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지는 북방물류 선점, 지자체·기업 관련 TF 구성

대한민국은 70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물류산업도 이러한 변화에 따른 새로운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현실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아직 확답을 할 수 없지만 이 변화에 대해 가장 근접해 있는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이것이 현실이 된다고 하더라도 헤쳐 나가야 할 문제는 산재해 있다. 특히 물류산업은 기본 인프라를 구성하고 이를 활용해 사업화 하는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완전한 개방이 아니라면 이전의 개성공단의 문제처럼 리스크는 그대로 짊어지고 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협력, 남북물류를 넘어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실크로드는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OSJD 정회원 가입, 가능성 열렸다
지난 7일 키르기스스탄에서 열린 OSJD(국제철도협력기구) 장관급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정회원으로 가입되면서 향후 유라시아 철도를 활용한 북방 물류에 청신호가 켜졌다. OSJD는 유라시아 대륙철도 운영국 협의체로 가입은 회원국의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정회원으로 가입이 가능한 협력기구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북한의 동의를 얻지 못해 정회원으로 가입하지 못하고 제휴회원으로 활동해왔다. 이번 정회원 가입으로 한국철도공사는 운영기관의 자격을 얻게 됐으며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을 포함한 국제노선 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정회원 가입 전에는 북한이 길을 열어준다고 하더라도 철도 노선이 지나는 회원국과의 개별 협정이 필요했기 때문에 철도로 유럽을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번 정회원 가입을 통해 OSJD가 관장하고 있는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 국제철도여객운송협약(SMPS)등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 있어서 중요한 협약들을 타 회원국들과 체결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되고 화물운송 통관절차에서도 회원국 사이에는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즉 남북의 철도가 연결된다면 부산항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철길을 통해 유럽까지 운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북방물류 거점, ‘나야 나’
북방물류와 관련 있는 지자체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곳이 부산이다. 남북철도가 이어지고 이 노선이 유럽까지 연결된다면 가장 수혜를 받는 지역은 부산 지역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부산은 우리나라 최대 항이 자리 잡은 곳으로 유럽으로 통하는 철길의 기점이 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2015년 부산시가 중국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을 방문에 환동해권 경제, 물류, 관광 등의 교류확대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된 북방 경제도시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북방경제도시협의회의 교류회에 앞서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시, 마이즈루항진회가 회원으로 신청했고 일본 니가타현, 돗토리현 등이 올해 옵서버 회원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몽골 울란바토르시가 회원으로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TSR, TCR, TMGR 등에 관련된 주요 지역들이 철길이 연결될 시기점의 역할을 할 부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항시도 지난 8일 시청 회의실에서 경제, 문화, 관광, 농업, 수산, 항만 관련 부서장들이 참석한 북방경제협력 추진T/F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필요한 사업추진에 만전을 기하기로 한 것. 또한 앞으로 포항시는 북방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출범해 지역 산학연과 북방지역을 연결해 북방진출 네트워크 구축과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중단된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재추진하는 등 북방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동해상공회의소도 지난 4일 동해·묵호항 남북교역과 북방물류전진기지 육성을 대통령과 해양수산부 장관 등에게 건의한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문을 통해 동해·묵호항을 남북교역과 북방물류의 전진기지로 육성하고 나진~동해항간 정기해상항로를 남북해운합의서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동해항 3단계 개발 사업에 컨테이너전용 부두 건설, 동해항 항만 배후단지 조성 등이 정부 계획에 반영되어북방물류전진기지로 발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열리기 전 준비하는 기업
기업들의 준비도 한창이다. CJ대한통운은 물류기업 중 가장 공격적으로 북방물류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5월 CJ대한통운은 TCR과 트럭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국제복합운송서비스인 유라시아 브릿지 서비스를 출시했다. 철도와 트럭을 이용해 유럽지역까지 배송하는 Door to Door 서비스인 유라시아 브릿지 서비스는 1단계 중국 청두역과 폴란드의 로즈역, 독일 뉘른베르크역, 네덜란드 틸버그 역을 연결하는 경로로 운영을 시작했다. 3월 러시아 물류기업 페스코와의 러시아 내 물류사업 및 TSR 이용 협력 MOU체결에 이은 서비스로 북방물류 확대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5월 중국 랴오닝성 최대도시인 선양에 플레그십센터를 개소했다. CJ대한통운은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자회사인 CJ로킨의 48개 거점과 22개물류센터, CJ스피덱스의 40여개 지역 물류센터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중국내 사업을 강화해 가면서 북방물류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유통기업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은 롯데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 3일 그룹 내 북방 TF를 구성한 것으로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북한, 러시아 연해주, 중국 동북 3성을 아우르는 북방지역에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호텔과 연해주 지역의 영농법인, 토지경작권을 인수해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의 관광 사업을 활성화하고 영농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롯대그룹은 물류분야에 있어서 롯데글로벌로지스(前 현대로지스틱스)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로 인수전 금강산 특구, 개성공단 자재 운송 경험이 있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북방물류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그룹도 준비에 들어갔다. 현대아산은 지난 5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TF를 가동하고 이에 맞춰 이영하 현대아산 대표이사를 팀장으로 하는 남북경협재개준비TF를 별도로 구성했다. 대북사업의 독점권을 가졌던 현대아산이 이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남북관계가 정상화 되고 대북사업이 시작된다면 빠른 시간 안에 기존 사업을 정상화 시키고 향후 SOC 사업까지 진출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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