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L바이오, 대한민국 바이오물류 위한 협력 공동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는 산업은 ‘바이오(Bioindustry)’다. 시장조사 전문기관들은 2019년 세계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가 4,4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산업이 고속 성장함에 따라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바이오분야 원천기술개발사업’을 위해 올해 3,157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지자체도 바이오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도 바이오산업에 대한 연구와 상품 개발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덕분에 바이오산업을 위한 전문적인 물류서비스의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인프라 조성을 위해 많은 투자와 전문적인 노하우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진입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1999년 설립 이래 포워더(화물주선업)로서 국내외에서 성장세를 이어온 세중해운은 최근 바이오물류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전문 브랜드 ‘CXL바이오(CXL BIO)’를 론칭했다. 세중해운을 이끌고 있는 한명수 대표이사는 CXL바이오를 통해 우리나라 바이오물류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
혔다.

 
“바이오물류, 인류 위한 물류인의 사명”
세중해운이 바이오물류시장 진출을 고민한 건 3년 전이었다. 포워딩을 넘어 운송, 통관, 보관, 콘솔 등 다양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며 종합물류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내부에서는 좀 더 특별한 물류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고민이 계속됐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줄기세포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이었다. 사실 바이오산업을 그저 막연하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줄기세포 관련 제품들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건 ‘전 세계로 판매될 제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송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세중해운은 바이오물류시장을 면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뛰어들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패로 돌아간다면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한명수 대표는 바이오물류를 수익 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매번 회의를 시작할 때마다 5분 동안 물류인으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류인을 단순히 화물을 운송해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은 무의미하지 않나. 우리의 역할이 인류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져왔는데, 마침 바이오물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인류의 생활에 밀접하고 중요한 것들을 운송한다면 물류인으로 사명을 다할 수 있지 않겠냐는 판단이었다.”

세중해운은 바이오물류를 준비하기 위해 테스크포스팀을 가동하고, 거점 마련을 위해 우리나라와 홍콩을 최종 후보군으로 선정했다. 아시아 국가 중 4차산업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홍콩은 바이오를 비롯해 첨단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고, 우수한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현지에서 바이오물류연구소까지 알아봤던 세중해운은 충청북도 오송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찾아갔는데,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판단했다. 수도권과 가깝고 인근 고속도로 등 지리적 이점이 우수한데다 국책기관이나 연구기관들이 위치한 것도 매력적이었다. 마침 충청북도에서 올해 말까지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를 조성하고, 바이오기업 유치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무릎을 쳤다.”

마침내 세중해운은 2016년 3월 ‘CXL바이오’의 론칭을 결정지었다. CXL은 ‘Celestial Xpress Logistics’의 약자로, 2011년 홍콩에서 처음 론칭한 브랜드명이다. 외국인들이 세중을 발음하기 어려워하자 일본과 유럽 등지를 중심으로 CXL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특화된 물류시장에 진출할 때 CXL브랜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CXL바이오는 ‘Care & Life’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내세웠다. 물류를 통해 보건에 기여함으로써 인류를 보호(Care)하고 생명연장과 풍요를 가져와 삶(Life)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미다.

 
국내 최초 바이오물류 연구시설 조성
국내의 경우 바이오물류시장에 진입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자체 기반시설을 마련한 뒤 고객사를 유치하거나, 전용 운송차량 등 최소한의 인프라만 갖추고 하청을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자체 기반시설을 마련하려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인프라를 갖춘 곳은 외국계 물류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세중해운은 지난해 10월 CXL바이오 론칭을 위해 오송바이오폴리스 지구에 약 150억 원을 투자해 ‘바이오물류 R&D센터’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이 바이오물류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 것도, 국내에 바이오물류를 위한 전문적인 연구시설이 설립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계 물류업체들이 세계 바이오물류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힘은 오랫동안 쌓은 운송경험에서 나온다. 고객들은 경험이 많은 업체에게 서비스를 맡기길 원한다. 그러나 사업을 시작하려는 업체에게 경험은 단 기간에 넘을 수 없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데이터에 주목했다. 바이오물류에 대한 우수한 데이터가 있다면, 경험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한 상황을 가장하고 물류서비스를 진행했을 때 나오는 결과를 알 수 있다면,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변수나 오류를 줄여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한 대표의 판단이었다.

