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구조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①
물류센터 구조물을 검토한 결과 놀랐던 점은, 거의 대부분의 물류센터가 11m x 11m(기둥 간격)의 정형화된 평면 모듈로 동일하게 설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비슷한 용도를 가진 건축물이라 할지라도 특성에 따라 조금이나마 차이가 있게 마련인데, 물류센터는 거의 예외가 없이 11m x 11m 모듈로 고정된 상태에서 평면계획이 이루어지는 것은 의아하게 느껴졌으며,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인지, 개선의 여지는 없는 것인지를 조사 및 분석해보았다.
최근 11m x 11m 모듈의 틀을 벗어난 물류센터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물류센터는 11m x 11m 모듈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다. 기본 모듈을 벗어난 물류센터는 인천 영종도에 11.25m x 11.25m 모듈, 진천에 11.5m x 11.5m 모듈, 평택에 11.4m x 11.4m 모듈의 센터가 완공되거나 시공 중인 정도이고 가장 큰 모듈은 용인에 17m x 11m 모듈이 적용된 사례가 있다.
이러한 ‘비정형적’인 모듈이 최근 들어 출현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 결과 크게 2가지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지게차 통로 공간 여유 확보’에 목적이 있다. 가장 표준적인 1.1m x 1.1m 팔레트와 2.5m 폭의 팔레트 랙을 배치한다는 가정하에, 기존 11m x 11m 모듈에서 랙 배치 길이 반대방향 모듈을 11.4m로 0.4m 늘릴 경우 지게차 통로가 기존 3.0m에서 3.2m로 약 0.2m (20cm) 늘어나게 된다. 이 경우, 입식 Reach Type 전동지게차를 통로에서 운용할 때 발생 가능한 충돌로 인한 화물파손사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물류처리 속도면에서 상승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팔레트 랙 설치면적 효율성 제고’이다. 일반적으로 물류센터의 기둥 단면이 차지하는 면적은 평면상에서 1m x 1m이다. 기존 11m 경간에서 팔레트 랙 모듈이 1m단위로 딱 떨어진다면 이 기둥이 차지하는 면적이 팔레트 랙 하나만 잡아먹는 것에서 그칠텐데, 불행히도 랙 모듈은 2.5m 및 1.25m단위로 떨어지기 때문에 기둥으로 인한 ‘데드스페이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 모듈에서는 이러한 데드스페이스가 차지하는 면적이 적어 무시할만한 면적이지만, 여러 개의 모듈로 확장할 경우 그 면적은 무시할 수 없는 면적이 된다. 일반적으로 연면적의 산출에는 기둥 단면은 산입하지 않기 때문에, 데드스페이스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결국 동일한 연면적의 물류센터를 짓더라도 랙 활용 효율이 떨어지고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말이 된다. 팔레트 랙의 사이즈를 고려하여 데드스페이스를 최소화하는 랙 배치방향 경간의 길이를 산정해 보면, 10.6미터부터 시작하여 11.85m, 13.25m, 14.5m로 계획할 수 있다. 각 경간에 따른 ‘단위면적당 팔레트 수(개)’는 아래 표와 같다.
필자의 회사에서 설계 및 시공에 참여한 신논현역 ‘Urban Hive’프로젝트(사진 참조) 및 그 바로 앞의 ‘808빌딩’ 프로젝트의 경우, 대한민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곳에 지어진 건물인바 초기 공사비는 약간 상승하더라도 기둥을 없애서 17m, 21m의 長경간을 무주공간(無柱空間)으로 구현한 바 있다.
기둥으로 인한 연면적의 손실은 단순히 기둥이 차지하는 단면적만이 아니라 기둥 주변을 사용하지 못하는 데드스페이스에서도 발생하기 때문에, 1회성 공사비가 약간 상승하더라도 장기적인 임대료 수익 증대를 위한 차별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철골과 철근콘크리트의 장점을 채용한 합성구조시스템을 이용하면 長경간을 구현하면서도 공사비 상승폭을 최소로 제어할 수 있다.
대규모 물류센터가 집중적으로 공급되고 있는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물류센터의 상품성을 개선하고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천편일률적인 모듈을 벗어나 물류 서비스를 차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모듈이 다양하게 등장할 필요성이 있다. 다음 편에는 물류센터의 기본 모듈만이 아니라 주차장, 차량동선 모듈, 램프에 있어서 차별화 가능한 아이템을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