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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 특별기획 5. Part 2. 시대를 너무 앞서가 실패한 기업들
1997년에도 ‘GPS를 적용한 ○○○○○’이 있었다?
신인식 기자 | story202179@klnews.co.kr   2017년 11월 19일 (일) 21:59:42

인생은 ‘타이밍’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시대를 잘못타면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다. 혁신적이고 좋은 제품일지라도 시장에서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다. 시대를 잘못타고 났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사라진 제품과 서비스들이 향후 시대를 만나 자리 잡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 시장의 주인공은 최초의 기업들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억울할만도 하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탓을 할 수밖에 없다.

1970년대 후반 물류시장에서도 놀라운 기술들과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현재의 관점에서 봐도 ‘이게 가능해’라고 머리를 갸우뚱할만한 기술들도 있고 ‘이런 기술이 이때 나왔어?’ 할 만 한 기술들도 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기술들과 서비스들이다. 당시 물류신문에 소개됐던 놀라운 기술들과 서비스를 소개한다.

GPS를 활용한 차량자동항법장치(現 내비게이션)
국내에 내비게이션이 처음 개발된 것은 1997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활성화 된 것은 2000년 중반부터이다. 하지만 물류신문에 최초로 내비게이션, 당시 차량자동항법장치가 등장한 것은 1996년이다.

1997년 10월 29일 관련기사를 보면 ‘S정보통신은 지난해 말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던 차량항법시스템’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즉 이 기사에 따르면 1996년 말에 처음 개발 됐으며 1997년에는 이미 업그레이드 버전이 출시돼 시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기존의 차량항법시스템은 인공위성의 위치신호를 수신하기 힘든 터미널 내부나 고가도로 아래 등에서는 사용이 불편하였으나 이 제품은 위치오차를 최소화해주는 자이로센서 및 주행거리 자동측정을 위한 휠센서를 내장함으로써 터널 내부나 고가도로 아래서도 정확하게 현 위치를 파악, 완벽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설계한 것이 장점’이라고 소개하고 있어 기술적으로는 상당히 진척됐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S정보통신의 차량항법장치는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GPS를 내장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일자에 H전자의 관련기사에 살펴보면 ‘H전자는 지난 4월 국내 전자업체 최초로 GPS 위성을 이용한 제품을 개발하고 본격 시판에 들어갔다’고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 하드웨어는 현재에 비교하면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기능을 살펴보면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이 기사에서 밝힌 제품의 주요기능을 살펴보면 ‘▲가고자하는 목적지의 중간 경유지를 입력하면 목적지까지의 진행방향을 지도상에 화살표시 및 자동안내 방송기능 ▲기억해 두고 싶은 주행경로를 ‘코스’ 메뉴로 등록, 필요할 때 마다 지도상에 재표시 하는 기능 ▲초행길을 갈 때 코스호출 메뉴를 선택하면 목적지로부터 돌아올 때 갔던 길의 반대방향 표시 기능 ▲차량주행 중 진행위치에 따라 지도의 방향이 자동적으로 바뀌는 ‘남북전환기능’ ▲차량이 지나온 길을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해주는 ‘궤적표시기능’ 등을 갖추고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 현재의 내비게이션의 활용도를 생각해 보면 H전자의 제품이 10년만 늦게 시장에 나왔어도 현재의 내비게이션 시장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떻게 가능했을지 궁금한 ‘당일배송서비스’
2017년 현재도 배송속도에 대한 이슈는 크다. 더욱이 E-Commerce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물류기업만의 전쟁이 아니라 유통기업들도 배송속도에 대한 전쟁을 이어가고 있고 주문부터 제품을 수령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일(日)이 아니라 시간단위로 쪼개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당일배송서비스는 쉽지 않다. 이러한 당일 배송서비스를 20년 전에 하겠다고 했던 물류기업이 있었다. 물류기업인 H사가 1998년 1월부터 연중무휴, 당일배송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것. 그 당시 기사에서 살펴보면 ‘이 서비스는 전국 각 도시의 개인 또는 기업체의 긴급한 서류 및 수화물을 연중무휴로 오전에 접수받아 오후에 배달하는 당일배송서비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에 물류거점이나 기술적으로 현재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당일배송서비스가 가능했을까? 당시 H사는 ‘이 서비스는 H사가 계열사의 전국 노선망과 전국 160여개의 영업망 및 특송(라이더) 서비스 등을 이용, 첨단의 전국 물류통신망으로 통합해 서비스하는 선진 물류체계’라고 설명하고 있다. H사는 이와 같이 서비스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H사는 ‘휴일에 이용하는 운송물품에 대해 기본요금의 10%를 할인해 주는 가격차등제를 적용하는 등 휴일 배송서비스를 강화해 이용자들의 물류비 절감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일 H사의 당일배송서비스가 당시에 자리 잡아 현재까지 왔다면 배송전쟁은 이미 막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졸음 오기 전에 나온 ‘졸음운전 경보시스템’
1998년 3월 4일 놀라운 기사가 게제 됐다. 물론 당시에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보면 그야말로 입이 벌어지는 내용이다.

