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준비 부족했지만 연착륙 노력 이어가야

국내 육상운송 물류시장에 안전운임제도가 본격 시행됨에 따라 시장의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편에선 경쟁을 기본으로 한 자본시장에서 운임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선 시장이 정상적으로 움직였으면 정부가 이런 식의 강제를 했겠냐는 옹호론도 나온다.

물류신문은 지난 설 연휴 부산 현지를 방문, 육상운송 물류시장에서 본격 시행에 들어간 안전운임제의 도입을 주관한 안전운임위원회 윤영삼 위원장을 만나 이번 제도 시행에 따른 궁금증을 들어보고, 아쉬웠던 점들을 다시 짚어봤다.

윤 위원장은 “제도 시행에 앞서 정부와 업계 모두 준비가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안전운임의 기반이 되는 각종 통계의 부정확성과 더불어 정부의 유연하지 못한 안전운임위원회 운영 등은 아쉬운 점”이라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윤 위원장은 “현재 제도 시행에 따른 다양한 시행착오가 있지만, 시행을 통해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구성원 모두가 이번 제도에 대해 크고 작은 불만이 있는 만큼 2월까지의 유예기간을 한두달 정도 더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밝혔다.

‘총 48회 회의 통해 관계 당사자들 의견 상당 부분 수렴’

Q. 지난해 발족한 ‘안전운임위원회’에 대한 소개와 지난 1년간의 활동에 관해 설명을 부탁한다.

- 안전운임위원회는 국토교통부장관 소속으로 ‘안전운임의 결정 및 조정에 관한 사항’,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운송품목 및 차량의 종류 등에 관한 사항’, ‘안전운임제도의 발전을 위한 연구 및 건의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안전운임위원회는 2019년 7월에 구성되어 5개월 남짓 운영됐는데, 안전운임제의 2020년 시행을 목전에 두고 ‘안전운임의 결정 및 조정에 관한 사항’에 대한 심의·의결만 집중했다.

한편 전체 회의는 안전운임위원회 17회, 현장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위원회 5회, 효율적인 합의도출을 위한 당사자 대표의 운영위원회 26회 등 총 48회의 회의를 가졌고, 회의 진행을 민주적이고 숙의적 운영으로 시간이 많이 경과 됐다. 이에 법적 시한인 10월 말을 지키지 못했고 4차례 개최된 공익위원 회의에서 마련된 공익위원 안을 두고 일부 당사자들이 표결에는 불참했지만, 운임 산정원칙을 지키면서 당사자들의 의견을 사실상 상당히 수렴한 안전운임을 도출했다.

Q. 이번 안전운임제 공표는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투표에 불참하는 관계자가 나타나는 등 늦어졌다. 갈등을 조정하는 위치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며, 향후 이해관계자들에게 조언한다면.

- 위원회 구성원이 여타 정부위원회 규정상 15명으로 제한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부 관계자 역시 통상 정부가 구성하는 위원회로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따라서 충분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것은 추후 보완해야 할 점이다. 또 위원회 위상이 약하다 보니 주도적인 조정을 못 한 점도 아쉬운 점이다.

특히 화물자동차 운송업 실태에 관한 조사결과의 보편적 타당성이 부족해 논의의 공통기반이 매우 취약했다. 이와 함께 위원회 당사자들 각각이 운송 실태를 달리 인식한 것도 최종 조율을 어렵게 했고, 결국 가능한 한 소통시간을 많이 갖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다 보니 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여기다 상생(win-win)하려는 협상 전략과 협상 기술이 위원회 참석 당사자들에게 부족했다. 위원들 특히 운영위원들의 대표성이 취약하고 현장 감각이 부족한 점도 갈등 증폭의 원인이다. 아울러 안전운임제의 취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각자들의 이해와 운임 인상률에만 관심을 두는 전략도 갈등을 증폭시켰다.

따라서 향후 위원회에 참여하는 공익위원이나 정부뿐 아니라, 위원회 참여하는 각각의 전략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Q. 안전운임위원회가 실질적 권한 없이 협치를 위한 단순 기구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향후 안전운임위원회 권한과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해 달라.

