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당 1000원은 최대치, 일반 소비자 부담 크지 않을 듯

20여년 가까이 택배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줄 곳 내리막길만 걸어왔던 생활물류 서비스 대표주자 택배서비스가 가격인상을 공식화함에 따라 일반 소비자들을 포함해 관련업계가 동요하고 있다. 일부에선 ‘진작 인상해야 할 운임 이었다’는 반응과 함께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등의 체념어린 순응 등 희비도 엇갈린다.

한편 이번 택배운임 인상에서 주목할 부분은 택배운임 현실화 주체가 CJ대한통운이며, CJ대한통운의 운임 인상폭에 따라 나머지 택배시장 운임 인상여부도 좌우될 될 것이란 점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지적한 대로 택배요금 1000원 인상은 최대치일 뿐, 사실 이번 택배요금 인상이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 닿을 만큼의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국내 택배서비스 운임 추이와 가격인상 배경, 그리고 향후 운임 인상 폭에 따른 관련 택배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해 봤다.

초기 7천원에서, 現 2200원까지… 택배가격 비밀은
택배서비스가 첫 선을 보인 1990년대 택배가격은 수도권과 지방권으로 나눠 세변의 합과 무게에 따라 각기 다른 운임을 받았다.

예를 들면 화물의 세변 합이 120cm이하고, 10kg 미만인 A형 화물의 경우 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배송되는 택배가격은 4,500원 이었으며, 제주도로 배송할 경우 8,800원을 지불해야 했다.

기본형인 A형 택배화물의 경우 동일권역은 4,300원 ~ 4,500원, 지방권역은 최소 7,200원 ~ 8,800원의 운임을 받은 셈이다. 당시 화폐가치를 현재로 정확히 환산할 수 없지만, 대략 변환해 보면 수도권 내 택배가격은 7천원, 지방으로 보내는 가격은 1만 3천원 가량을 지불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도 2000년대 초 서울에서 부산으로 A형 택배를 보낼 때 약 6 ~ 7,000원 가량을 지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같은 택배가격을 지난해 택배 평균 가격인 2,229원과 단순 비교하면 약 1.8배, 당시 화폐가지와 비교할 경우 3배가량이나 높았던 셈이다.

이렇게 고가의 가격에도 불구, 서비스의 편리성 덕분에 택배산업은 해를 거듭하면서 성장했고, 전성기를 맞으면서 택배 춘추시대를 열기도 했다. 이후 서비스 평준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급기야 택배가격은 1996년 4,155원에서 1997년 택배운임이 자유화되자 소형화물이 증가, 2000년에 이르자 3,654원으로 폭락한다. 이후 택배가격은 20여년 가까이 지난 지난해까지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왔다.

이와 함께 초기 택배가격은 신고운임제로 운영했다. 정부로부터 가격을 통제받는 것은 아니었지만, 택배기업이 대체적으로 이정도 가격은 받겠다는 운임을 이용 고객들에게 사전 통보 한 셈이다. 최근 택배시장에서 신고운임제 이야기가 논의되는 배경도 이에 따른 것이다.

낮은 이익률, 인상 직접 원인 … 예전과 달리 대부분 반겨
지난 20여년 하락을 거듭해온 택배가격 인상의 직접 배경은 말 그대로 낮은 택배기업들의 이익률에 있다. 택배산업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 50여개에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택배기업들이 현재 4~5개로 감소한 이유도 1~2%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익률 덕분이다.

특히 택배산업은 산업적 특성상 일정 수익률을 거둬야 증가하는 물동량을 원활히 운영할 수 있어 터미널 확장은 필수다. 이 때문에 4~5년 주기로 택배터미널과 기타 장비 수급 시점에 택배시장은 재편을 맞곤 했다.

한편 투자력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소 택배기업들은 이 주기에 맞춰 인수 합병 또한 파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대기업 택배사들 역시 낮은 수익률이 오래 동안 고착화 되면서 최근 들어 이에 대한 폐해가 택배현장의 인사 사고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격이 인상되면 최우선적으로 그 동안 낮은 수익률로 위험성이 높아진 택배현장의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향후 인상될 가격 인상분은 택배 주야간 분류작업 개선과 택배현장 노동환경 선진화에 대부분 사용될 것”이라며 “배송 근로자 노동력을 줄이는 한편 야간 택배화물의 분류작업 환경 개선과 고객 접점에 자리한 택배배송원들의 수수료 인상에도 일정부분 배분시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는 3월1일부터 적용될 인상 폭은 일반 소화물의 경우 100원, 중량물등 취급이 어려운 상품들의 경우 최대 1000원 이상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전의 경우 택배사 한곳이 운임을 인상하면 여타 경쟁사가 저가 수주를 통해 물량을 가져가는 과당 경쟁 양상이 나타났지만, 이번 운임 인상이후엔 전체 택배사들의 동반 운임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나머지 택배기업 모두 더 이상의 저가 경쟁에서 어느 기업도 버틸 수 없는 임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이미 고객사들에게 ‘택배 운임 인상’ 관련 공문을 발송,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가격 조정 과정에서 일부 고객반발이 우려되지만, 대다수 고객들의 경우 택배운임 인상에 전향적인 수용의사를 표명하고 있어 새 계약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예상 된다”고 전했다.

여타 경쟁사 택배사 관계자들 역시 이번 CJ대한통운의 가격 인상에 미소를 짖고 있다. B 택배사 관계자는 “그 동안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나머지 택배사들은 가격인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왔다”며 “이번 택배가격 인상에 따라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숨통이 트일 전망”이라고 반겼다.

인상에 따른 물량 감소 없을 듯, 이형 화물 인상폭 클 듯
택배운임 인상에 따른 전체 택배 물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생활 밀착형 물류서비스로 전 국민에게 필수적인 서비스 상품인 만큼 가격을 인상한다고 해서 보낼 택배를 줄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한 가격 인상 폭도 대부분의 일반 택배상품들의 경우 100~200원 수준 정도여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큰 상승률은 아닌 만큼 택배요금 인상에 따른 물량 감소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커머스 화주들의 추가 가격인상이다. 소주가격은 100원이 올랐는데, 일반 음식점 소주가격은 1000원이 오르는 식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량물인 쌀과 절임배추, 생수 및 천차만별의 크기와 무게를 갖고 있는 가구들과 같은 이형 화물 등 택배현장에서 상품의 분류 및 픽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품목들의 경우 최대 1천원 이상 인상될 것으로 보여 소비자 비용부담은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은 이와 같은 상품 10개를 선정, ‘신 택배 최저운임제’를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중소 이커머스 화주들의 경우 개당 100원씩만 가격을 인상해도 택배비용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가격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TV 홈쇼핑 업계도 물류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는 “지난해 전국 택배 물량만 약 25억 개, 이를 국민 1인당 으로 환산하면 50개 수준으로 택배선진국인 일본(1인 약 30개)의 2배에 달한다”며 “개당 평균 100원씩만 인상해도 전체 매출 증가액만 2500억 원에 달하고, 현장 배송근로자 월 급여도 약 30만원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소비자는 “그 동안 저렴한 택배요금으로 서비스 불편에 대한 불평은 못했는데, 이번 요금 인상을 통해 택배서비스가 보다 낳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택시요금처럼 가격 인상 후 똑같은 잦은 사고와 엉터리 서비스에 벗어나 고객과 택배근로자 모두 상생하는 시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여년 동안 인상이 없었던 택배시장에 이번 가격인상이 국내 택배산업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기를 소비자뿐 아니라 모든 관계자들이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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