CXL바이오의 R&D센터는 이 같은 배경에서 투자가 결정됐다. 현재 설계작업이 진행 중인 R&D센터는 2,200여평 규모의 부지에 5,400평 정도의 건축물로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 3개동으로 구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고위험성 제품들은 지하에서 다루고 지상에는 일반 바이오제품이나 식품류의 보관시설과 연구소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세중해운은 필요하다면 150억 원 이외에 추가 투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바이오산업 주체들과 다양한 협업 기대
CXL바이오는 바이오제품에 대한 안정적인 물류서비스 제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음식(Bio Food), 바이오 디바이스, 바이오 의약품, 의료기기, 세포와 조직, 코스메슈티컬, 생체적합물질과 같은 품목들을 위한 최적화된 패키징솔루션과 운송솔루션을 지원한다.

향후 제공할 프로세스는 고객사의 요청에서 출발해 패키징과 보관, 출고, 트럭킹(국내 운송 포함), 터미널 집하, 통관, 국외 운송(항공 또는 해운), 현지 검역 및 통관, 창고, 트럭킹을 거쳐 배송이 완료되는 방식이다. 특히 IoT 등 첨단기술을 접목해 운송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거나 제품의 변질,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CXL바이오는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물류 R&D센터는 CXL바이오만의 연구가 아닌 바이오물류를 위한 공동의 연구개발이 이루어지는 협력체로 만들 생각이다. 물류단지 대신 오송생명과학단지를 택한 이유도 기업이나 연구기관 등 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가는 주체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협업에 적극 나설 것이다.”

CXL바이오는 일부 기업과 협력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그 중 몇몇 업체들과 R&D센터 입주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직 설계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셈이다.
한명수 대표는 가까운 시일 내에 협력업체와 공동연구 계획을 세우고 대학과 산학협력을 맺고, 단지 내 정부기관과 협의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연구시설을 무상으로 대여하거나 그들이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도 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과학기술 분야에서 명성이 자자한 홍콩과학기술대학 출신 연구원을 채용했으며, 현지에서 추가로 연구인력을 확보할 예정이는 설명도 덧붙였다.

 
“바이오물류 선진국에서 경쟁 펼칠 것”
헬스케어도 CXL바이오의 주요 사업분야다. 기자재나 의료기기 등의 보관과 운송은 물론 장비 등을 현장에서 직접 설치하고 유지보수까지 담당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헬스케어를 위한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CXL바이오는 점진적으로 헬스케어를 위한 인력양성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안전한 운송을 위해 자회사인 세중통운에서 준비작업을 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차량 직수입도 선택지로 두고 있다.”

현재 CXL바이오는 실제 의약품과 비슷한 온도관리를 받아야 하는 제품을 골라 우리나라에서 홍콩의 한 카페까지 운송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명수 대표는 콜드체인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일반적인 냉동·냉장창고 운영이나 관련 제품의 운송은 이미 국내 업체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CXL바이오는 단순한 냉동·냉장식품류를 운송할 생각은 없다. 대신 바이오제품처럼 미생물이 번식해 쉽게 변질되는 유기농식품류(Orgarnic)에 특화된 물류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유기농식품류 중에서도 다루기 힘든 품목들이 많다.”

바이오제품군의 경우 중소기업과 대학연구소를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한명수 대표는 바이오산업에 진입하는 기업들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학연구소에서도 온도관리가 되지 않아 변질된 샘플을 받아보는 일이 의외로 많다. 제대로 보호(Care)받지 못해 피해를 입는 셈이다. 이러한 고객들을 중심으로 영업에 나설 생각이다. 따라서 CXL바이오의 1차 목표는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국 네트워크를 갖추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세중해운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바이오물류 선진국에서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협력과 데이터를 통해 CXL바이오의 기반을 만들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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