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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도 마음도 파손주의”
만화 ‘까대기’ 작가 이종철
석한글 기자 | hangeul89109@klnews.co.kr   2019년 07월 04일 (목) 10:14:19

지난해 2월 기자는 물류센터를 주제로 음원을 발표한 가수 ‘밤바타’를 인터뷰했다. 대중문화와 어울리지 않는 주제를 자신의 경험과 솔직한 가사로 풀어낸 것이 가슴 한편에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1년이 지난 올해 여름, 기자의 눈에는 한 권의 책이 눈에 아른거렸다. 만화 ‘까대기’였다.

‘까대기’라는 제목에 이끌려 구매한 만화책에는 택배 시스템을 사실적으로 묘사했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었다. 이에 기자는 작가를 인터뷰를 결심하고 만화 ‘까대기’의 이종철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생계 위해 시작…6년이 될지 상상 못 해”
만화 ‘까대기’의 이종철 작가는 포항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만화가가 되기 위해 상경해 선배 집에 함께 살게 된다.

작업실에서 만난 이종철 작가는 까대기를 시작한 이유에 대해 “서울에 올라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남는 시간은 만화 작업을 할 계획이었다. 이때 까대기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는 ‘투잡환영’이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며 “까대기를 통해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면 곧 다른 작가처럼 만화나 일러스트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길어야 1년 정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까대기 알바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종철 작가와 함께했다. 이 작가는 “1년 동안은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몸은 적응했으며 어린이 만화 연재만으로는 생계 해결에 어려움이 있어 오전에 까대기를 하고 오후에 어린이 만화 연재를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6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지옥의 알바라고 불리는 까대기를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사람으로 꼽았다. 그는 “처음 출근했을 때만 해도 나를 ‘저기요’, ‘아저씨’, ‘까대기 알바’로 불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종철아’라고 불리며 동료들과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이종철 작가는 “정말 힘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몸은 힘들었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고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 6년이라는 시간동안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까대기’ 지난 6년을 쉽게 정의할 수 있는 단어
이종철 작가의 만화 ‘까대기’는 지난해 만화영상진흥원의 다양성 만화 제작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선정돼 올해 5월에 책이 출판됐다. 이전까지는 어린이 만화의 그림작가로 일했다.

어찌보면 어둡고 생소한 택배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게 됐을까? 이종철 작가는 “포항에 계시는 부모님이 식당을 하셨다. 식당이 포항제철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항상 노동자, 주변 농촌, 시장 상인분들이 와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이때부터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만화가 아닌 내 주변 사람들의 삶을 만화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종철 작가는 자신의 까대기 경험을 만화로 만들기 위해 지난 6년간 꾸준히 메모를 해왔다고 한다. 그는 “처음부터 만화를 그리기 위해 메모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일이 손에 익고 새로운 것을 보거나 느끼면 집으로 오는 길에 항상 메모했다”고 말했다. 또한 “본격적으로 만화로 만드는 단계 에서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 취재 및 자료조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특히 특수고용직, 지입기사 등의 이야기는 자칫하면 피해가 될 수 있고,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어 가장 열심히 취재하고 자료조사도 했다고 말했다.

“처음 까대기를 시작했을 때는 길어야 1년 정도 잠깐 하려고 했던 알바가 6년이 됐다”며 만화를 통해 “택배를 주문했을 때 어떤 사람들의 지문을 거쳐 나에게 도착하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택배 시스템에 대한 비난보다는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분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만화책의 제목을 ‘까대기’로 정한 것에 대해 이 작가는 “까대기는 물류업에선 흔히 볼수 있는 단어지만 평범한 사람은 외래어 같은 느낌마저 드는 단어다. 나 또한 일본에서 건너온 단어가 아닐까 생각했다”며 까대기의 유래를 설명했다.

그는 “까대기는 가대기라는 순우리말이 변해 생겨난 단어로 창고나 부두 따위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따위의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년을 이보다 잘 표현단어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택배는 사람의 손이 옮기는 것”
우리는 손쉽게 택배를 주문하고 하루에서 이틀 뒤면 택배를 받아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달로 인해 택배 시스템에도 많은 발전을 가져왔지만 택배 상하차만큼은 사람의 ‘손’이 가장 중요하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의 근무 강도는 높은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이종철 작가는 “까대기를 하며 가장 놀랐던 것은 1박 2일 만에 택배가 고객에 손에 가는 것이 놀라웠다. 택배서비스를 위해 24시간 내내 노동이 있었고 너무 힘들게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현재 택배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 자신의 생생한 경험보다 택배 노동자를 알리고 싶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래서 주인공을 이종철 아닌 ‘이바다’를 통해 택배노동은 무엇이며, 택배에 일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그들은 나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택배 노동환경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그는 “택배의 경우 효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하청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래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으며 일하는 사람의 권리나 안전에 대해 무관심하다. 잘못을 지적하면 되려 짤리는 등 부당한 점은 분명히 있다”며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택배 노동자도 우리와 같은 이웃”
모든 사람에게 첫 번째는 정말 큰 의미가 있으며 잊을 수 없는 순간이기도 하다. 만화 ‘까대기’는 이종철 작가의 첫 장편 만화책이다. 첫 작품을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종철 작가는 아직 만화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출간 소식을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만화에 나온 사람 모두 실존인물은 맞지만 다 가명을 사용했다”며 혹시나 누를 끼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부모님께 들었던 반응도 의외라고 말했다. 그는 “고생했다, 잘했다는 말씀을 해주실 줄 알았다. 하지만 부모님이 못나서, 가난해서 이런 고생을 했구나” 라는 부모님의 반응을 전했다. 이종철 작가는 까대기를 하며 만난 많은 사람이 가난은 죄가 아닌데 죄로 생각하고, 주변 또한 죄로 인식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종철 작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첫 번째로 “택배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택배가격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택배산업 초기에는 적정한 가격이 책정됐지만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가격은 하락하고 그로 인해 현장은 힘들다”며 택배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특수고용직에 대해 정부를 비롯한 관계 단체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 있지만 그들을 보호할수 있는 보호망을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조금 더 세심한 정책과 관심을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만화의 주인공인 이바다는 물론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사람이 꿈을 꾸기 힘든 사회다. 눈앞의 어려운 현실에 자책하지 하지 말고 꿈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며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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