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배기업들 15일 휴무일 지정, 총선 투표 가능해져

지금까지 택배근로자들은 제대로 된 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선 택배기업들의 휴무일 지정으로 정상적인 투표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유통 사업자들과 이커머스를 통한 주문 고객들은 오는 4월15일 전국적인 택배휴무일 지정을 감안해 구매와 배송일정을 재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택배 배송현장을 지켜온 지 10여 년이 훌쩍 넘은 박병철씨의 하루 일과는 아침 6시 기상해 배송현장으로 출근한 뒤 저녁 8~9시까지 적게는 200여개에서 많게는 300건의 택배 배송으로 사실 투표는 사실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또 한달 휴무로 고작 격주 일요일, 이틀 뿐 빨간 날 휴무는 고사하고, 여름 휴가도 가족과 함께 한적이 없다.
이런 척박한 근로환경 때문에 박씨는 내가 사는 지역에 어떤 후보가 나오고, 또 이들이 어떤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지 조차 지금까지 관심 한번 갖질 못했다. 박씨는 “일선 택배근로자들이 사실 그 동안 제대로 된 투표를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일반 소비자들은 모른다”며 “전체 택배기업들이 이번 21대 총선 투표일을 휴무로 지정해,  비로서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준 공기업인 우체국 택배를 제외하고, CJ대한통운을 비롯한 국내 민간 택배사에 소속된 특수고용직 택배근로자들은 지금까지 대선과 총선,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회의원 투표일에도 택배 배송에 나서야 했다. 이 같은 노동환경이 이번 선거에는 택배기업들의 휴무일 지정으로 선거일인 4월15일 택배 일선 근로자들의 투표가 정상화 될 수 있게 됐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근로자들이 이번 총선에 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택배회사가 택배근로자들에게 투표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특고직 택배근로자들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배회사 한 두곳이 아니라 전체 택배기업들이 한목소리로 4월15일을 ‘택배 없는 휴일’로 지정해 다행스럽다”고 밝혔다. 한편 택배기업들도  이 같은 요청을 전향적으로 검토, 일찍부터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위원회에서 휴무일 지정을 논의, 이번 총선일인 4월15일을 휴무일로 지정하고 원활한 투표에 나설 수 있도록 해 호평을 받고 있다. 

이번 조치는 택배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CJ대한통운과 롯데택배 등이 이번 국회의원 선거일을 휴일로 지정하는 등의 과감한 조치 덕분이다.  이미 사측에선 내부 공지를 통해 4월15일 휴무를 공식화했고, 일선 택배근로자들 역시 이번 조치에 환영하고 있다. 택배근로자 김 모씨는 “택배산업계의 맏형 겪인 CJ대한통운이 대외적으로 이번 총선 선거일을 휴일로 지정하면서 한진택배와 롯데택배를 비롯해 로젠택배까지 민간 택배기업 전체가 15일을 ‘택배 없는 휴일’로 지정에 나섰다”며 “택배회사들의 작은 배려가 일선 택배근로자들의 투표 권리를 보장하게 하는 등 향후 노사관계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국민들이 힘든 나날을 겪고 있는 가운데 택배물량도 엄청 증가해 일선 택배근로자들 모두 고된 노동환경을 견디고 있다”며 “총선 하루만이라도 택배근로자들이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임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휴무일로 지정해 다행”이라고 밝혔다.

현재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가 근로시간 중 선거에 필요한 시간을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택배근로자들은 노동자 권리를 제약당하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로 근로기준법을 적용을 받더라도 배송 도중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었다. 따라서 택배기업들의 15일 선거일 휴무일 지정은 향후 5만여 택배근로자들의 민의를 담을 수 있는 계기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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