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24

이번 호에서는 벨라루스와 그 물류에 대하여 알아본다.

벨라루스 공화국
벨라루스는 1991년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국가다. 동쪽으로는 러시아, 남쪽으로는 우크라이나와 흑해, 서쪽으로는 폴란드와 유럽연합, 북쪽으로는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발트해가 위치하는데 이 다섯 국가에게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하얗다는 뜻을 가진 벨라, 고대 러시아인을 뜻하는 루스, 벨라루스는 ‘하얀 루스’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예전에는 ‘백러시아’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하얀 옷이 전통 복장이고 흰색 가옥이 많다. 면적은 한반도보다 약간 작지만, 산이 없이 평지로만 이루어졌다. 전체 인구는 약 1,000만 명이 채 되지 않으며 수도 민스크도 200만 명이 넘지 않는다.

러시아와 형제 국가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국경이 거의 없다. 모스크바에서 민스크 방향으로 향하는 외곽 도로를 따라 가면 민스크에 도착한다. 육로 국경에서 출입국 관리나 세관 절차가 없다. 심지어 모스크바에서 벨라루스로 가는 항공편이 국제선 청사가 아니라 국내선 청사에 위치하기도 했다.

공용어도 벨라루스어와 함께 러시아어를 채택했고, 통화도 러시아의 루블과 동일한 발음으로 벨라루스 루블이라고 부른다. 지금도 러시아의 출입국 카드에는 ‘러시아 연방과 벨라루스 공화국’이라고 적으며, 출입국 심사대는 ‘외국인’과 ‘러시아와 벨라루스 국민들’로 분류한다. 또한 벨라루스는 러시아가 주도하는 ‘독립국가연합, 집단안보조약기구, 유라시아 경제연합’ 등의 국제기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벨라루스, 발트해 항구를 사용하다
내륙국인 벨라루스가 철도와 트럭 물류만 하는 것은 아니다. 미주와 중동, 동남아에서 오는 화물은 바다를 활용해야 한다. 벨라루스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라고는 리투아니아의 클라이페다 항구와 라트비아의 리가 항구다. 북쪽에 위치한 발트해의 리가 항구나 클라이페다 항구가 남쪽에 위치한 흑해의 오데사 항구보다 가깝고 편리하다. 특히 리투아니아의 클라이페다 항구의 30%는 벨라루스가 투자했고, 부두 항만 현대화 작업에도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리가와 클라이페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발트해 3국은 구소련 국가였다. 이들이 유럽연합과 나토에 편입되자 러시아는 라트비아의 리가항, 리투아니아의 클라이페다항, 에스토니아의 탈린항의 사용 빈도를 줄이고 있다. 그리고 벨라루스에게도 리가나 클라이페다 항구를 사용하지 말 것을 종용했다. 대신 러시아는 페테르부르크나 칼리닌그라드 항구로 옮길 것을 제의했고, 철도 운임도 상당히 할인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벨라루스의 화주들은 라트비아나 리투아니아 항구를 선호한다. 철송료를 인하하더라도 부대비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작업비용, 보관료, 창고료, 부두 하역료 등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비용이 비싸고 절차도 까다롭다.

반면 리가나 클라이페다 항구는 통관절차가 간단하고 거리도 가깝다. 만약 러시아 항구로 옮기게 되면, 벨라루스 물류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

브레스트(Brest)
벨라루스의 브레스트는 폴란드와의 국경 도시인데. 인구 35만 명의 꽤 큰 도시다. ‘브레스트~민스크~모스크바~시베리아~블라디보스토크‘는 1,520mm의 광궤 철로가 놓여 있다. 유럽연합에서 출발한 트럭들이나 화차들은 브레스트 국경만 통과하면, 벨라루스,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등 유라시아 경제연합 국가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이처럼, 브레스트는 철도와 도로 물류에 있어서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출입구다.

말라세비치-브레스트(Malaszewicze~Brest)
말라세비치는 브레스트와 마주하는 폴란드의 국경 소도시다. 말라세비치-브레스트는 광궤와 표준궤가 만나는 국경이기에, 두 역 사이에는 두 철로궤가 모두 깔려 있다, 중국 화물을 실은 열차가 브레스트에 집합해 국경을 넘어서 말라세비치로 이동한 후 함부르크(Hamburg), 암스테르담(Amsterdam), 뒤스부르크(Duisberg), 마드리드(Madrid), 밀라노(Milano) 등 유럽 전역으로 열차나 트럭이 흩어진다.

반대로 유럽연합의 화물을 실은 트럭이나 열차가 말라세비치에 모여 광궤 화차에 오른다. 그리고 국경을 넘어 브레스트로 이동해 중국의 4개 국경 도시인 만주리, 에렌, 호르고스, 알라산코우로 흩어진다.

UTLC
벨라루스와 러시아, 카자흐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발맞추어 컨테이너 철도운송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 11월 삼국 철도청이 모여 각자 1/3씩 지분을 가진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이는 벨라루스~러시아~카자흐스탄 구간을 모두 지나는 철송 구간에서의 삼국 간 철송 협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법인 이름은 ‘UTLC’라고 하는데. ‘United Transport and Logistics Company’의 약자다. 2015년 초기에 4만 8,000TEU를 운송했으며, 2018년에는 28만TEU를 넘어섰다.

유라시아 Transit 물류의 중심이 되다
유럽연합과 러시아를 잇는 국가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다. 우크라이나가 친유럽, 친서방 정책을 추구하는 반면 벨라루스는 친러시아, 친중 정책을 유지했다. 그래서 러시아나 중국은 되도록 우크라이나 루트 대신 벨라루스 루트를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신 벨라루스의 파이프를 통해 유럽연합에 공급하는 석유와 가스량을 늘리고 있다. 일대일로 정책이 수립된 후에는 ‘유럽연합과 중국’을 왕복 운행하는 열차가 활발해졌고, 폴란드와 벨라루스는 최대 수혜자가 되었다.

말라세비치-브레스트는 러시아와 폴란드 국경을 오가는 동유럽 물류 도시에서 벗어나, 유럽연합과 중국을 오가는 Transit 컨테이너 철송의 중심지가 되었다.

벨라루스. 유럽연합과 러시아, 중국을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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