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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정책 수립과정, ‘정부·민간·고객’ 모두 참여해야
손정우 기자 | 2315news@klnews.co.kr   2018년 12월 03일 (월) 09:48:22

산업형태가 글로벌하게 급변하고 이에 따른 무역환경도 빠르게 변화하면서 국제간 물류서비스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물류 부문은 국내 기업과의 경쟁이 아닌 글로벌 물류기업과의 치열한 생존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물류산업은 지금까지와 다른 사업의 효율화 추진 등 시대변화에 따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이제까지 물류정책이 수동적 개선에 그쳤다면 이젠 기존 틀을 벗어나 다양한 주체와의 연계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만들어 독립된 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 물류시장이 규제완화 및 철폐요구, 대형 물류기업과 중소기업 간 하청관계로 인한 갈등을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에서의 소모전이 이어지며 수많은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당장 대기업 물류 자회사인 2PL기업과 3PL기업간의 역할 정립, 우체국택배와 민간택배사와의 불공정 시장여건, 쿠팡의 물류시장에서의 위법 논란, 한진해운 파산에 대한 해운 물류경쟁력 약화, 물류현장의 노사 간 갈등 등은 시장에서 자율적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어 정부의 주도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찬익 수석연구원은 이날 좌담회에서 ‘일본의 물류관련 정책 동향 및 시사점과 국내 물류정책의 나가야 할 방향성’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우리 물류정책은 물류업체들만의 의견이 아니라 관련 정부 부서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등 모든 주체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논의 내용은 꼼꼼히 문서화해 과거부터 현재와 미래 정책방향에 참고할 수 있게 해야 하며, 관련 논의 내용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과연 이웃나라 일본의 물류정책 동향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벤치마킹해 우리 물류정책은 무엇을 준비하고 지향해야 하는지 정리해 봤다.

다양한 주체 간 연계 통해 종합적·일원화 돼 추진
이웃나라 일본의 물류정책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물류환경을 둘러싼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물류행정 관계부처 간의 연계를 통해 정책이 종합적이면서 일원화 돼 추진된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 모델이 바로 ‘종합물류시책대강(이하 ‘대강(大綱)’,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항에 대한 근본이 되는 내용’을 의미하며 우리말로는 요지, 영어로는 outline에 해당함)’이다. 1997년 4월 처음 시작된 대강은 5년 단위로 수립, 최근 제6차 대강(2017~2020)을 수립해 발표했다. 이처럼 ‘대강’을 살펴보면 일본의 물류정책이 어떻게 논의되고 결정되는지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우선 일본은 제6차 대강 수립을 위해 우리나라의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하는 국토교통성 및 경제산업성에서 27명으로 구성된 대강 책정을 위한 ‘유식자검토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한다. 우리가 국토교통부 홀로 정책을 만드는 것과 출발부터가 다른 셈이다. 일본의 ‘유식자검토위원회’는 물류관련 사업자단체(일본물류협회, 항공화물운송협회, 일본창고협회, 자동차공업회, 일본무역회, 기계수출조합, 전자기술산업협회, 노동조합연합회 등) 및 화주관계 사업자단체 등의 의견을 청취한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대강의 입안과정에서부터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이렇게 수렴한 의견을 반영하여 수립한 제6차 대강에서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에 의한 ‘물류의 생산성과 물류자체의 가치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관성 있는 정책마련과 구체적 목표 설정이 절실해
일본 물류정책의 기반이 되고 있는 ‘대강’과 같은 우리의 국가물류기본계획은 ‘물류정책기본법’ 제11조(국가물류기본계획의 수립)에 근거, 물류분야를 포괄하는 법정 기본 계획이다. ‘물류정책기본법’ 제13조(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 및 해양수산부장관은 국가물류기본계획을 시행하기 위해 매년 연도별 시행계획을 공동 수립하고 있다.