- 국토교통부와 교통연구원 그리고 삼일회계법인이 결정 과정에서 필요한 자료와 조언 수준의 의견을 제시했고, 국토교통부가 간사로서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안전운임위원회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향후 위원회의 권한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정뿐만 아니라 결정을 위한 관련 사항에서부터 실태조사에 대한 관장 권한과 위원들의 현장방문 실시, 국토교통부 내 지원팀 구성, 대표자들의 대표성 강화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

‘합리적 운송원가 위해 체계적 산정 방식 및 기본 데이터 통한 세밀한 연구 조사  필요’

Q. 지난 2003년 화물연대 파업 이후 안전운임제(표준운임제)도입 논의 후, 2009년에는 국무총리실 산하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위원회가 구성, 모든 주체가 제도 도입에 합의했었다. 하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이번에 시행된 제도가 지난번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 예전엔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시범사업까지 시행했지만 도입방안에서 정부의 추진 의지가 약화 돼 최종도입은 번번이 좌절됐었다. 반면 이번에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현 정부가 적극적인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Q. 안전운임제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있었지만 이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했다는 평가다. 위원장님의 생각과 향후 어떠한 연구가 추가로 필요한지 설명해 달라.

- 제가 호주를 방문한 후 호주의 안전운임제를 소개하고, 국내 적용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것 외에 한국의 물류산업 연구자들은 법제화 이후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연구는 더 이상 진전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번 제도의 준비 기간도 너무 짧았고, 정부 역시 제도 시행 의지만 있었을 뿐 충분한 기반 데이터 수집 등을 너무 쉽게 여겼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운송운임 원가와 이윤에 관련한 체계적 산정방안,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운임의 최소수준, 안전운임제에 대한 편법 방지방안 등 이번 고시에 포함하지 못한 내용의 반영방안 등에 관한 보다 섬세한 연구가 필요하다.

Q. 이번 제도는 단순히 관련 비용(운임, 대기료, 기타 비용)을 인상했다. 하지만 국내 물류시장의 지입제에 따른 폐단으로 이번 제도의 연착륙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 근본적으로 직영제가 이뤄지지 않아 지입제의 폐단으로 인해 안전운임제가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원가를 반영한 운임의 강제, 즉 적정운임은 복마전 같은 화물자동차운송업을 정상화하는 핵심이다. 지입제를 빌미로 관리비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지입제는 안전운임제의 정착에도 최대 장애 요소라고 본다.

Q. 위원장님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운임 산정방식을 강조했다. 특히 운임 산정방식이 중요하며 과속이나 과로를 줄일 수 있게 운임에서 거리에 기초를 둔 인센티브 또는 성과급제적 성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 지난 8일 화주·운수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이번 안전운임 산정이 안전취지를 살렸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번에는 좀 미약했다고 할 수 있다. 주요 원인으로 처음 실시한 산정이었던 점, 연구 자료나 실태자료가 부족했던 점, 다수의 위원이 안전운임제의 취지를 살리는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점을 들 수 있다.

이번에는 교통안전 확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인 안전운임을 거리만을 기준으로 산정했기에 같은 거리에서 운행시간을 줄여 소득만을 높여 과속, 나아가 과로를 할 가능성을 크게 감소시키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운임산정에서 소득을 시간 단위로 적정수준 반영하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대기시간과 심야운행에 대한 할증률을 조정해야 할 것이다.

‘향후 인상폭 기준은 물가인상률 따라 제고 해야’

Q. 이번 안전운임제 발표 이후 이해관계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생각보다 높은 운임에 발표됐다는 관계자, 아직 부족하다는 관계자의 의견도 있다. 위원장님 스스로는 어떠한 평가를 하나? 또한 향후 인상 폭에 대해 전망 또는 의견을 부탁한다.

- 운임의 거리 구간별 실태가 다양해서 단순 평가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조사한 차주 운임과 비교해 평균 12% 정도 인상된 것 같은데, 2019년 화주가 운임을 인하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가 생각한 것보다는 좀 덜 인상되었지만 과도하게 인상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향후에는 인상 폭의 결정에서 물가인상률을 기본으로 하고 특히 유가변동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운송 관련 원가인상률을 반영해 이번보다 낮은 인상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모든 것에 앞서 우선되어야 할 점은 운송 원가의 기초가 되는 섬세한 실제 데이터 수집이다.