이 기사의 내용은 졸음운전 경보시스템의 개발이다. 당시 이 시스템을 개발한 자동차 제조사인 H사는 오는 2000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더 놀라운 것은 졸음만이 아니라 차선이탈에 대해서도 경고를 보내준다는 것. 기사내용을 살펴보면 ‘졸음 등 무의식 상태에서의 차선이탈 위험이 사전 예방된다. H사는 졸음운전과 무의식적인 차선 이탈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경보시스템을 개발해 2000년부터 적용키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어떠한 원리로 작동을 하게 되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H사가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고려대 첨단 차량연구실과 공동 개발한 이 시스템은 운전자의 안면과 전방주행 차선을 전하결합소자(CCD) 카메라로 촬영해 영상의 변화를 감지하면서 작동된다. 안면감지 카메라가 운전자의 눈을 실시간으로 추적, 눈의 깜빡임으로 졸음 여부를 계산하는 한편 핸들에 압력감지 센서를 부착해 핸들을 잡은 손이 풀리면 졸음운전으로 판단한다. 또 차선감지 카메라는 안면감지 카메라에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차선을 이탈할 경우 작동한다’고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최근 나온 졸음방지 시스템과 비교해도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H사의 졸음운전 경보시스템이 당시 돌풍을 일으켰다면 20여년 동안의 교통사고가 많이 줄었을지도 모른다.

라이더 월급제, 1997년에 이미 있었다?
최근 물류스타트업 중에 과감하게 월급제로 운영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있다. 퀵서비스 시장의 특성상 그동안 월급제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깬다는 것이 상당히 신선했다. 하지만 1997년에도 이미 월급제를 시행하겠다고 나선 퀵서비스 기업이 있었다.

Q사가 월급제로 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것. 당시 내용을 살펴보면 ‘현재 택시회사에서도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할 때 보다 영세한 오토바이 특송업체에서 월급제를 시행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Q사는 직원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추가수당을 제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Q사는 ‘일일분 기준치를 설정해 초과 달성 시 수당으로 지급하는 제도도 마련, 직원들의 근무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에 빗대어 생각해봐도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와 함께 Q사는 직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당시 Q사의 관계자는 “오토바이 특송업계가 가장 바라는 보험문제도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고 싶다”고 밝힌 것. 만약 Q사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면 현재의 스타트업의 지형이 많이 바뀌지 않았을까?

아직 필요치 않았던 ‘운송관리시스템’
운송관리시스템이라고 불리는 TMS는 2000년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주목받기 시작한다.

차량 운영 숫자를 줄여 물류비를 낮춰야 하는 당시 상황이 운송을 관리해야 하는 영역으로 끌고 온 것. 물론 시장에 TMS는 오래전에 이미 첫 선을 보인 후이다. 운송관리시스템이 처음 물류신문에 등장한 것은 1997년이다. 현재는 서비스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교통정보시스템을 공급하던 I사는 네덜란드의 기술을 도입해 물류운송관리시스템을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I사가 선보인 물류운송관리시스템은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좋은 기술들이 포함되어 있다. 당시 내용을 살펴보면 I사는 ‘물류운송관리시스템은 실시간 플래닝과 스케줄링이 가능하며 최적화 알고리듬을 이용, 자동으로 급배송(Dispatch)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미 1997년부터 차량의 스케줄링이 가능하고 급한 이벤트 발생에 대응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는 점은 놀라운 점이다.

그 외에도 놀라운 기능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I사는 ‘위치추적시스템(GPS)과 무선망을 이용한 차량의 실시간 위치파악, 그룹 및 개별 차량간의 실시간 메시지 전달 등이 가능하며 차량별 실시간 운행정보와 운전자별 운행행태를 수집 및 분석해 차량대기시간 단축, 공차운행 감소, 운행거리 감소, 유류절감, 잔업근무시간 감소 등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일 물류업계에서 당시의 가시성을 확보하려고 했다면 이 시스템을 통해서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I사는 물류에 관련된 사업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제품이 10년만 늦었어도 I사는 물류IT기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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