과 2개월이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음식배달에 참여하는 택시업체가 전국적으로 약 1,50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대수로 따져도 약 43,000대로 이는 일본 전국에서 운행되는 택시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본 택시업계의 반응 역시 좋다. 특히,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져있던 택시업계들은 인근 음식점들과의 배달 계약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 창구가 열렸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유럽의 독일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택시 승객이 이전과 비교해 약 80% 가까이 감소한 독일 택시업계는 식료품 배송서비스라는 새로운 출구를 통해 숨 쉴 구멍을 찾은 모양새다.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독일의 택시 식료품 배송서비스는 특히 외출이 더욱 힘든 노년층 고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식료품 배송서비스의 성공적인 정착을 시작으로 독일에서는 택시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배송서비스가 잇따라 탄생하고 있다. 독일의 뮌헨과 함부르크 등 대도시들을 중심으로 택시기사들의 픽업배송 및 구매대행 서비스도 제공되기 시작한 것. 실제 서비스를 활용하는 소비자들이 반응도 좋다. 택시를 통한 구매대행 서비스를 사용한 독일의 한 소비자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추가 수수료도 없고 정해진 배송료와 물품 비용만 부담하면 돼 경제성도 좋고 비대면 형식이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택시 활용한 배송서비스, 국내에서는?
이와 같이 일본과 독일 등에서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는 택시 배송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을까? 국내에서도 빈 택시를 활용해 작은 물건을 운송하는 서비스를 아이템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낸 곳이 있다. 딜리버리T는 지난해 국내에 최초로 택시 기반 배송서비스를 뿌리내리기 위해 출발선에 섰고 연이은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성공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특히, 딜리버리T가 지난해 택시기사 130명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에 나선 결과, 무려 96%가 배송서비스 플랫폼이 개시된다면 이용할 생각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당시 택시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도 딜리버리T의 본격적인 문은 열리지 못한 상황이다. 문제는 관련업계의 반발이다. 지난해 4월, 과기부 규제샌드박스를 접수한 뒤 이어 6월, 국토부와 관련업계 당사자들과 직접 모여 사전검토회의까지 진행했으나 이후 화물업계와 퀵 업계의 반발로 아직까지도 뚜렷한 결과물을 받아들지 못한 채 멍하니 기다리고만 있는 상황이다. 현재 딜리버리T는 택시 배송서비스가 도심 내 긴급 배송 시에만 제공되기 때문에 화물이나 퀵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의견이다.

남승미 딜리버리T 대표는 “아직 본격적인 서비스를 개시하지 못했음에도 현재 약 2,000명 가까운 택시기사분들이 딜리버리T에 등록을 완료할 정도로 업계에서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말과 함께 “요즘과 같이 배송물량이 급증하고 있는 시기에 빈 택시를 활용한 배송서비스가 도입된다면 물류의 흐름이 더욱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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