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홀로 성공하기 어려워, 정부가 컨트롤타워 역할 맡아야

미세먼지 개선책이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물류산업에서 클린 물류배송의 물꼬를 트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노력에 대한 성과를 내기는 아직 갈 길이 멀어 이에 대한 세심한 정책 보완과 산업계의 노력, 그리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업계의 합의안을 만들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물류시장에서 녹색 물류서비스를 가장 먼저 표방하고 관련 노력에 나선 곳은 우정사업본부다. 우체국 택배는 이른 시일 내에 일선 택배와 우편 배송차량과 일선 이륜 오토바이를 전기차량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시도 이륜차 10만대를 이른 시일 내에 전기이륜차로 바꾸겠다며 일선 물류기업들과의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그럼 이런 노력의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까? 이 질문에 답은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실제 물류배송 현장에서 정부가 기대하는 친환경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시장의 움직임들과 이를 위해 진짜 필요한 방안은 무엇인지 점검해 봤다.

▲전기 이용한 배송 하드웨어 속속 선보여, 기대감 높아
경유 차량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이륜차 제조사와 전기배터리 생산기업인 대림오토바이와 삼성SDI가 기존 이륜차를 대신할 전기이륜차에 필요한 공유 서비스용 배터리 팩 개발 MOU를 체결,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이륜차 제조 기업인 대림오토바이는 지난 22일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를 위해 배터리 전문기업 삼성SDI와 배터리 개발 사업제휴에 관한 MOU를 체결, 본격적인 관련 사업에 나섰다. 

 

양사는 상호 간 배타적 사업제휴 파트너십을 구축, 전기 이륜차용 배터리를 개발해 국내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사업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주요 MOU 내용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기존 이륜차를 대체할 전기이륜차 공유 서비스용 배터리 개발이다.

대림오토바이 관계자는 “기존 재피 E-zero를 넘어서는 전기이륜차 보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125cc급 이륜차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 미세먼지 개선할 추경, 전기이륜차만 쏙 빼
24일 정부는 경기부양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했다. 특히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조 5000억원 가량을 미세먼지 저감 사업에 투입, 정부의 미세먼지 해결 의지가 편성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부는 1조원이 넘은 추경을 통해 ▲미세먼지 배출원 감축 ▲국내외 미세먼지 측정·감시 강화 ▲친환경차 보급 등에 활용해 올해 미세먼지 배출량의 7000t을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추경은 미세먼지 핵심 배출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수송 분야에 다양하게 편성됐다.

구체적으로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사업에 2412억원을 투입, 노후 경유차 배기가스 저감장치(DPF) 부착사업에는 1185억원을 편성했다. 건설기계에 대한 엔진교체 9000억원, DPF 부착 사업 235억원에도 편성됐다. 또한 정부가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및 인프라 확충에도 총 2105억원을 투입한다. 전기버스 328대, 전기화물차 155대, 수소승용차 1467대 보급과 전기차 급속충전기 800기, 수소충전소 25개소 확충 등에 쓰일 예정이다.

반면 이번 추경과 관련, 이륜 물류시장 관계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관계자들은 “노후경유차, 건설기계, 친환경차 등 다양한 분야에 추경을 편성하면서 이륜차만 별다른 지원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2022년까지 전기이륜차 5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미흡하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주도적인 정책이 없으면 단순히 구호에만 그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륜 물류기업 관계자는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정책안을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며 “탁상공론에서 결정되는 미세먼지 개선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정책방안과 분야를 찾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예산 편성 통해 전기이륜차 인프라 플랫폼 구축, 정부가 나서야
정부는 이륜차의 미세먼지를 감축을 위해 전기이륜차 보조금 지급이란 당근책을 통해 2022년까지 5만 대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전기이륜차의 운행시간이 배터리 때문에 제한받는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다.

