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항공, 해운 ‘깜짝실적’…하반기 대내외 변수 많아

전 세계가 멈췄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람들의 이동이 멈췄다. ‘이동’ 제한은 소비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화물량이 줄거나 멈추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많은 실직자가 양산되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등 세계 경기는 빠르게 악화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촉발된 경제위기는 이제까지 있었던 경제위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특정 국가나 지역, 산업에 국한되었던 위기가 아니라 전 세계적이며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물류업계와 여행업에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고 현재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기존 산업이 재조명되거나 신산업이 새롭게 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물류산업 또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비대면(언택트)’ 사업의 부상으로 인해 이미지 변신과 함께 실적에서도 선방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대면 타고 택배 실적은 ‘훨훨’
‘비대면(언택트)’ 산업이 부상하면서 택배 물량은 급격히 늘었으며 가장 주목받는 산업이자 우리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택배사들의 상반기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2020년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 증가한 2조 6499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8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8% 증가했다. 상반기 누계실적으로는 매출액은 4% 증가한 5조 1654억원, 영업이익은 1420억으로 21.3% 증가했다.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택배 분야의 성장이 더욱 눈에 띈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인해 완성차, 철강 등의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계약물류(CL) 사업은 부진했다. 또한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한 락다운, 국경폐쇄로 인해 글로벌 사업도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택배산업의 경우 상반기 동안 매출액 1조 5077억원, 영업이익은 83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3%, 258.2% 증가해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택배 ‘빅3’의 한 축인 한진택배도 2분기 경영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연결 기준 누계 영업이익이 5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8% 상승했다. 매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 증가한 1조 636억원을 달성했다.

한진 관계자는 “비대면 소비가 급증함에 따라 택배물량이 증가했다”며 택배 수요 증가에 안정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23년까지 택배 시장 점유율 20%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화물 타고 ‘선방’
전 세계 사람들의 발이 묶이면서 여행업과 함께 항공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많은 항공사들이 큰 폭의 적자로 정부지원을 받거나 파산에 이르는 등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위기는 항공사들의 실적에 반영됐지만 양대 항공사는 예외였다.

대한항공의 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여객 수요 감소로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 감소한 1조 690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항공물류 부문에서 1485억원의 ‘깜짝’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당기 순손익 역시 1624억원으로 흑자로 전환,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151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2분기 매출액은 81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4.7% 감소했으나 당기순이익은 1162억원 흑자로 전환됐다. 이번 흑자는 6분기 만으로 지난 2018년 4분기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항공사의 ‘깜짝 실적’에는 화물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대한항공의 수송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3% 증가했으며 항공물류부문 매출액도 1조 225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960억원에서 94.6%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화물 부문 매출이 63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5% 증가하는 등 양대 항공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해운재건 5개년 성과 나타나나…‘흑자 전환한 HMM’
한진해운 파산 이후 부정적인 전망이 난무했던 해운업에서 오랜만에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
HMM(이전 현대상선)은 대내외적 어려운 상황 속에서 21개월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2조 688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영업이익은 13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52억원 개선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컨테이너 적취량 및 매출은 감소했지만 4월부터 시작된 ‘디 얼라이언스’ 신규 해운동맹 가입, 세계 최대 2만 4,000TEU급 컨테이너선 투입 등으로 인해 21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벌크 부문 또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항로 합리화,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 구조 개선, 운임상승 효과로 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다른 해운사인 팬오션도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팬오션은 연결 재무제표기준 2분기 매출은 6834억원, 영업이익은 643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1%, 27.3% 증가했다. 반기 누적 매출은 1조 2,422억원, 영업이익은 1,02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6.4%, 영업이익은 7.0% 증가했다.

코로나바이러스 2차 확산 등 변수 많은 하반기
물류업계는 택배, 항공, 해운을 중심으로 한 깜짝실적에 놀라는 한편 다행이라는 눈치다. 하지만 하반기에도 코로나바이러스, 미·중 무역갈등, 세계 경기침체 등 외부적인 요인은 물론이며 국내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 경기침체 등 물류산업의 위기 요인이 많다는게 대다수의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해운·조선업 2020년 2분기 동향 및 하반기 전망'을 통해 하반기 탱커시황은 전반적으로 어려운 흐름이 예상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낮은 운임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현재의 높은 운임은 3~4월 중 가파르게 상승한 운임과 용선료의 여파로 만일 하반기 중 주요국의 석유 수입 및 재고 감소, 정유업자들의 용선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석유제품의 헐값 처분 후 대규모 반선 등이 이뤄졌다며 운임, 용선료의 폭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항공운항의 재개 등 교통수요의 회복 정도, 세계 경제활동의 회복정도, 석유가격 변동 등 불확실 요인이 많다고 분석했다.

컨테이너 시황의 경우 하반기 중 획기적인 컨테이너선 시황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중국 공장의 생산활동이 급격히 회복되고 있고 미국 수입량고 증가하고 있지만 전 세계 소비가 올해 안에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으로 정상화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 컨테이너 해운 수요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경제활동 정상화 노력이 지속되고 선사들의 공급관리도 지속된다면 지난해 수준 이상의 운임수준 유지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LNG선의 경우 하반기 운임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LNG 수요증가를 주도하는 중국의 생산활동이 회복 중에 있어 LNG 수요는 하반기에 다소 회복될 것이지만 유럽 등 전 세계적인 수요가 완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상반기에 비해 해운수요가 다소 개선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운임 하락폭은 상반기 대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운임 수준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업의 경우 양대 항공사가 화물에 흑자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상반기 항공화물의 실적이 좋았던 가장 큰 이유는 물량이 아닌 항공화물 운송 단가가 상승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한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 감소에 따라 스페이스를 구하지 못해 항공화물 운임이 4배가량 오르는 등 상반기 항공운임이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양사 모두 직원들의 휴직으로 인한 인건비 등 고정비 감소,유류비, 리스비 등 환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요소들이 양사 모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예로 이번 실적발표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인건비와 유류비를 포함한 영업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6% 감소했으며 외주 정비 예정이었던 항공기 4대를 자체 정비로 전환하며 비용을 절감한 것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한 하반기에는 글로벌 항공사들도 화물 사업 강화에 나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을 시작으로 다수의 항공사들이 여객좌석을 거둬내고 화물기로 개조하는 등 위기탈출에 나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락다운이 많이 완화됐지만 여객부분이 이전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화물을 통해 항공사들이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항공화물은 한정되어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며 운임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필수 서비스로 자리 잡은 택배는 하반기에도 순항할 전망이 우세하다. 택배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보이는 온라인 쇼핑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고 잠잠하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광복절 이후 다시 확산하면서 비대면(언택트) 소비가 다시 한번 ‘주목’받을 것으로 예측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택배시장은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택배물동량은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택배업체들의 처리능력이 이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 위원은 “2018년 메가허브터미널을 가동한 CJ 대한통운도 물동량 증가로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추가 증설 작업(M.P.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 가면서 택배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사들의 승승장구가 계속되자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 등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8월 14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 지정돼 전국 택배기사들이 동시 휴가에 들어갔다.

또한 지난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하 생물법)이 21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국회 문턱을 넘기 위해 발의될 전망이다. 다시 발의될 생물법에는 택배 종사자들의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휴식시간 및 휴식공간 등 안전시설 확충과 안전대책 등을 담고 있어 택배사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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