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달리는 ‘勞·勞, 勞·社’간 이전투구, 소비자만 골탕

지난 10월29일 CJ대한통운 대전 터미널에서 택배분류작업자가 사망하는 사고는 급기야 택배파업이란 결과로 나타난 뒤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하고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노노, 노사 간 이전투구’로 전락했을 뿐 파업 이면에 숨은 속내는 각기 다른 모양세 다. 따라서 현 대결구도는 노노, 노사 뿐 아니라 최종 소비자까지 손해여서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쓴 소리가 나온다.

반면 일부 누리꾼들이 택배파업 응원에 나서면서 이번파업의 논란을 더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해법은 결국 택배비 인상을 해야 하는 것으로 마무리 될 텐데, 고객 자신들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면 누리꾼들이 과연 지금과 같은 응원에 나설지도 두고 볼 일”이라며 “이번 파업이 노조가 주장한 택배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려면 진정성 있는 논의의 장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택배파업 사태와 더불어 노노·노사 간 대결구도는 지난 25 여 년간 쌓인 근본적인 택배업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택배파업 속내, 勞-‘노동조합’ 인정, 社-불인정

택배노조는 이번 파업의 명분으로 근로환경 개선과 사망 사고의 진심어린 사과 및 방지대책을, 택배대리점과 일선 택배배송 근로자들의 택배 본사의 부당 노동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이번 사태원인 해결방안과 또 다른 사망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해법은 내리막길만 걸어온 캔 커피 한잔가격에도 못 미치는 낮은 택배가격에 있음을 양측 모두 인식하고 있다. 결국 양쪽 모두의 진짜 속내는 택배비를 인상해야 누구도 손해 보는 것 없이 지금 표방하는 파업의 명분을 만족할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이에 대한 직접 언급은 하지 않는다. 이유는 자칫 택배비 인상을 먼저 언급할 경우 소비자들의 역풍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터미널 운영정지 처분과 함께 이번 사태의 책임을 오롯이 택배기업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사태 해결에도 하등 도움이 안 된다. 또 정부가 지금 같은 방관자식의 태도를 계속할 경우 CJ대한통운뿐 아니라 여타 택배기업들의 또 다른 사망 사고와 진짜 택배대란은 불가피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번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택배노조의 핵심 대외 명분은 앞서 언급대로 사망사고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사고 재발대책이었다. 그러면서 노조는 지난 25일 CJ대한통운 대전허브터미널 재가동에 대한 논평에서 “CJ대한통운이 이제라도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은 것에 대해 다소 미진하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노조의 논평 마지막문구에 있다. 노조는 “다만, CJ대한통운이 안전대책을 제대로 이행할 것인지 의구심을 버리기 어렵다. 여전히 노동조합과는 일체의 대화를 거부하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또 다시 합법적인 노동조합의 정당한 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며, CJ대한통운이 자행하는 온갖 갑질로 택배기사들은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파업의 진짜 속내는 택배노조의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숨은 전략이 담겨져 있는 반면 CJ대한통운은 노조가 내 놓은 노동계의 노조 인정 프레임을 거부, 애초 갈등과정에 밝힌 대로 노조원들을 직접 고용한 당사자인 대리점 협의회와 논의하라는 일관된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당장은 혼란 가중, 근본 해결책 지금이라도 논의해야

이번 택배 파업은 전체 5만 여명의 택배근로자들 가운데 파업 참여한 예상 노조원의 경우 700여명에도 못 미쳤다. 또 택배수요가 가장 많은 수도권 파업 참여자는 거의 없어 우려하는 택배대란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하지만 택배현장의 혼란 가중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CJ대한통운은 파업에 따른 서비스를 원활히 하기 위해 직영 근로자들을 투입하는 한편 파업지역 집하도 금지하는 등의 조치로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합법 노동조합의 교섭을 거부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하금지 조치’ 등에 나선다”며 소비자 피해를 명분삼아 대체 근무자들의 업무 방해에 나서는 무리수를 썼다.

이처럼 택배파업은 노와 사 사이에 절벽 끝 대결구도를 보였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들로 남게 될 것이며, 종국에는 파업에 나서고 있는 노조원이면서 택배근로자들과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 일선 택배 대리점주, 택배 본사 등 모두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손해만 보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파업이 아니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터미널에서의 부당노동행위를 개선하고, 사망 사고 대책을 마련하라며 파업에 나섰지만, 사고 재발방지와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은 파업이 아니다. 택배업계 원로들은 “이제부터라도 양쪽이 머리를 맞대고 노동환경 개선 방안과 미래 택배시장의 발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교수도 “기업은 노조의 입장에서, 노조는 기업의 입장에서 한발씩 양보를 통해 지금의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택배노조의 경우 파업에 이어 이제 막 운영에 들어간 터미널 작업을 방해하거나 불법 점거 등의 과격한 행동에 나설 경우 여론도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사측 역시 택배대리점 점주를 앞세우지 말고, 직접 협상의 장으로 나와 노동환경 개선 방안을 현장 근로자들과 함께 고민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정부 역시 시장을 방관만 하지 말고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편의점업계 본사 이익 증가세인 반면 택배는 영업이익률 점점 낮아져

택배시장과 편의점 시장은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초기 노노갈등에서 노사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한 가지 차이점은 편의점 업계(주요 5개사)의 경우 지난 10년 동안 가맹점수 3.7 배 증가, 본사 전체 매출액 3.3배 증가, 영업이익 3.8배, 당기순이익 5.8배 늘어난 반면 일선 편의점주의 연평균 매출액은 1.2배 증가하는 등 상반된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반해 택배시장은 택배 본사의 택배영업 이익률의 경우 고작 1.5%에 그치며, 이번 사망 사고가 발생한 CJ대한통운의 경우 터미널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한 휠소터 설치비용만 1200억 원이 넘어 이익률은 더욱 하락하는 상황이다. 노조는 ‘공짜노동 분류작업’으로 인해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과 하루 7시간 분류작업에 대한 보상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기준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매출평균은 560만원으로 제반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은 420만원이며, 연간 7000만원 이상의 고소득 택배기사 비율이 23%에 달하는 만큼 일부 노동시간을 줄이고, 분류작업 비용을노사가 각각 부담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일선 택배근로자들의 불만을 모두 수용하기는 택배기업과 택배노조 모두 현실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

따라서 노조와 택배본사 모두가 지금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고 상대방에게만 양보하라는 식의 지금 대립방식은 아무런 결과물 없이 결국 모두가 손해인 셈이다. 이제라도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여 진정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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