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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0주년 특별기획 4. Part 4. 실패에서 배우는 리더의 조건
이경성 기자 | bluestone@klnews.co.kr   2017년 11월 19일 (일) 21:01:36

중세시대 무역상은 이윤 추구를 위해 더 많은 유통 경로를 확보하려고 애썼고, 산업혁명 시대의 자본가들은 생산량을 늘리는데 사활을 걸었다. 현대에 이르러 기업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로는 단연 ‘성장’을 꼽을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성장을 부르짖지만, 이를 성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가끔은 운도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항상 성장을 거듭하는 기업이 있기 마련인데, 이를 살펴보면 반드시 유능한 리더가 존재한다. 유능한 리더들의 행보를 따라가면 몇 가지 일치하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은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설적이게도 답은 잘못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거나 실패를 경험한 이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계획’을 맹신하다 돌발 상황에 무너진 리더 :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태평양에서 벌어진 미드웨이 해전은 세계 역사를 바꾼 해전으로 유명하다. 진주만 기습으로 주도권을 잡았던 일본은 이 한 번의 해전으로 침몰하게 된다.

당시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관이 지휘하던 일본 해군의 전력은 미군을 압도하고 있었다. 북태평양에 배치된 일본의 함정은 항공모함 여덟 척을 비롯해 200척이나 되었다. 항공기는 700여기가 넘었다. 이에 비해 미군은 진주만 기습의 여파로 사용할 수 있는 전함이 단 한 척도 없었으며 제대로 된 항공모함은 두 척에 불과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일본 조종사들은 진주만 공습을 경험한 베테랑들이었고 미군 조종사들은 기량이 부족한 신참들이 대부분이었다. 전력을 놓고 보면 일본의 패배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일본군이 수립한 전략은 치밀했다. 그런데 왜 패배를 한 것일까? 일본 해군에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일본군의 계획은 진주만 공습 때 잡지 못했던 미군 항공모함을 격침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알래스카 인근 지역을 공격함으로써 미군의 관심을 그쪽으로 돌린다. 그 틈에 미드웨이 기지를 공격해 무력화시킨다.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미군 항공모함을 기다렸다가 폭격기로 공격해 격침시킨다.”
이것이 일본군이 수립한 최종 플랜이었다.

하지만 미군은 일본군의 암호를 해독해 그 계획을 모두 알고 있었다. 미군은 알래스카 인근 기지를 포기하고 미드웨이 기지에서도 항공기를 철수시켰다. 항공모함은 미리 출격해 섬 북쪽에서 일본군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군의 미드웨이 기지 1차 공습은 실패로 끝났다. 미군의 반격은 일본군의 예상보다 빨랐다. 미군의 항공모함이 공격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야마모토 사령관을 비롯한 일본 해군 지휘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일본 항공모함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갑판 위의 전투기는 모두 육지를 공격하기 위한 무장을 하고 있었다. 야마모토 사령관은 부랴부랴 폭탄을 어뢰로 교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공교롭게도 미드웨이 기지를 공격하고 돌아온 전투기들은 기름이 떨어진 상태였다. 일본군 지휘관은 어뢰로 무장한 비행기의 출격을 미루고 돌아온 전투기를 먼저 착륙시켰다. 그때 미군 전투기의 공격이 시작됐다. 갑판 위에는 교체 작업을 위해 늘어놓은 폭탄과 어뢰들이 가득했고, 착륙과 출격을 위해 전투기들이 뒤엉켜 있었다.

이 전투에서 일본군은 항공모함 네 척과 순양함 한 척을 잃고, 항공기 300대가 격추당했으며 3,000명이 넘는 해군이 사망했다. 이 전투로 태평양 전쟁은 1년 이상 단축됐다. 경영학과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미드웨이 해전은 ‘계획의 오류(Planning Fallacy)’를 설명하는 좋은 예로 꼽힌다.

계획과 다른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임기응변이라고 한다. 야마모토 사령관은 현재의 정보만을 토대로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주관적인 입장에서 미래를 바라보다 보니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미드웨이 해전 당시의 야마모토 사령관은 계획과 현실이 다르게 나타났을 때 리더가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우고 있다.

(출처 : LG경제연구원, 소니 사례에서 배우는 계획의 오류)

인간관계 관리에 실패해 성공의 문턱에서 좌절한 리더 : 유비

   
 
   
 
‘삼국지’는 고전 소설이 아니라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성공과 실패를 담고 있는 인간경영학의 교본이다. 전통적으로 많은 독자들이 조조, 손권에 비해 유비를 가장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면 그는 실패한 CEO나 마찬가지다.

유비가 창업의 험난한 파고를 넘으며 쟁쟁한 영웅호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관우와 장비의 역할이 컸다. 문제는 그렇게 어렵게 창업한 촉나라가 탄력을 받아 한창 성장해야 할 때 벌어졌다.

유비는 조조에 대항하기 위해 손권과 동맹을 맺는 전략을 선택했다. 손권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내친 김에 손권은 동맹을 확고히 하기 위해 관우의 딸과 자신의 아들을 결혼시키자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 관우가 이 제안을 틀었다. ‘어찌 호랑이의 딸을 개의 아들에게 시집 보내겠는가’라며 거절한 것이다. 이 일로 자존심이 상한 손권은 조조의 군대와 전투를 벌이는 관우를 기습하여 관우를 죽이고, 그가 지키던 형주성 마저 손에 넣었다. 관우의 죽음에 이성을 잃은 유비는 손권 정벌에 나섰다. 이 잘못된 선택은 결국 장비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 의형 관우의 원수를 갚겠다며 전투 준비를 급하게 채근하던 장비가 결국 처벌받을 것을 두려워한 부하들의 손에 죽고 만 것이다. 유비도 손권의 군대에게 대패하고 후퇴하던 중 화병이 나서 숨을 거두고 만다.

유비는 현대의 벤처기업 경영자들과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게 맨손 창업이다. 짚신밖에 없었던 유비를 도와 창업을 한 것은 관우와 장비였다. 오늘날의 창업자들도 처음에는 학교나 직장 선후배, 친구끼리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관계는 사업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도움이 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조직의 규모가 커진 후에는 예전 같은 애매모호한 관계로는 조직을 통제하는 것이 힘들어진다. 유비가 관우나 장비에게 명령해야 할 타이밍에 이해를 구하려 든 것이 그것은 반증한다.

또한 관우나 장비 같은 창업 공신들은 신규 영입 세력인 제갈량의 지도력을 쉽게 인정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 역시 유비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유비는 관우, 장비, 조자룡, 마초, 황충 같은 명장들과 제갈량, 방통 같은 천재 전략가들을 얻었음에도 가장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관리에 실패해 성장의 문턱에서 좌절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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