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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시장 징벌적 벌금, 수익에 최대 ‘1400배’
본사 서비스 일방적 강요, 택배현장 종사자만 책임
손정우 기자 | 2315news@klnews.co.kr   2017년 09월 22일 (금) 11:38:35

택배시장에서 현장 배송직원들에게 부과되는 택배회사들의 벌금이 개당 받는 수수료(700여 원)대비 최대 1400배(1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택배서비스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택배회사들이 안정적인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 위한 고육책 덕분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연간 4억 여개의 택배화물 배송과 매출 2조원을 훌쩍 넘어버린 택배시장에서 묵묵히 현장을 지켜온 택배 현장 종사자들에게 부과되는 이 정도의 불공정 행위들은 빙산의 일각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향후 택배시장을 비롯한 물류시장에서의 노사간 불평등과 관련된 각종 불공정 사안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연대노조가 제기한 이번 징벌적 벌금 부과 원인과 대안, 그리고 향후 개선되어야 할 물류현장의 불합리한 사례들을 정리해 봤다.

   
 
   
 
◆수익 나누면서, 책임은 택배현장 종사자에게만

택배현장에서 화물을 집하하고 배송하는 종사자들이 택배 한 개 배송에 대한 얻는 수익은 적게는 700원에서 많게는 800원 정도다. 국내 택배시장 1위의 CJ대한통운의 경우 1인당 택배 배송량 밀도가 조밀한 덕분에 하루 배송량은 300개에 달하는 종사자들도 있다. 하지만 중견 택배사들의 경우 1인당 평균 배송물량은 하루 14시간 정도의 노동에서 200여개에도 못 미친다. 이에 따라 이들의 하루 일당은 14~15만 원 정도. 이 수입에서 차량 감가상각과 각종 유지비용, 식사와 기타 비용을 빼면 최대 12만원 정도로, 월 24일 근무를 해도 이들의 한달 수입은 300만원이 채 안 된다.   

문제는 이렇게 장시간 노동과 각양각색의 고객 요구에 대한 감정 노동까지 시달리는 노동환경에서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을 현장 택배종사자가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21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택배회사들이 택배 종사원들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과도한 징벌적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현장 택배종사원들이 모르게 부과되는 과도한 벌금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택배 배송과 집하과정에서 대부분의 택배 회사들은 상품에 대한 분실과 파손에 대해 현장 택배 종사원들에게 모든 비용을 일방적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는 전국의 택배 기사들이 배송물품 분실·파손 시 부과하는 벌금(페널티) 제도가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라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자회견에서 박대희 택배노조 사무처장은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 및 불만 접수는 택배 본사에서 시스템이 갖춰져 제공되고 있다”면서 “지불되는 택배요금 중 수익은 현장 종사원과 택배 터미널 상·하차 노동자, 택배본사 등이 나누면서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현장 종사자만 책임을 지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 행위”라고 지적했다.

◆계약서부터 ‘갑을’ 불평등, 개선책 마련 나서야

그럼 구체적인 택배본사와 현장 노동자들 간 과도한 벌금부과 사례를 알아보자. 택배노조는 특히 상식을 넘어서는 벌금으로 택배 기사들뿐 아니라 배송 현장 서비스맨이 고통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례는 택배 현장뿐 아니라 쿠팡 로켓배송 현장에서도 빈번하고, 출발은 불평등한 물류기업과 현장 종사자간 계약에서 시작한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롯데택배의 경우 고객에게 폭언 및 욕설시 건당 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며 “택배노동자는 배송 건당 700원~800원의 수수료를 지급받으면서 건당 벌금이 100만원일 경우 벌금액은 최대 1400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쿠팡 역시 서비스 불만에 대한 현장 배송직에 과도한 패널티를 한다는 계약서가 별도로 존재한다. 이와 함께 고객과 협의 없이 경비실에 맡기거나, 늦은 배송, 늦은 반품회수, 고객과 말다툼 등이 발생할 경우 물류회사들은 이 모든 책임을 현정 노동자에게 벌금으로 부과하고 있다.

롯데택배 한 노동자는 박스 당 3만원을 공제하는 비규격화물을 집하했다는 이유로 지난달에만 100만원을 일방적으로 공제 당하기도 했다. 여기다 대부분 택배기업들은 현장 노동자에게 별도 공지하지 않고 한달 수수료에서 벌금을 선공제한 뒤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배현장 종사원들은 택배본사가 부과한 벌금을 공제당한 뒤 뒤늦게 알거나 금액이 적으면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밖에도 “지난해 모 택배사는 회사의 지시로 허브센터 가동이 중단, 신선식품이 변질된 사건이 있었는데 상품 변상은 터미널 운영 도급사가 지고 택배본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례는 대표적인 택배기업의 우월적 지위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사례가 많아지면서 C 택배노동자들은 지난 2013년 파업 투쟁을 통해 징벌적 벌금부과 폐지에 합의했지만 교묘한 벌금은 존재하며, 여타 택배기업들의 경우 벌금 종류와 금액이 커지고 있다.

◆택배 과당경쟁이 과도한 벌금제도 만들어

이 같은 불공정 사례의 원인은 낮은 배송료에 비해 과도한 서비스 제공과 과당 경쟁에 있다.

롯데택배 서비스맨은 “개당 2500원에도 못 미치는 택배요금에, 과도한 물량을 배송하면서 매번 웃는 얼굴로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본사의 서비스 원칙을 강요하는 것이 문제”라며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노동현장에서 자칫 까다로운 고객을 만날 경우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벌금으로 이어 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택배현장 노동자도 “갈수록 서비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택배 본사의 서비스 수칙이 강화되고 있지만, 현장의 경우 조금만 방심하면 각종 고객 불만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벌금부과에 앞서 택배기업들의 노동현장 개선 방안이 먼저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추석을 앞두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정부가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해주고 그 안에서 원만하게 문제를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부당 노동행위에 맞서 택배 종사원들이 스스로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노동조합 설립 필증’ 발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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