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원가 급상승에 업체 위기 봉착…영업이익은 반토막

올해 택배 물동량은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반기가 시작된 7월에만 작년 대비 20% 이상 증가한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호황기를 맞이한 것처럼 보이지만, 택배업계에서는 위기감과 고민만 깊어가고 있다. 물동량이 증가했는데 시장 구성원의 고민이 커지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상을 짓는 택배업체들의 고민과 시장상황을 들여다봤다.

조업료 월 수억 원 증가… 영업이익 대폭 감소
올해 상반기 택배업체들의 영업이익은 크게 감소했다. 적자전환된 업체도 있고, 적자폭이 크게 줄어든 기업도 여럿이다. 그만큼 택배업체들의 경영실적이 좋지 못했던 것이다. 택배 단가는 하락한 반면 운영 원가는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택배산업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장 큰 원인은 큰 폭으로 증가한 운영원가에서 찾을 수 있다. 운영원가의 증가세가 어디까지 갈지 예상하지 못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택배업체의 운영 원가는 크게 간선비, 배송수수료, 조업비, 고정비 등으로 구분된다. 전체 운영 원가의 85%정도를 차지하는 조업비, 간선비, 배송수수료 등의 원가가 올라가게 되면 택배업체들의 경영상태는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택배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조업 이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말까지 터미널 등의 조업인력을 100% 직접 고용형태로 전환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2차, 3차 도급업체를 통해 공급받던 조업 인력들의 고용 형태를 대대적으로 개선할 것을 지적받았다.

고용노동부는 택배업체들에게 모든 조업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4대 보험, 주휴수당 등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업체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12월 말까지 유예기간을 정했다. 또한 2, 3차 업체를 통하지 않으면 원활한 인력 수급이 어렵다는 택배업체들의 주장을 일부 반영했으나 모든 조업 근로자들과의 계약은 1차 도급업체가 체결하고 2, 3차 도급업체들에게는 수수료만 지급하도록 했다.

택배업체들은 고용노동부의 지적사항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상반기에 조업 운영비가 크게올랐으며, 업체마다 월 수억 원씩 조업비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가 되면 업체별 조업비 증가액은 월 1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매년 최대 100억 원의 비용 증가를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택배업체들의 연간 영업이익이 200억 원 미만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토막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인력 수급난
조업 원가는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인력 수급은 갈수록 힘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모든 조업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하기 때문이다. 기존 택배 터미널 내 분류장에 투입되는 인력들은 신용불량자, 정부 지원금을 받는 생활보호대상자 등이 주를 이뤘다. 정상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세금을 신고할 수 있는 이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이들 중에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도 포함됐다.

택배업체들에 따르면 이러한 여건에 놓은 근로자들이 전체 조업 인력의 80% 수준에 달한다. 또한 이들은 일당을 현금으로 받길 원하는데, 업체가 거부하면 다른 현장으로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가뜩이나 수급난에 시달리는 업체 입장에서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해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택배업체들은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인력 채용을 실시하게 될 경우 과연 수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인력 수급이 원활하려면 현재 지급 중인 조업비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누구는 왜 신용불량자들과 근로신고를 할 수 없는 이들을 불법적으로 고용해서 운영했냐고 반문하지만 분류작업장 근로자의 80%가 그러한 인원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었던 현실적 애로사항도 많다”며, “결국 돈으로 메꿔야 하는데, 이 비용이 얼마까지 증가할 것인지는 도통 감을 못 잡겠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제 적용되는 내년이 더 큰 위기
최근 2018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16.4%가 인상됐다. 이를 지켜보는 택배업체들은 벌써부터 내년을 걱정하고 있다.

올해 고용노동부의 지적사항 개선을 위해 도급업체와 계약을 변경해온 택배업체들은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올해 말까지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계약 당시에는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반대로 이는 내년 1월부터 도급업체와 계약 시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조업비가 추가로 인상된다는 의미다.

택배업체들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최저임금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건비 상승을 감안하면 최소한의 조업인력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자동화설비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장기적으로 상승한 원가를 채울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택배업체가 매년 15%씩 임금이 상승해 5년 후 1만 원이 된다고 가정하고, 이를 복리로 계산했더니 이 업체의 순수 조업비 증가분은 약 1,4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의 향후 5년간의 예상 영업이익보다 더 큰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에 이 업체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이 업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까지는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내년이 정말 걱정된다. 정부 정책을 따라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원가 구조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향후 5년 간 실적개선 기대 어려워
최근 택배업체들은 조업비 상승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어보면 마땅한 방도가 없는 상태다.

현재까지 업체들이 구상하고 있는 방안은 대규모 터미널을 구축하되, 현장인력은 최소화하고 자동화설비 투자를 늘리겠다는 수준에 머물러있다.

향후 5년 간 1,000억 원 이상의 인건비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택배업계는 차라리 터미널 확대와 자동화설비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5년 간 시설과 설비에 대한 감가상각이 끝나면 그 후부턴 조업원가 이슈 등에 보다 자유로울 수 있고, 시설과 설비는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남을 수 있다는 게 택배업체들의 생각이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조업비는 소모성 비용이지만 시설이나 설비는 시간이 지나도 자산으로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터미널 등에 투자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러나 수천억 원의 투자를 단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업체 관계자는 “터미널과 자동화 설비를 수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구축하고 운영할 때까지 최소 2년이란 시간이 소요된다. 이때까지는 투자비에 대한 이자는 물론 인상된 운영비 등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이를 장기적으로 버틸만한 업체가 과연 몇 개나 될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