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겐 새 기회…디지털 소외, 일자리 문제 남아

2000년대 초 생활물류시장에서 택배서비스의 급성장 원인은 당시 유일무이했던 대면 배송방식 덕분이다. 얼굴을 대면해 확인하는 서비스의 안심은 특별했고, 폭발적인 수요를 가져왔다.  이렇게 당연하고, 특별했던 대면 서비스가 언제부턴가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조만간 이 같은 방식은 산업과 서비스 현장에 주류 방식으로 자리할 전망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랄까.

반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많은 기업이 기존 서비스방식을 비대면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이에 따른 산업시장의 명암도 크게 교차되고 있다. 당연하게 인식됐던 대면 방식의 서비스와 소피 패턴이 비대면 서비스 형태로 확산되면서 우리 산업시장의 희비를 어떻게 가를지 점검해 봤다.

비대면 확산 감정노동 줄고, 택배증가로 골판지 수요 급증
택배서비스 초기 대면 서비스에서의 에피소드 다. # A 택배사 배송직원은 택배서비스의 특장점인 대면 서비스 덕에 한 때 일선 배송직원들에게 서비스 후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받기도 하고, 자신 먼저 배송해 달라는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이런 요구들은 고객 갑질이었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식의 불가피한 서비스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은 컨택트 서비스의 장점이자, 폐해이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사라졌지만, 이 같은 대면 서비스 상황이 현장에서의 노동력 부족과 굳이 대면을 하지 않아도 분실의 우려 감소 등 사회적 성숙도를 높이면서 지금의 비대면 국면을 확대해 감정노동의 폐해를 줄일 전망이다.

반면 한편에선 여전히 비대면 서비스에 대해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이렇게 기업들은 비대면 서비스 확산에 따라 상품기획, 제조, 판매, 결제, 물류배송 등의 모든 과정을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물류현장에서의 근로자들 경우 노동환경 개선과 대면 서비스에서 불가피한 감정스트레스 등은 앞서 예에서처럼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고 배송의 효율도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유통업체들의 경우도 온라인 판매 확산에 따라 더 이상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따른 별도 투자가 필요 없어졌다.

여기다 고용 인력도 더 이상 증원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유통업체들은 비대면 소비를 통해 축적되는 손쉽고 정확한 데이터를 통해 향후 소비 패턴을 전망하고 이에 따른 전략 수정과 향후 상품 개발 등에서 다양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물류현장도 희비가 갈린다. 당장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확산으로 증가한 택배 및 배송 물량은 상품 적재용 골판지 제조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희비를 갈랐다. 업계 1위며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태림포장을 올해 초 인수한 세아상역은 부채비율 증가로 승자의 저주를 우려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택배박스 수요 증가로 세아상역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올해 말 큰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신선 식자재 유통 물류시장도 속속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 전까지 문전 배송하는 새벽배송은 기존의 대면 배송형태를 급속히 비대면 방식으로 급변시키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 새벽시간 배송을 대면 형태로 제공했을 경우 고객 불편을 우려해 비대면으로 변환했던 것인데, 예상외로 고객 호평을 받은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상품 분실의 우려는 사라졌고, 고객의 편리성을 높이면서 배송직원들의 노동부담도 더는 1석 3조의 서비스 형태는 물류현장에서의 비대면 서비스로 확산되게 했다. 이 덕분에 유통업계는 고객 접점에서 보다 효율적인 배송이 가능한 물류창고 투자를 적극 고려하고 있으며, 물류서비스의 중요성을 더욱 각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소외·일자리 문제, 지속적 논쟁 불가피
#시골에서 거주하는 A씨는 서울에서 혼자 직장생활 하는 아들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버스를 이용해 서울에 올라왔다. 아들의 퇴근시간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던 A 씨는 터미널에서 식사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갔는데 시골과 달리 식당에 들어서도 인사 한마디 없고 종업원도 주문을 받지 않는다. 주위를 서성이다 옆쪽에 앉은 학생들이 기계(키오스크) 앞에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오는 모습을 확인한 A 씨는 기계에서 주문하려고 하지만 너무 어렵기만 했다.

위 사례와 같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디지털 소외’ 계층이라고 부르며, 키오스크는 비대면 서비스를 주도하는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2019 디지털 정보 격차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60대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73.6% 수준이며 70대 이상의 경우 35.7%로 디지털 소외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또한 일부 전문가들은 저학력, 저임금 등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게 디지털 소외가 쉽게 일어나고 있어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각 지자체는 물론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 등에서 정보화 교육을 하는 등 모든 사람이 함께하는 디지털 포용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비대면 서비스 확대는 당장 기업의 인건비 감소 등에서 큰 효과를 가져 오지만, 사람이 담당하던 많은 일들을 기계가 대신해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 초기지만 이미 사회 곳곳에서는 산업 변화로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일부 산업에서는 일자리 보전을 위해 기술 도입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과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충돌하고 있어 노사정 합의 등 사회적 논쟁은 더욱 치열해 질 전망이다.

당장 물류현장은 조만간 자율주행 도입에 따른 운전자들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될 전망이며, 유통 현장에선 무인 계산대 확산에 따라 계산원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전망이어서 기계와 인간의 일자리 싸움은 향후 비대면 서비스 확산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 대표적 예가 고속도로 톨게이트 계산원들의 해고다. 이처럼 비대면 산업과 서비스 확산은 산업현장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뿐만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문제는 정(情)의 부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통한 정은 중요한 가치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현재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위해 모든 산업과정을 비대면 형태로 전환할 경우 향후 수많은 사람이 외로움을 느끼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새로운 사회문제가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소비 트렌드분석센터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 등장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비대면 기술을 편안하게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지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연결성과 정 반대의 현상이 비대면 소비를 확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유통과 물류서비스 형태는 정보기술과 IoT 기술발전으로 지금보다 더 빠른 서비스 전환을 가져올 전망이다. 물론 현장에서 직접 상품을 제조해야 하는 등 업종과 비대면 서비스가 불가능한 업종 간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지만, 대면 접촉이 불필요한 업종의 경우 빠르게 비대면 형태로 서비스 방법을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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