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리더에게 성과를 요구한다. 그 성과의 범위는 매우 다양한데,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거나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일도 있고, 시장을 뒤집어놓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 일을 진두지휘하는 인물도 있다. 이를 모두 갖춘 리더 중 하나로 스티브 잡스를 꼽을 수 있다. 잡스가 IT업계를 넘어 세계적인 리더로 인정받는 배경에는 매번 비슷한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서 아이맥과 아이폰이라는 혁신적인 아이콘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리더는 자리에서 물러나는 치욕을 맛보게 되는데, 기업의 수명을 갉아먹기 때문에 전체 구성원들에게는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성과를 내는 리더들 중에는 독특한 경력을 가진 이들도 있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기업 환경이 아닌 특정한 단체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경우도 있다.

혁신을 하려면 이 사람처럼 : 제임스 앤더슨(美신시내티어린이병원장)

20년 동안 밸브 생산업체를 경영하던 CEO가 하루아침에 병원장이 된다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 이야기는 2006년 미국병원협회가 주는 품질대상을 수상한 신시내티어린이병원(Cincinnati Children’s Hospital Medical Center)에서 실제 일어난 일이다. 1996년 병원장으로 취임한 제임스 앤더슨 원장은 다른 병원과 달리 의사 출신이 아니면서도 자신이 맡은 신시내티 병원을 10년 만에 최고의 병원으로 만들었다.

사람들은 병원과는 거리가 먼 앤더슨이 원장이 된다는 사실에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경험이 없다’는 점은 독이 아니라 오히려 약이 됐다.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새롭게 병원을 바라보며 개선 사항을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체를 20년 간 운영하면서 쌓은 ‘철저하게 낭비를 없애는 제조업 운영의 노하우’가 그가 가진 최대의 무기였다.

그의 첫 번째 성공요인은 ‘기본을 재확인’하는 것에 있었다.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대부분은 기본적인 사항을 무의식적으로 간과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예를 들면 의사가 수술 전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을 깜빡 잊는 바람에 환자가 세균에 감염되는 일이 발생하는 일 같은 것들이다. 앤더슨은 이러한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을 강조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전 의료진들에게 수술 전 30초 간 일손을 놓고 기본사항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갖도록 한 것이다. 비록 사소하고 작아 보이는 일이었지만, 제도 도입 이후 세균 감염률은 예년보다 50%나 감소했으며, 의료비 지출도 100만 달러 이상 절감되는 성과를 거뒀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혁신 대상을 찾아내 바꾸는 집중력’에 있었다. 앤더슨은 혁신 노력에 앞서 가장 큰 낭비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그 결과 수술실의 가동률이 낮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종전의 수술실 운영방식은 몇 달 전부터 여유 있게 수술 일정을 잡고 긴급 수술이 발생하면 끼워 넣는 식이었다. 때문에 수술실의 가동률은 변동이 심했고, 긴급 수술에 호출되는 외과의사는 하던 일을 중단해야만 했다. 앤더슨은 총 20개의 수술실 중에 18개는 예정된 수술용으로, 나머지 2개는 긴급 수술용으로 배정하도록 개선했다. 이 시스템을 운영해본 결과 수술 건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동시에 대부분의 의사들이 정시에 귀가할 수 있게 되었다.

성공의 마지막 열쇠는 앤더슨의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CEO들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 가장 큰 장벽에 직면한다. 앤더슨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각종 평가 제도를 강화해 방만한 병원 조직을 구조조정하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원장’이라는 비난과 저항에 부딪쳤다. 앤더슨 원장은 의료진 중 개혁성향이 강한 인물에게 품질개선 담당업무를 맡겨 변화에 저항하는 의사들을 설득시켰다. 그 결과 앤더슨 원장의 CEO 경험과 품질개선 담당 전문가의 역량이 조화를 이루면서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은 새롭게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제임스 앤더슨은 2009년 병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신시내티 어린이병원은 신시내티 내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시설로 자리매김했으며, 지금도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US News’가 발표한 최고의 어린이병원에 선정되기도 했다.