물류정책기본법은 물류분야 전반을 포괄하는 종합적 발전 방향과 추진 전략을 제시하고 타 법령의 물류관련 계획에 우선하며, 향후 10년간의 종합적 정책 방향을 제시하여 국토·교통·항공·해운·철도 등 관련계획과의 유기적 연계 및 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국가물류기본계획(2016~2020)은 ‘물류혁신과 신산업 창출을 통한 글로벌 물류강국실현’을 비전으로 3대 목표와 4대 전략을 수립, 28개 세부목표를 발굴해 추진 중이다. 특히 3대 목표 중의 하나로 물류경쟁력지수(LPI)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물류정책 대의만 있고, 정권 바뀌면 틀까지 바꿔
일본과 우리나라의 물류정책 수립과정은 큰 틀에서 유사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큰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박찬익 수석연구원은 주제발표 후 “우리의 경우 정권이 바뀌면 물류정책 방향이 큰 틀에서 바뀌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일본의 경우 기본 정책변화가 없으며 출산율 감소, 노령화, 기술 발전 등 주변 환경적 요소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물류정책은 목표와 방향성이 없고, 세부적인 수치도 제시하지 못한 채 단순한 LPI지수 10위권 진입이라는 대의만 있다”며 “급변하고 있는 환경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산업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외적으로 우리의 LPI는 ‘07년 25위에서 ‘18년 25위를 기록, 10년 전과 비교할 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가물류기본계획(2016-2025)에서는 ‘산업 트렌드변화에 대응한 고부가가치 물류산업 육성’ 전략 중의 하나로 국가물류서비스 품질제고를 통한 LPI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세부 실행방안은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LPI 절대 신뢰 무리, 국제물류 지수 하락은 한진해운 파산
이에 대해 패널로 참여한 인하대 김용진 교수는 “월드뱅크에서 발표하는 LPI가 과연 신뢰할만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LPI의 경우 월드뱅크가 전문가 설문조사로 진행해 순위를 매기고, 지금까지 6번 발표됐는데,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계량화된 지표가 아니고, 선입견과 느낌 등으로 결정되어서 상위권에 유럽국가가 많은 만큼 이 지수에 좌지우지 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대한민국의 국제물류부문 물류경쟁력이 낮아진 배경에는 한진해운 파산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 된다”며 “6가지 지표의 구체적인 숫자 보다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의 변동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우리도 이렇듯 지속 가능성 있는 지표의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찬익 수석연구원은 “물론 독일과 일본의 LPI지수 변동성이 크지만 대한민국 국가물류기본계획의 경우 수량화 시킬 수 있는 부분은 목표치를 수치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걸림돌은 무엇인지, 또 목표치를 수정하는 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물류정책 수립에 관계자들 동의해야, 업계 의견 수렴 절실
KMI 김형태 선임연구원은 “물류정책 수립 시 우리도 일본처럼 물류관련 이해 당사자인 산업계의 이해를 구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야한다”며 “일본의 경우 정책결정에 이들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관계자들의 의견이 중요시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본의 경우 산업계 의견을 중요시하지만 우리는 이런 점에서 부족하다”며 “일본은 유식자그룹을 통해 공동으로 물류정책을 수립하고, 학자뿐 아니라 일반 산업계를 대표하는 많은 관계자들이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이들의 의견이 존중되지만, 우리의 경우 연구 용역위주로 정책계획(안)이 수립되는 등 주관 정부 부서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김형태 선임연구원은 “향후 물류정책 수립에 있어 정부가 주도하고, 커버하기에는 복잡화 되고 시장변화가 큰 만큼 관련 업계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 결정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며 “중앙 집권적인 정책 방향 설정 이외에 지역별 추진전략에 맞춰 정책의 섬세한 방향 설정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실제 일본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의 산업적 기술격차로 지역별 편차가 커 지역별 추진전략 설정이 다르다”며 “우리 역시 지역별 특성에 맞는 물류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국제물류 관할 부서 없어, 자료수집 공개도 필요
박찬익 수석연구원은 “국토교통부 편재에 속하는 국제물류 관련 관할 부서자체가 없다”며 “일본의 경우 국제물류를 전담 총괄하는 부서와 인력을 통해 국제물류부문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일원화 된 총괄부서와 전문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 했다.

이와 함께 “급변하는 물류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 자금지원 및 세금 감면 혜택을 일본처럼 ‘선 시행 후 보상’의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신청 후 심사, 지원까지 소요되는 구조는 물류기업 운신의 폭을 좁히고 변화에 대한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찬익 수석연구원은 “우리도 물류부문 주관부처와 유관 부처가 협력은 하고 있으나 좀 더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요하다”며 “관련 논의에 대한 정보 공개 여부도 일본처럼 과거 어떤 단체에서 누가 무엇을 주장했으며, 어떤 부분이 반영되어 수정이 됐는지 20년의 자료를 100%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찬익 수석연구원은 주제 발표와 좌담회 내용을 정리해 보면 현재처럼 물류산업 정책 관계자 일부가 모여 구체화된 내용 없이 행하는 거시적 정책논의에서 벗어나 일본처럼 물류업과 연관된 모든 관련부처 및 참여자들의 정책적 의견을 수렴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여기서 논의된 모든 부분을 기록하고 누구나 관련 정보를 통해 구체적인 정책목표를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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