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현장과 소통 늘리고, 소비자·택배기업 ‘배려’ 절실

여전히 입주민과 택배기업들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남양주 다산신도시 택배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재발 방지책 마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와 유사한 경험을 슬기롭게 해결한 사례도 있어 이번 논란을 통해 성공 사례는 벤치마킹하고, 문제점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다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다산신도시 택배대란 사태에 비롯된 전국 택배서비스 현장의 해결 방안을 취재해 본 결과, 대부분의 경우는 주민들의 배려와 택배서비스 노동자들의 양보가 어우러지면서 해소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경우 택배현장과의 소통을 늘리고, 법과 제도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소비자는 택배현장의 고충을 인식해 이들에 대한 배려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논란의 대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실버택배 보급의 원칙도 없으며, 무인 택배함 구축 재원 등도 아직 뚜렷한 방향성이 없는 만큼 논란을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택배기업들의 경우 택배현장 노동자만의 양보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현장 지원책과 합리적인 서비스 원칙을 세우고, 최종적으로 택배운임 정상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변화하는 아파트건설 트렌드, 물류와 상생 ‘법’ 개정 필요
2000년대 중반 이후 많은 건설사는 ‘차 없는 아파트’ 컨셉의 건설을 시작하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차 없는 아파트=지상 주차장이 없는 아파트’란 공원형 아파트를 표방, 시장 확대에 나섰다. 현재까지 아파트 건축에 적용되는 건축법은 ‘주차장법 시행령 주차장법 시행규칙의 제6조 5항 가’를 따르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지하주차장 층고의 경우 최저 2.3m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다수 건설사는 이 기준의 최소치인 2.3m에 맞춰 시공하고 있다. 롯데건설의 한 임원은 “오래전에 제정된 건축법에 맞춰 지하주차장 층고를 맞추고 있으며, 지금보다 층고를 높일 경우 추가 건축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는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떤 건설사가 비용을 더 들여 층고를 높이겠냐”고 반문했다. 이 임원은 “이번 택배대란으로 건축법을 개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대다수의 택배차량은 전고가 2.5m 이상인 경우가 많아 지하주차장 진입이 불가하다. 이는 택배차 문제만이 아니다. 생명을 좌우하는 구급차의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전고가 2.5m 이상이며, 3m에 달하는 구급차도 운영되고 있다. 따라서 2.3m에 맞춰 시공된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 내 사고 발생 시 구급차가 도착하더라도 진입이 어려워 빠른 대처가 불가능하다. 결국 지하주차장 층고를 높이는 노력은 택배차량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 주택은 택배 회사 야마토 홀딩스와 협업을 한 주택들도 선보이고 있다. 택배가 생활화된 일본의 경우 주택 설계에서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을 집 밖에 만드는 건축물이 생겨나고 있다. 이 신축 건물은 ‘문을 하나 더 두는 삶’이라는 컨셉으로 냉장고 문을 밖에서 열게 한 집이다. 사람이 없을 때 배송 기사가 그 문을 열고 냉장식품을 두고 갈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와 같지는 않아도 이제 물류와 건설업의 상생도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토부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층고에 관한 법률 개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 추가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법안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소비자 ‘갑질’ 방지하려면 …추가 물류비 불가피

일반적인 택배기사의 하루는 오전 6시께 택배 터미널로 출근해 오전 8~11시까지 물품을 분류하고 물품을 택배차량에 싣는 상차 작업으로 하루 14~16시간의 노동이 현실이다. 배송은 정오쯤 시작해 일에 능숙하지 못한 택배기사는 오후 9시가 넘어서도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렇듯 택배기사들의 근무여건은 열악하고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택배기사에게 무한대의 대고객 서비스를 강요할 수 없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평균적으로 배송물량 1건당 평균 700원대 수수료를 받는데 휴대전화, 유류비, 밥값 등은 본인이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하루 300여 개의 많은 양을 배송해야 하는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끌차를 이용한 배송, 저상차량 도입 등은 물리적으로 어렵다.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실버택배’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실버택배는 어른들의 임금을 국가와 택배회사가 지급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국가 세금 투입도 문제지만 실버택배를 도입하면 저임금 고된 노동의 택배기사 건당 수수료가 줄어든다는 것 또한 여론의 비난을 맞았다. 따라서 단지 내 실버택배, 통합택배시스템 등을 현재 여러 대안으로 떠오르는 대안을 보다 합리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선 최종 고객이 지급하는 비용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대택택배’라는 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현재 주먹구구식으로 제공되고 있는 실버택배를 대체해 아파트 단지별로 별도의 수수료를 통해 최종 라스트마일 택배를 제공하는 기업도 출현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논란이 되는 택배서비스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택배기업에서 부담하던 추가 비용을 최종 아파트 주민들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갑을 관계는 어디에나 있다. 고용자와 노동자. 소비자와 서비스맨. 본사와 대리점. 대기업과 자영업자. 이처럼 자본주의에서 갑을관계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문제는 갑을 관계가 아니다. 지금의 택배대란 논란은 서로가 상대방을 좀 더 배려하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답이다. 택배회사 한 임원은 “이번 다산신도시와 유사했던 택배대란의 대안들은 대부분 입주민의 양보와 배려로 마무리 됐다”며 “진입을 금지했던 아파트 단지들은 일부 시간을 조정해 단지 내 차량 진입을 허용하고, 또 다른 단지들의 경우 아예 차량진입을 허용하는 등 양측이 해법을 찾으며 원만히 해결한 만큼 이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해 결과를 만들어 나가는 일이 최종 해법”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