Q. 이번 안전운임제는 컨테이너, 시멘트를 대상으로 일몰제(3년)의 시한부 제도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전체로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과 결국 시행 후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폐기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위원장님이 생각하시는 안전운임제의 미래는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 시장 전체로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안전운임제를 무력화시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월 8일 설명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관리비와 상하차료는 운송운임에 반영한 것이므로 운송사업자가 받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제도 시행을 무력화하고 폐기를 바라는 의견도 있지만, 2019년 안전운임위원회의 원활한 운영, 무리하지 않은 안전운임 수준으로 심의 의결한 점, 효과적인 시행에 관한 경험적 학습, 안전 향상 등이 안전운임제를 지속시킬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Q. 안전운임제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며, 시장 및 이해관계자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

- 정부의 경우 안전운임위원에 대한 실효성이 있는 지원, 실효성이 있는 분쟁조정위원회 구성운영, 화물자동차운송업의 실태와 여건에 관한 통계체계 구축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의 경우 화물자동차운송업의 정상화 고통을 감내하고 편법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처벌대상으로 고시되지 않았다고 편법을 찾지 말고 안전운임제의 취지를 살리는 방향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편법이 난무해 이번 고시에서 빈틈으로 남아 있는 사항들은 내년의 고시에서 다룰 것이다. 위탁운임 나아가 운송운임이 그동안 너무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안전운임이 최저운임이므로 여건에 맞는 적정운임이 적용될 수 있게 하는 협의(체계 형성)하는 것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지난 8일 화주·운수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한 운수사업자가 ‘운수사업자들이 안전운임제를 소홀히 해서 운수사업자들의 어려움을 자초했다’고 했는데, 법 제정부터 안전운임의 산정까지 당사자들이 최선을 다해 합리적으로 상생에 나서야 한다.

Q. 마지막으로 안전운임제에 관해 위원장님께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이며, 올해도 구성될 안전운임위원회에 대해 조언을 부탁한다.

- 안전운임제를 무력화하려는 고의적인 시도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외 등을 배경으로 법 위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데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안전운임신고센터가 타당하고 일관된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들을 토대로 혼란을 확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안전운임 신고센터도 화물자동차운송업에 대한 전문성을 보강해야 한다. 향후에는 운수사와 주선사의 공정한 대우, 그리고 대형 화주기업의 물류 자회사에 대한 대책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문성 보강을 위한 원가분야 공익위원도 필요하고 안전운임제의 취지를 살리는데 필요한 연구도 곧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안전운임의 산정에 있어서 실태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활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이번처럼 설문조사결과를 기반으로 하는 원가조사에 대한 보완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제도시행 따른 불협화음 불구, 제도 자체 흔드는 행위 안 돼

윤영삼 위원장은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라 다양한 불협화음과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제도 자체를 흔드는 어떠한 행위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현재 시장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환적화물 부분과 부산항을 비롯한 항만 배후 단지에서의 운송운임의 경우 인상 폭이 높아 화주들에게 부담이 되는 만큼 부산항만공사를 비롯한 각각의 항만 관계자들의 지원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 함께 1군 운수업자들을 제외한 중소 2, 3, 4군 사업자들에 보완방안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며, 자연스러운 시장 조정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멘트 부문 역시 강원도 지역에만 초점을 맞춰 운임을 산정했지만, 이외의 지역은 인상 폭이 낮아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윤 위원장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안전한 운송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제도를 만드는 것인 만큼 누가 문제를 제기해도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촘촘한 실제 운송원가 기본 데이터조사가 절실하다”며 “근본 틀을 흔드는 시도는 없어야 하며, 보다 유연한 제도 시행을 위한 보완책 마련도 동시다발적으로 서둘러 진행되어야 한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아직 세계 그 어디도 우리와 같은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곳은 없다. 이에 따라 국제 운송노동단체들도 이번 제도 연착륙 결과에 따라 세계 운송시장에 적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3년 일몰법으로 시행되지만 이번 제도가 전 세계에서 벤치마킹될 수 있는 선진적인 제도가 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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