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현장 일 힘들고 비전 없지만 생계 유지 위해 출근

국민 소득이 높아지며 사회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힘들거나 위험한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피 현상이 큰 업종을 3D업종이라 부른다. 현장, 생산직 등이 대표 3D업종으로 분류되곤 했다.

최근에는 물류현장직도 3D업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노동 강도가 강하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고 평가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도 물류현장은 3D업종 중 하나로 분류됐지만 최근 들어 물류현장에 종사하는 근무자들이 늘어나며 평가의 정도가 더욱 낮아지고 있다. 평가가 나쁘다보니 자연스레 기피하는 이들은 더욱 증가하고 있으며, 그러한 현상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물류현장 근무 기피 현상은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물류의 병목현상이 생겨날수록 대국민 물류서비스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걱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물류 거점 수와 면적이 커져 인력이 더욱 필요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 수급의 어려움으로 운영상에 많은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근무 희망자는 갈수록 줄어드는 인력 공급 불균형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누구도 이러한 현상의 발생 원인과 개선점을 찾으려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와 물류산업연구원에서는 보다 심도 있는 물류현장의 실태를 확인함과 동시에 물류현장 내 존재하는 문제점을 도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물류산업 근로 현장 및 고용실태’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좀 더 객관적이고 폭넓은 결과물 도출을 위해 현장을 책임을 지고 있는 관리자들과 근로 현장에서 묵묵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 중인 현장 근로자들을 각각 나눠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본 설문조사는 지난 9월 12일부터 약 보름간에 걸쳐 진행됐다. 우선 근로자 측면에서 본 물류현장 근로 환경 및 노동실태 분석 자료를 살펴보았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은 7개의 인력도급업체의 도움을 받아 물류센터, 택배터미널에서 근무하고 있는 8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설문의 형태는 문자와 SNS를 통해 진행됐으며, 회신은 108개의 회신을 받았다.

대부분 일용직, 당장 수입 필요해 물류현장 선택
생활비 등의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 물류현장 근무를 선택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물류현장 근로자들에게 물류 현장에서 일을 하는 이유를 물은 결과, 근로자들의 38.0%(41명)가 ‘생활비 등 당장 수입이 필요해서’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응답자의 30.5%(33명)로 ‘경력과 전문성이 없어도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서’를 꼽았다. 그 뒤로는 ‘다른 일은 나이 때문에 뽑아주지 않아서’가 12%(13명)가 3번째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지만 응답률은 상위 두 개의 응답에 비해 상당히 낮게 나타났다. 또한 함께 제시된 선택항목 중 ‘내가 일하고 싶은 날만큼 일할 수 있어서’, ‘일자리 공급이 항상 많아서’, ‘근로환경이 괜찮아서’는 소수의 응답이 있었으며 ‘다른 일보다 돈을 더 벌 수 있어서’의 응답은 전혀 없었다.

고용 형태는 일용직(아르바이트)이 63%(68명)로 가장 많았다. 일용직(아르바이트)다음으로는 정규직의 형태가 25.9%(28명)로 많았으며, 계약직의 고용형태가 11.1%(12명)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물류현장 전체 경력은 3년 미만이 37.1%(40명)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5년 미만으로 25.9%(28명)였으며 1년 미만은 14.8%(16명)였다. 10년 미만과 10년 이상은 각각 11.1%(12명)로 집계됐다.

한편 근로자들은 물류현장에서 언제든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물류 현장에서 언제까지 근무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다른 일자리를 구하면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응답이 38.9%(42명)로 가장 높게 나왔다. 현재는 불가피하게 근무를 하고 있지만 언제든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 이직 또는 퇴직하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는 뜻으로, 어떻게 보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씁쓸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5년 미만이 26.9%(29명)를 차지했으며, ‘가능한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다’에 대한 응답도 14.8%(16명)로 집계됐다.

