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기업 물류투자 ‘반신반의’, 최종승자 누구일지 좀 더 지켜봐야

유통시장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후발 유통기업들의 고민이 커지는 배경은 다름 아닌 선도 기업들의 공격적인 물류 투자 공세에 있다. 1등 기업이 이 정도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데, 후발 기업이 선도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선 이들에 버금가는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녹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실 이들 2~3위 유통기업들의 투자 현실은 1등 기업들과 비교해 물류 부문 투자 자체 여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태생부터 1등 기업과 전혀 다르다. 또 투자 이후 이를 회수할 자신감도 없어 고민이다. 특히 경쟁사보다 더 빠르고, 더 신선하며, 더 저렴하게 식품을 배송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유통기업들의 투자는 전에 없던 고민거리로 작용하는 셈이다.

당장 국내 신선식품 시장에서의 새벽배송 업계 1위 마켓컬리는 전에 없던 유통혁명을 이뤘지만 만성적자를 기록하고도 물류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마켓컬리는 2014년 12월 창업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물류 부분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행스럽게 마켓컬리는 매년 적자에 이어 지난해 336억 원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나타내고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지금까지 유치한 1천 억원이 넘는 투자금으로 버티며 후발 대기업들과의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쿠팡과 마켓컬리 등 선도 기업들의 향후 물류 부분 투자 지속 여부다.

미국 시장도 시장 상황은 유사하지만, 투자여력은 다른 상황이다. 온·오프 유통기업들은 연이어 식품에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확보에 전력을 쏟고 있다. 특히 ‘새벽배송’을 위한 ‘콜드체인 물류시스템’ 인프라 확보를 위한 투자확대로 식품군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미국 유통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당장 이베이가 배송 속도를 최적화하기 위해 새로운 ‘관리 배송(Managed Delivery)’ 서비스를 시작하는가 하면 쇼피파이는 풀필먼트 서비스 강화를 통해 생존 자구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문제는 자금력이 충분한 아마존에 대응한 이들 후발 오픈마켓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배송경쟁 격화가 막대한 물류 투자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를 키우며 후발 유통기업들의 고민을 가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심엔 아마존이 있다. 종합 유통업체로의 변신을 추구하며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유통산업 전반에 지각변동의 핵인 아마존은 온라인 물류배송분야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 후발 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오픈마켓 판매자들과 구매자에게 모두 열려 있는 인터넷 중개몰(온라인 장터)에서의 물류 경쟁이 날로 격화되면서 막대한 투자비용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는 이들 후발 유통업체들의 고민을 가중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유통시장도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 선발 업체인 쿠팡의 물류경쟁력을 쫓기 위한 물류 부문 투자를 늘려야 하는 후발 업체들의 고민이 커지는 현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대형 유통기업인 신세계그룹과 롯데를 비롯해 G마켓과 11번가 등도 언제까지, 또 어느 정도의 물류부문 투자를 확대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쿠팡의 투자 여력이 한계에 이르면 현 상황은 또 다른 국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

아마존 쫓기 위해, 나머지 유통기업들 투자고민 깊어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온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 유통 및 물류 배송 기능을 모두 갖춘 종합 유통업체로 변신하며 시장 전반에 지각변동을 촉발하자, 나머지 기업들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아마존은 이미 타에 추종을 불허할 만큼의 물류 경쟁력에도 불구, 항공 및 육상운송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주문 후 2일 내에서 1일로 전환하는 등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여기다 자체 상품 판매를 위한 직매입과 오픈마켓도 큰 폭으로 확장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소 판매자들이 고객인 이베이와 쇼피파이등의 오픈마켓 유통업체들의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들은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물류분야는 다루지 않는다는 기존 정책을 유지해 왔으나 자신들의 고객들이 지금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입점을 선호하자 전략 수정시점을 맞고 있다. 생존을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는 다루지 않는다는 기존 정책에서 탈피, 아마존에 대응하는 경쟁 모드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해 이베이는 배송 리드타임(lead time)을 단축하는 관리배송 서비스를 2020년부터 실시하는 한편 중소판매자의 상품 보관 및 배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행하는 ‘엔드 투 엔드(end to end)’ 주문 처리 서비스까지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베이는 무엇보다 자사 입점 판매자들을 대신해 3PL 업체들과 운송 옵션 및 요금에 대해 협상, 중소판매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옵션과 요금을 제시할 계획이다. 데빈 웨닉 이베이 회장은 “이런 배송 관리 서비스가 특히 전자제품·가정용품·패션용품 같은 인기 부문에서 상품을 대량 판매하는 업체들에게 ‘경쟁적 가격 물류 솔루션’이 될 것”이라며 “향후 이베이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40~50%가 관리 배송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이베이가 전통적으로 가급적 물류 분야는 판매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비 개입(hands-off)’ 정책에서 아마존의 위협으로 기존 정책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쇼피파이 역시 온라인 쇼핑몰의 전체 업무 처리 과정을 하나의 통합 공급사슬에서 지원하는 고객 주문처리 ‘풀필먼트 서비스’를 새로 도입했다. 이는 급변하는 온라인 쇼핑 환경에 맞춰 입점 판매자들에게 실시간 재고 파악과 고객 접점 관리를 철저히 해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또한 쇼피파이는 자체 쇼피파이 플러스(Shopify Plus) 플랫폼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행, 중소 판매자들이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빠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막대한 투자비용, 후발 유통업체 수익성 악화 우려
오픈마켓 온라인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시장 성장이 확대되고 있지만, 문제는 1위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막대한 선제적 물류부문 투자비용으로 입게 될 수익성 악화 우려다. 1위 업체와 유사한 수준의 물류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오프라인 인프라에 투자를 확대해야 하지만,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향후 수익성 확보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맞은 것이다.

국내 시장도 유사하다. 마켓컬리의 성공적인 시장 확대에 따라 GS프레시를 운영하고 있는 GS리테일은 강도 높은 마케팅의 덕에 하루 주문량만 3만 건을 넘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고객과 물동량 증가에도 불구, 적자폭은 분기당 70억 원으로 확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본격 경쟁에 뛰어든 유통 강자 신세계와 롯데 역시 당장 이익과 별개로 투자액만 늘고 있어 고민이다. 이처럼 물류부문 투자에 따라 적자폭은 증가하고 있지만, 오프라인 물량 감소로 이들 대형마트 운영사들은 새벽배송 경쟁을 위한 고육지책의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렇게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마케팅을 비롯한 가격 경쟁은 과열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유통 물류기업들의 수익률 하락은 불가피해 지고 있다.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물류부문 투자는 불가피하지만, 현재의 새벽배송을 위한 물류 투자추세는 단순 투자를 넘어 ‘치킨게임’을 연상시키는 단계로 접어들면서 유통업계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시장 역시 여타 오픈마켓 온라인 유통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아마존이 설정하는 물류서비스 표준에 대응, 인프라 확보 및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을 서두르고 있으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향후 사업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확대 이면의 수익성 하락이라는 양날의 칼은 갈수록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오픈마켓 온라인 유통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어떤 방식으로 미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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