이륜 물류배송 물류기업 바로고 한순구 팀장은 “이륜 배송차의 경우 하루 80km 이상을 운영해야 하는데 현 배터리 성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전동 오토바이 현장 투입에 어려움이 있다”며 “배터리 성능을 높이거나 언제든지 교환하고 장착 가능한 표준화된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구축을 통해 연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면 이른 시간 내에 현 이륜차를 퇴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용 중인 이륜차 퇴출을 앞당기기 위해선 배터리 기술 향상을 통해 운행시간을 늘리거나 배터리팩을 범용화해 제조사와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고, 이렇게 제작된 배터리를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교환할 수 있는 공유스테이션 구축을 통해 손쉬운 충전 및 배터리 교체될 수 있도록 플랫폼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수소자동차 시장에서 수소 차량 제작은 민간에서 하고, 충전소는 정부 지원을 통해 확대하는 것과 유사한 구조라는 것이다.

대림오토바이와 삼성SDI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 운행이 가능한 공유배터리 스테이션을 구축, 친환경 이륜차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공유배터리 스테이션 사업은 2020년 3분기 서울/경기지역 시범 운영에 대해 국내 2~3개 업체와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며, 선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기업 간 협력을 통한 배터리 공유스테이션의 확대를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 중인 ‘GS 25’편의점을 통해 오는 6월부터 국내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고고씽’과 손잡고 충전 서비스 공간대여와 충전시설 제공을 위한 테스트 서비스에 나선다고 밝혔다. 고객들은 ‘고고씽’이 설치한 공유 전동 킥보드와 전기자전거 이용 뒤 가까운 GS25에 반납하거나 배터리 교환·충전을 이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유 스테이션 구축 외에도 앞선 사례와 같이 도심 거점을 활용해 배터리의 충전, 교체 거점을 만드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만 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결국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사업을 특정 기업이 아닌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통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정 이상의 투자비가 소요되는 이륜차용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사업을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예산 편성을 통해 조성된 사업비를 사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12일 경부고속도로 안성휴게소(양 방향)등 3개소에 수소충전소 구축을 완료하고, 고속도로 최초의 수소충전소를 정식 개장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기이륜차의 배터리 교체 방식 및 충전방식 표준화도 보급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로 지목받고 있다. 오랜 시간 보급이 진행된 전기차의 경우 선제적으로 표준화하지 못한 충전방식으로 운전자들의 혼란과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운행 중인 전기차 충전방식은 크게 ‘DC콤보’, ‘DC차데모’, ‘AC3상’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정부는 지난 2017년 비교적 충전 속도가 빠른 ‘DC콤보’를 표준으로 정해 2017년 이후 설치되는 충전소의 경우 표준방식 하나만 보급되는 추세다. 이 때문에 표준방식을 정하기 이전에 보급된 ‘DC차데모’, ‘AC3상’ 의 충전방식을 이용하는 차량들의 경우 차량 충전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선 전기차 충전소에 충전기가 1~2개 밖에 설치되지 않아 늘어나는 전기차 속도에 비해 적은 충전시설 역시 큰 불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각종 불편에도 불구하고 먼저 전기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정부의 미흡한 지원과 정책이 전기차 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퀵 등 이륜 물류 배송업체 김우식 대표는 “대림오토바이가 효율적인 보급을 위해 배터리 공유스테이션 표준을 정부 관계부처에 제안하고, 국내 전기이륜차 배터리 규격 통일화를 통해 원가 절감, 보급을 확대하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계획이 일선 물류현장에 연착륙하려면 더 많은 이륜차 제조사와 배터리 생산 관계자들이 자리해 보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정부의 전동 이륜차 보급이 단순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미세먼지 감축 효과와 보급을 위해선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편과 혼란을 교훈으로 삼아 일선 현장의 눈높이에 맞춘 세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단순 제휴나 보여주기식 전략에서 벗어나 별도의 전담 기구를 만들고 산업계와 전동 이륜차를 이용하는 이륜물류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물류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최근 사례에서 보듯이 자신들의 강점과 타 기업의 강점을 합쳐서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와 달리 특정 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협업과 공유를 통해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참여자들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