한편 근로자들은 물류현장 선택 시 임금 수준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류현장 근로자들에게 물류현장 선택 시 고려사항에 대해 설문(복수응답 3개 선택)을 실시한 결과, 근로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임금(73.9%, 68명)인 것으로 나타난 것. 다음으로는 노동 강도(56.5%, 52명)와 근무 시간(52.2%, 48명)이 뒤를 이었으며, 근로환경(39.1%, 36명), 현장의 접근성(21.7%, 20명), 휴게시간(8.7% 8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10시간 근무, 추가 근로 빈도 높아
물류현장 근로자들은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사 및 휴게시간을 포함한 하루 평균 근로시간을 물은 결과, 근로자들의 54.6%(59명)가 10시간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뒤로는 9시간 근무가 30.6%(33명)로 많았다. 하지만 11시간 이상 근무한다(11.1%, 12명)고 답한 근로자와 12시간 근로한다(3.7%, 4명)고 답한 이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장시간 근무와 더불어 이들은 야근과 추가 근로 빈도가 잦은 것으로 조사됐다. 야근 및 추가 근로 빈도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근로자의 59.2%(64명)가 ‘많은 편이다’고 답했다. ‘매우 많은 편이다’고 답한 이들은 6.5%(7명)였다. 한편 ‘거의 없는 편이다’에 대한 응답은 26.9%(29명), ‘없다’는 응답은 7.4%(8명)였다.

다행인 것은 추가 수당 등이 발생했을 때의 임금은 잘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추가 근로 시간에 대한 수당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연장근로 시간을 정확히 계산해서 받는다’에 대한 응답이 79.6%(86명)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일부시간만 지급 받는다는 응답(13.9%, 15명)과 실제 연장시간과 무관하게 정해진 기준에 따라 받는다는 응답(6.5%, 7명)도 일부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곧 불합리한 노동 착취 현상이 일부 발생되고 있다는 것으로, 보다 철저한 지급 체계 구축과 관리가 요구된다.

타 업종보다 힘들고, ‘상하차’ 작업 가장 기피
근로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류현장의 노동 강도는 타 업종 보다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류현장의 노동 강도가 다른 업종과 비교했을 때 어떤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과반수이상이 높다고 답했다. ‘보통이다’가 36.1%(39명)로 가장 많았지만 ‘높다’ 33.3%(36명)와 ‘매우 높다’ 26.9%(29명)의 두 개의 비율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한편 노동 강도가 낮다고 답한 비율은 3.7%(4명)에 불과했다.

힘든 물류 현장이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기피하고 싶은 작업 분야는 ‘상하차’ 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업무 중 가장 회피하고 싶은 작업 분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4.7%(59명)가 상하차 업무를 꼽은 것이다. 다음으로 힘들어하는 작업은 포장/검수(25.9%, 28명), 분류작업(8.3%, 9명), 입출고(3.7%, 4명) 순이었다. 피킹에 대한 응답은 없었으며, 딱히 힘든 업무가 없다고 답한 근로자는 7.4%(8명)였다.

임금 상승 요인 적고, 정규직 전환 희망 크지 않아
물류현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느끼는 임금 수준에 대한 만족도는 일반적인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받고 있는 임금 수준에 대한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보통이다’가 51.9%(56명)로 가장 높은 응답을 보인 가운데 ‘그렇지 않다’에 대한 응답이 23.1%(25명)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그렇다가 16.7%(18명), 매우 그렇지 않다 5.5%(6명), 매우 그렇다 2.8%(3명) 순으로 집계됐다. 임금에 대한 만족도는 대체적으로 불만족스럽지만 그 크기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 진다. 하지만 이들은 물류현장의 근무 기간, 작업 숙련도에 따라 임금 인상 요인이 크지 않다는 것에는 다소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기간, 작업 숙련도 등에 따라 임금 수준의 차이가 발생하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42.6%(46명)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전혀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응답도 13.9%였다. 이는 곧 물류현장 근로자들이 느끼는 임금 인상요인이 거의 없는 것으로, 다르게 보면 근로자들에게 물류현장은 장기 근속할 이유가 없는 곳이라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경력을 쌓아도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는 현장 근로자들의 인식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물류현장에서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에 대해 물어본 결과, 근로자들의 63.9%(69명)가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이중에서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답한 이의 비율이 33.3%(36명)를 차지했다. 반면 가능성이 있다는 20.4%(22명), 가능성이 높다는 15.7%에 불과했다.

