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 23

우크라이나, 유럽연합과 러시아를 이을까?   

동유럽에 위치하면서 러시아와 유럽 문화를 모두 간직한 나라가 우크라이나다. 이번 호는 우크라이나와 물류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유럽연합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국가들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면적이 가장 큰 나라로 한반도 면적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우크라이나의 남쪽에는 흑해가 위치하며, 총 7개의 국가와 국경을 맞댄다.

동북쪽으로는 러시아, 벨라루스 그리고 서쪽 바로 옆에는 몰도바가 있는데 이 3국은 구소련에 속해 있었고 지금도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다. 서쪽으로는 폴란드,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로 4국은 유럽연합에 속해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유럽연합의 중간에 위치한다. 수도는 북부 중앙의 키예프이며, 우크라이나의 동부는 친러시아적이고 서부는 친유럽적이다. 그래서 동부와 서부는 인종, 언어, 문화, 종교 등에서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의 지역감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각각 다른 물류 방식으로 교역을 해왔다.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아 등과는 흑해를 통한 해양 물류를,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등 구소련 지역과는 철도 물류를 하고, 유럽연합과는 트럭 물류를 해왔다. 일찍부터 유럽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철도와 트럭 물류가 활발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놓여 있다. 

크림 병합과 돈바스 내전
2014년 흑해에 있는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병합했다. 크림반도에 위치한 크림공화국은 우크라이나에 있는 유일한 자치공화국인데 말이다. 크림공화국은 원래 러시아계가 많았고, 친러시아 성향이었기에 주민 대부분은 러시아로 편입된 것을 반겼다.

우크라이나의 동부에 있는 도네츠크주와 루간스크주를 통상 ‘돈바스’라고 부르는데. 러시아로 편입하겠다고 하면서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고 2014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내전 중이다. 크림공화국, 도네츠크주, 루간스크주는 공식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지만 러시아의 실효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 여기는 우크라이나인들도 러시아를 통해서 입국해야만 한다. 이에 우크라이나의 실질 면적과 인구는 10% 이상 줄어들었다.

크림 병합과 돈바스 내전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분쟁 중이므로 미국과 유럽연합,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모스크바와 키예프 간 비행기 운항은 중단되었고, 열차와 차량 운행은 대폭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 가스관
가스는 러시아의 중요한 수출자원인데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터키, 발트해를 통해서 유럽연합으로 수출된다. 그런데 소련 시절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노선만 운영되었다. 우크라이나는 가스관을 통한 경유 운송으로 러시아로부터 매년 운송료를 받아왔는데. 우크라이나 예산 수입의 약 10%나 차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게 특별히 유럽 대비 낮은 요금을 적용하였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경유 가스를 조금씩 빼내 사용하곤 하였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요금을 체납하고, 불법적으로 가스를 빼낸다는 이유로 2006년과 2009년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한 운송을 중단하여, 유럽이 가스 부족 사태를 겪기도 했다. 따라서 가스관은 우크라이나에게는 특별하다.

노드 스트림
노드 스트림(Nord Stream)은 발트해에 위치한 가스관이다.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 항구~핀란드 영해~스웨덴 영해~독일의 그라이프스발트 항구 구간은 발트해를 가로지르는데. 약 1,200 km에 달한다. 세계 최장거리의 해저 가스관인데, 2012년까지 2개 라인이 만들어졌다. 우크라이나 가스관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에 따라서 공급이 불안정하지만, 노드 스트림은 우크라이나를 경유하지 않아 유럽과 러시아 간 안정적인 교역이 가능하다.

러시아와 독일이 노드 스트림의 기존 노선을 따라 추가로 2개 라인을 더 설치하는 ‘노드 스트림2’를 건설 중인데. 미국은 러시아의 유럽 가스 수출을 견제하려고 하며 우크라이나는 경유 운송에 대한 수입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흑해 중심의 해양 물류
흑해에는 약 20여개의 크고 작은 항구들이 있다. 우리나라, 중국에서 우크라이나로 화물을 보낼 때에는 통상 오데사(Odessa)를 사용한다. 오데사는 흑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항구 도시다.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사랑한다. 유럽이나 벨라루스 화주들이 중국과 물류를 할 때 시베리아 철도를 사용하지만, 우크라이나 화주들은 시베리아 철도를 사용하려 하지 않는다. 흑해는 우크라이나의 해양 물류를 발달시켰다. 부산에서 오데사까지 약 33~40일 정도가 걸리는데 Maersk, MSC, ZIM 선사가 강하다.

현재 현대상선 등 국적선사는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 통상 항구에서 수입 통관이 이루어지는데, 약 3~5일 소요된다. 항구에서 키예프까지는 약 470km정도이며, 트럭으로 약 8~10시간이면 도착한다.

우크라이나는 도난이 빈번한 편이다. 씰(Seal)이 훼손되지 않았는데도 운송 도중이나 항구 보관 중일 때에도 화물이 도난, 분실되는 경우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항구에서 통관하지 않고, 보세 운송을 하여 도착지 인근의 내륙 세관에서 통관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철도 물류
우크라이나는 제정 러시아 때부터 철도가 깔렸다. 발트해의 페테르부르크~모스크바~키예프~흑해의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지역은 제정 러시아 시절에 철로가 놓인 곳이었고, 나중에 시베리아와 연해주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된다. 우크라이나는 원래 철도가 발달했는데 약 23,000km로 세계 13번째로 긴 철로를 가졌고, 1600여개가 넘는 철도역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종사자는 40만 명이 넘는다. 우크라이나는 광궤 철도가 시작되는 유럽 지역으로, 유럽연합의 표준궤와는 차이가 있다.

유럽연합~우크라이나~러시아
우크라이나 서부 중심도시로는 ‘리비우’가 있다.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와 우크라이나를 연결하는 중심도시로 폴란드 국경과 가깝다. 리비우에서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국경 방향으로 가면 ‘초프’라는 국경도시가 나온다. 여기서 유럽연합의 표준궤와 구소련식의 광궤가 맞닿으면서 화차가 변경된다. 그러나 크림 병합과 돈바스 내전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2016년 7월 1일에는 두 나라 간 화물열차 운송이 중단되었다. 다행히 라트비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제3국 화차들은 국경을 넘어간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와 중앙아시아 간 교역 시 제3국 화차를 사용하거나, 러시아를 우회하여 우크라이나~흑해~카스피해~중앙아시아 루트로 교역하거나 트럭을 사용해야 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의 세관 심사가 강화되자,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물동량도 대폭 위축되었다.

따라서 ‘유럽연합~(벨라루스 또는 우크라이나)~러시아~중앙아시아~중국’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물류 중심루트에서 우크라이나가 약화되고 벨라루스가 대세가 되었다.
 
최근 코미디언 블라디미르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의 신임 대통령이 되었다. 과연 동쪽의 러시아와 어떻게 국경에서의 물류 관계를 설정해 나갈지가 사뭇 궁금하다. 

우크라이나, 유럽연합과 러시아를 다시 연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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