협력이 필요할 땐 이 사람처럼 : 트와일라 타프(현대무용가, 안무가)

매번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할 때 ‘호흡’을 맞추는 일은 의외로 힘들다. 같은 조직에서 하나의 사무실을 쓰는 사이라도 ‘하나’가 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경우 미국의 유명 현대 무용가이자 안무가인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 1941~)의 조언이 도움이 될 것이다. 고리타분한 경영학자의 말보다 현실적으로 와 닿는 것이 많다.

그녀가 강조하는 것은 ‘협력’이다. 영화 ‘아마데우스’, ‘백야’의 안무를 맡았고 일흔이 넘는 나이까지 수백 명의 무용수와 스태프들을 지휘하며 활동한 트와일라 타프는 “함께 일하라, 혼자서는 결코 축배를 들 수 없다”라고 충고한다. 그녀가 유독 협력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많은 무용단을 거치면서 수많은 성공과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협력을 위해서는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무용수와 작업할 때의 일이다. 작품에 대한 의견 불일치는 급기야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으로 이어졌다. 상대는 대스타였다. 전 세계에 엄청난 팬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만약 그가 작품에서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다면 모든 비난은 안무가인 자신에게 향할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산 채로 뜯어 먹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악몽에 시달렸다. 괴로움과 싸우던 그녀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능력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대가 나와는 모든 면에서 다르다는 사실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녀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모든 협력의 뿌리는 말 그대로 변화이며, 새로운 파트너십보다 극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갈등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부싯돌도 부딪쳐야 불꽃이 튀듯이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사람의 협력(비록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도)은 또 다른 세상을 창조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그녀는 불특정 다수와 협력하고자 할 때는 상대에게 가능한 아주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그녀는 무용수들을 이끌기 위해 모두의 이름을 외웠고, 그들의 독특한 버릇까지 알아냈다.

“안무가는 무용단을 지도하지 않는다. 대신 스물다섯 명의 개인을 지도한다. 그리고 그들과의 협력이 관객의 눈에는 마치 하나의 결과물처럼 보이는 것뿐이다.”

그녀가 말하는 안무가의 모습에서 리더의 모습이 읽혀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독한 경영이 필요하다면 이 사람처럼 : 알 카포네(마피아 보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라!”

영화 ‘대부’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마피아 경영학’의 진수가 담긴 이 말을 가장 잘 실천한 인물이 바로 알 카포네다. 뉴욕의 빈민가에서 태어나 갱단의 말단 조직원으로 시작해 미국의 암흑가를 지배하면서 ‘밤의 대통령’으로 일세를 풍미한 인물이다.

알 카포네는 다른 사람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돈은 모두 자기 것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잘 포장해도 기업의 비즈니스 역시 결국 고객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알 카포네는 갱단이 아니라 기업을 운영했어도 성공한 CEO가 됐을 것이라는 말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마피아들은 중요한 비즈니스를 할 때 다짜고짜 총부터 쏘지 않는다. 먼저 대화로 푼다. 그것을 마피아식 용어로 ‘담판’이라고 부른다. 비즈니스 세계의 ‘협상’과 같은 뜻이다. 기업이 충분한 준비를 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듯이 마피아 역시 ‘총알’을 장전하고 회의에 임한다.

즉, 담판에 나선 CEO의 총알은 상대방이 속한 회사를 사전에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갖추는 걸 의미한다.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능숙하게 표현할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상대방의 견해에 반박하기 위한 자료와 증거도 확보해야 한다. 상대방의 기질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협상의 기법을 다르게 적용하는 게 바로 알 카포네 스타일이다.

비록 범죄였지만, 이를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고 그의 리더십을 경영학으로 풀어내는 이들도 많다. 그러한 시각에서 봤을 때 알 카포네의 조직은 최고의 CEO가 이끄는 업계 최고의 기업이며, 철두철미한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성과를 만들어냈다.

물론 기업 활동과 마찬가지로, 마피아의 세계도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는 다른 조직에게 영업장을 빼앗기면 신속하게, 더 잔인한 방법으로 이를 되찾아 왔다. 경찰이 법으로 그의 손발을 묶으면 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이에 대응했다.

알 카포네에게는 ‘범죄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명확한 비전이 있었다. ‘남의 돈을 가져오려면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는 전략도 있었다. ‘든든한 행동대원과 콘실리어리(조언자), 이 두 개의 검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직 구성의 원칙도 있었다. 알 카포네의 마피아 비즈니스는 결코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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