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류법 만병통치약 아닌 첫걸음…활발한 논의 필요

지난 7월 ‘사실상 택배법’이라 불리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이 발의된 후 택배 업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기업과 노조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비해 생활물류의 또 다른 한 축인 이륜차 배송 등 다른 업종에서의 목소리는 듣기도 힘들 뿐 아니라 묻히고 있다.

이에 지난달 25일 서울 중국 상연재에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이 미칠 디지털 경제 발전과 플랫폼 노동 보호 효과 – 이륜차 배송서비스를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정부, 업계, 노조는 물론이며 각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석해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에 관한 의견을 공유했다.

법안을 대표발의 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표준적 계약과 고용, 독립사업자로서의 고용 등에서 기존 산업과 다른 특성으로 인해 근로기준법이나 상법, 민법 등 기존 법체계에서 규정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 법안에는 사업자와 종사자의 다양하고 개별적 상황을 고려하여 자발적 인증의 요건으로 보험가입에 관한 사항, 안전운행을 위한 조치, 표준계약서 및 약관에 관한 사항 등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노동의 특성 이해와 공제 필요
택배, 음식배달, 퀵서비스 등 생활물류 서비스는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커졌으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물류를 지목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며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라스트 마일을 담당하는 생활물류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배달의 민족 이현제 이사는 “배달의 민족은 초기 배달요원의 정규직화를 내세웠다”며 “연봉 3,600만원 4대 보험, 연차 등 보통 노동자의 처우를 공지했지만 철저히 외면받았다”라며 정규직을 원하는 분은 정규직으로 근무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외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투잡 등 자유롭게 일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용형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보험문제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20여 개가 넘는 보험사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우리의 사고율을 공개하고 일반적 종사자보다 낮다는 것을 증명하고 보험을 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제설치가 꼭 필요하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공제가 있어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제 이사는 “배달의 민족은 안전교육도 직접하고 경찰청, 서울시와 안전한 교통환경 만들기 등 비즈니스 영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최소한의 장치를 통해 참여를 만들어 내고 긍정적인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정책·물류4.0 민연주 연구팀장은 “음식배달 시장은 온라인 음식배달 플랫폼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5~2018년에는 연평균 25%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20년까지 연평균 14.9%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퀵·배달대행 시장 특성을 반영한 영업용 이륜차 보험 상품 부재로 인해 영업용 화물차보다도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어 있어 가입률이 저조하다”며 “전속성 증명이 어렵고 산재보험 가입 가능 여부 인지 부족으로 산재보험 가입률 저조하다”고 말했다.

“특수형태근로자종사자인 퀵서비스 기사는 종사자와 소속 업체가 각각 50% 비용을 부담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나 산재보험 가능 사실 자체를 모르거나 종사자가 100% 보험료를 내는 것으로 인지해 가입률이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퀵·배달대행에 대한 법적 보호망이 없기 때문에 기사와 업체 간 표준계약서나 적정 서비스요금이 정해져 있지 않고 근무수칙과 의무사항에 대한 기준이 없어 기사에게 과도하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불공정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연주 연구팀장은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전통적인 퀵서비스는 물론 배달대행 모두 자유업으로 법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증, 등록제도 등 사업여건을 고려해 시행해야 하며 공정한 조건에 따라 사업자-종사자 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마련 활용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수수료, 취급물동량, 작업일수, 비용처리, 산재보험가입, 사고처리, 배상, 종사자 의무 등의 공정거래 내용을 관계자 협의를 통해 개정, 배달대행 서비스 시장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이륜차 공제조합 설립을 지원하여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문제, 표준계약서 통해 해결돼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퀵서비스노조 박영일 수석부위원장은 “퀵서비스 사업자와 종사자의 규모조차 파악이 안 되는 조건에서 퀵서비스 시장은 이미 비정상적으로 고착화되어버렸다. 사업자에게 신고 절차와 별도의 자격이 필요하지 않으니 수많은 업체가 난립하게 돼 저단가 경쟁이 일상화되었다”고 말했다.

박 수석부위원장은 “저단가 경쟁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요금은 곧 퀵서비스 노동자 입장에서는 생계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업체가 주문 금액을 일부러 낮춰서 퀵서비스 노동자에게 오더를 내리고 남은 금액을 착복하는 일까지 다수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정된 수수료 체계 또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주문 건당 업체에 납부하는 수수료는 대부분 23%에 고정되어 있다. 업체와 노동자 간 정한 약속도 아니고 어떤 기관에서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정해 준 바도 없다”며 특별한 근거도 없이 고율의 수수료 체계가 고착화되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오더를 보기 위한 프로그램 중복 구매, 업체의 쿠폰 남발 등은 큰 문제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의 도입은 퀵서비스 시장의 정상화와 퀵 서비스 노동자 처우개선 및 서비스 질 향상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특히 표준계약서는 고착화된 수수료 문제와 칼질이나 쿠폰 남발 등 중간착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홍창의 사무국장 또한 “배달노동자가 괜찮은 수입인 3~4백만 원 정도의 속들을 얻으려면 주말도 없이 하루 12시간씩 장시간 노동을 해야 가능하다”며 만성적인 장시간 노동과 함께 현실적이지 않은 배달료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지방의 경우 2,500원이란 극악무도한 배달료가 아직 존재하며 서울 일부지역에서도 2,800원으로 일명 덤핑 치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배달노동자의 기본적인 처우를 보호할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도입해야 한다. 시장을 강제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표준계약서만 있어도 배달노동자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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