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

1993년 KT 연구개발본부 연구원으로 입사하고 90년 대 후반 모두가 등고선만 표시된 지도를 볼 때 한발 앞서 건물, 도로 폭 등이 드러난 지도를 만들었고 이때부터 전자지도를 위치 정보와 결합해 사업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0년도 첫 번째 창업 때 내 주변정보 검색 서비스를 시작으로 사용자 피드백을 기반으로 한 주변 검색 서비스를 하고 싶었다. 위치정보가 스마트폰과 만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느꼈다. 앞서 두 번의 창업과 IPO 경험도 있지만 평소 철학이 ‘체인지(변화)’인 만큼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컨설팅 업체 등에서 자문역할 대한 요청도 많이 들어왔지만 무엇보다 스마트폰이 활성화 되고 있는 때에 이전과 달리 모바일 서비스 관련해서 통신사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사용자들에게 인정을 받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다.

2009년 국내에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이 점차 보급된 상황에서 모바일 위치기반 사업을 본격화하는 데 유리했다. 2010년 8월에 출시한 위치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씨온’은 그 결과물이었다. 씨온은 사용자들이 특정 장소를 발굴해 ‘발도장’을 찍고 체크인과 리뷰를 쓰는 서비스인데 사용자가 올린 위치와 그 주변 정보를 표시하고 공유해 이를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서비스를 하다 보니 장소 정보는 80만 건, 체크인 1억 5,000만 건이 쌓였는데 80만 건의 발자국 중 3분의 1이 음식점에 몰려 있었다. 이 결과를 보고 맛집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구상했고, 2013년 11월 식신이 탄생했다. 식신은 ‘사용자 참여’라는 크라우딩소싱을 기반으로 한다. 공급자가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해 만들면 정보의 생산성과 질이 높아진다는 점에 착안했다. 위키디피아와 같은 방식이다.

식신을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기까지 필요한 것들에 대해서 정리해보면 첫 번째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Legwork)’이다. O2O 사업의 핵심은 오프라인에 있다. 비중으로 치자면 오프라인이 90% 이상이고 나머지가 온라인이다. 그만큼 오프라인이 중요하다. 오프라인을 모르고 사업을 하면 당연히 실패할 확률이 높다. 또한 오프라인을 잘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조건 현장에 자주 가야 한다. 대부분의 성공한 O2O 기업 창업자들은 초기에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오프라인의 현실을 잘 파악하는 동시에 오프라인 사업자들의 불편함을 잘 해소시키는 것이 O2O 사업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다.

두 번째는 ‘이슈가 되게 하라(Issue Maker)’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우버 택시를 이용하지 않지만 우버 택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버는 각종 사회적 이슈로 인해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서비스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식신히어로는 맛집 배달 후발주자이지만 쉑쉑버거를 배달하면서 이슈가 되었다. 콜버스는 사업허가를 놓고 택시조합과 충돌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슈를 만들면 마케팅 비용 없이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 번째는 ‘프레임(판)을 짜라(First Mover)’는 것이다. O2O 서비스 기업은 대부분 퍼스트무버이다. 그만큼 후발주자가 따라오기 어렵게 자신만의 판을 짤 필요가 있다. 즉, 게임의 룰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후발주자는 그 규칙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 당연히 먼저 판을 장악한 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네 번째는 ‘상생(Collaboration)’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있고 남들이 잘하는 것이 있다. 서비스를 만들면서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기업과 협업을 하는 것이 투자비도 적게 들고 성공 확률도 높일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공존(Coexistence)’이다. 시장에는 이미 이길 수 없는 큰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대기업이나 거대 인터넷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처음부터 그들과 경쟁한다면 승산 없는 게임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신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제공하고 같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경쟁하지 않고 자그마한 틈새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여섯 번째 ‘끝까지 하라(Rain Maker)’는 것이다. 인디언들의 기우제는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한다. 기우사가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경영도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끝까지 버티고 생존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O2O 스타트업들은 이제 성공의 방정식보다는 생존의 방정식을 만들어가야 하겠다.

식신도 당시 야심차게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당시 대기업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묻혔다. 매일 수천 개의 앱이 출시되고, 수십만 개의 앱 중에서 식신을 알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대기업의 마케팅에 당할 수 없었다. 당시 네이버에서 윙버스라는 서비스로 여행/맛집 정보를 제공하여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상황에서 대기업과의 승부는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했다. 소셜서비스를 통해 입소문 마케팅에 집중했고, 제휴 서비스로 마케팅 채널을 확대 하면서 사용자를 늘리는데 노력했다. 그리고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며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2016년 소상공인과의 상생차원에서 부동산, 윙스푼(맛집정보), 윙버스(여행정보), 네이버키친(요리), 네이버쿠폰(쿠폰), 워너비(패션), 네이버굿모닝(알람) 등 7개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다시 기회가 왔다. 왜 안 되지 낙담만 하고 있지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다보면 어느새 내공이 쌓인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신의 핫플레이스 추천 맛집은 국내 4만개 해외 2만개 등 6만개다. 추가로 준비하고 있어서 4월에 확대 개편하는데 국내 7만개 해외 3만개 등 10만개로 늘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추천 맛집만 하다 보니 65만개 일반 음식점, 나머지도 검색에 대한 니즈가 있어서 40만개 일반 음식에 대한 서비스를 할 것이다. 앱 다운로드 370만 명 페이지뷰 월 2,200만 건, 리뷰가 1,20만 건이 등록돼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배달도 연계된다. 아직은 홍보가 돼야하고 서비스를 더 견고하게 해야 하는 단계다.

또한 식신은 미쉐린가이드처럼 맛집의 등급 인증도 제공하고 있다. 전국에 약 4,500개의 별 등급 매장을 인증하여 서비스 중이며, 그 중에 별 3개로 표시되는 최고 인기 맛집은 전국에 약 70개 정도이다. 식신의 별 인증은 현대자동차가 순정 내비게이션 지도에 표시하고 있을 정도로 공신력이 높다. 식신히어로는 그동안 배달하지 않았던 식신 앱의 줄서는 맛집을 엄선해서 배달 서비스를 새롭게 제공하고 있다.

전국 157개 지부의 1만 5천명의 배달원을 확보한 생각대로와 제휴를 맺고 현재 강남/서초, 노원, 일산 마포/서대문구 지역을 서비스 하고 있으며 점차 서울 전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 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것만으로 회사 주변 식당에서 간편하게 식사값을 지불할 수 있는 식신e식권은 기업에서 종이식권과 식대장부, 법인카드로 운영되어 번거롭거나 불투명했던 기업식대관리를 온라인화 하여 관리를 쉽게 하고 또한 식대 비용도 절약 하여 혁신적인 O2O 서비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식신e식권은 2014년 6월에 출시되어 현재 LG U+, 세종정부청사, 스마일게이트, YTN, NC Soft, 미래에셋자산운용, KB 생명보험 등 국내 150여개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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