한편 근로자들의 경우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찾아와도 수용할 뜻이 별로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전환 수용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긍정적인 답변(33.4%) 보다 부정적인 (42.5%) 답변이 높았다.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 근로자들은 비전이 없고(62.5%, 68명), 급여상승 요인이 없으며(50%, 54명)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37.5%, 41명)이라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를 보면 근로자들은 기본적으로 물류현장에 대한 불신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이직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현장에서 다른 물류 현장으로의 이직 경험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70.4%(76명)였으나 ‘없다’고 답한 이는 29.6%(32명)에 불과했다. 이직의 원인에 대해 근로자들은 임금 수준(42.1%, 32명)과 출퇴근의 편의성(36.8%, 28명), 노동 강도(21.1%, 16명)등을 꼽았다.

부당한 대우 받지만 꾹 참고 마는 근로자들
물류현장에서의 근무 중 관리자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근로자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자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지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5.0%(81명)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그냥 참고 견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81명의 중에 80.3%(65명)이 그냥 참고 견딘다고 답한 것이다. 회사에 보고하고 공식적으로 처리한다는 이는 14.8%에 불과했고, 나머지 4.9%는 노동청이나 경찰 등 공적 기관 등을 이용하여 개인적으로 구제를 받는다고 답했다.

타 업종 대비 만족도는 ‘보통’ 수준
타 업종의 현장인 건설, 공장, 식당, 편의점 등과 물류현장 모두를 선택할 수 있을 때 근로자들은 어느 근무지를 먼저 선택할까. 물류현장은 몇 번째로 선택받을까.

물류현장은 3순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 근로자들의 타업종 대비 물류현장의 선호도를 확인해본 결과, 물류 현장을 3순위로 꼽는 비율이 38.9%(42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1순위가 29.6%(32명)였으며 2순위가 14.8%(16명)로 많은 응답률을 보였다.

물류현장을 우선 선택하는 배경은 ‘경력과 전문성이 없어도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서(52.8%, 5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내가 일하고 싶은 날만큼 일할 수 있어서’(17.6%, 19명)와 ‘다른 일은 나이 때문에 뽑아주지 않아서’(16.7%, 18명) 순으로 집계됐으며, ‘다른 일보다 돈을 더 벌 수 있어서’와 ‘근로환경이 괜찮아서’는 각각 8.3%, 4.6%를 차지했다.

타 업종 대비 만족도에 대해서는 응답자들의 대부분이 ‘보통이다’고 답했다. 하지만 중간부분인 ‘보통이다’를 제외하면 불만족에 대한 응답이 많았다. 타 업종 대비 회사 대우(47.3%, 51명)와 근로시간(53.7%, 58명), 고용 안정(48.1%, 52명), 임금 수준(44.5%, 48명), 노동 강도(42.7%, 46명) 만족도에 대해 근로자들은 모두 ‘보통이다’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

현장 실태 요약 - 근로자입장

▲ 물류현장의 근로자들은 고졸 학력을 가진 30~40대 남성이 주를 이루고 있다.

▲ 근로자들이 물류현장에서 일하는 이유는 생활비 등 당장의 수입이 필요하기 때문이거나 경력과 전문성이 없어도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조사 됐다.

▲현장 근로자들은 정규직이나 계약직 보다 일용직(아르바이트)의 고용 형태로 근무하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 근로자들의 물류현장의 전체 경력은 3년 미만으로 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른 일자리를 구하면 당장 그만두고 싶다는 근로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 물류현장을 기피하는 원인으로는 업무의 강도가 높고 임금은 높지 않은 반면 현장의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도도 높기 때문이며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비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현장 근로자는 대체로 정해진 업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각 업무에 대한 경력이나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알 수 있었으며 현장의 인력 부족으로 잦은 야근과 추가근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근과 추가 근로에 대한 수당은 잘 지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근로자들이 느끼는 물류현장의 노동 강도는 높은 수준이며 이중 상하차에 대한 업무 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임금에 대해서는 불만이 존재하고 있으며 경력이나 숙련도에 다른 임금 수준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돼 근무 경력이 근로자들의 수입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적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현장 근로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근로자들 또한 정규직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비전이 없다는 점과 급여 상승 요인이 적다는 것이었다.

▲ 물류현장 내 근로자들의 이직은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직을 하는 이유는 임금수준과 출퇴근 편의성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 현장 근로자들의 물류현장 선호도는 중간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경력과 전문성이 없어도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