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각은 '진전’, 외부 시각은 '제자리 걸음’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첫 적폐청산 정책 대안은 사업용 화물자동차 불법증차에 대한 일제 조사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별도의 T/F팀 구성이다. 그도 그럴 것이 47만 여대의 차량에 연간 지급되는 국가보조금만 1조 4천 억원, 또 증차금지에 따른 사업용 화물차 번호가격으로 거래되는 무형의 권리금만 약 14조 여 원에 이르는 물류시장의 합리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육상 물류시장을 대표하는 화물자동차 운송시장이 수많은 정책보완에도 불구, 여전히 ‘쳇바퀴 속 다람쥐’ 형국으로 십 수 년간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쳇바퀴 속 다람쥐란 비아냥거림은 대다수 화물 차주들과 운수사업자, 이와 연관된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들에게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하, 화운법)과 정부 모두가 제자리걸음 만 하고 있음을 빗대는 말이다.

이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한 달을 맞아 대통령이 표방한 일자리창출과 4차 산업준비, 저 출산 고령화 대책등과 더불어 물류시장 합리화 대책도 지금까지의 시각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여전히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육상화물운송시장의 ‘화물차 불법증차’ 원인과 역사, 그리고 이를 어떻게 청산하고, 정상화할 수 있는지 점검해 봤다.

불법증차 왜 발생했고, 끊이질 않나?

물류시장의 대표적 적폐인 불법증차와 국가보조금 탈취가 근절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직접적인 원인을 살펴보자.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5월, 국내 물류시장은 화물연대의 대규모 파업으로 사상 초유의 ‘물류대란’을 겪는다.

이 때문에 노무현 정부는 다음해인 2004년 1월 20일,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또 운수사업의 기본 허가보유 대수를 5대에서 1대로 완화하는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한다. 이렇게 차량 공급을 제한(신규증차 금지)하자, 화물자동차 운수사업권과 신규 허가번호(이하 영업용 번호판)에는 ‘권리금’ 형태의 실체도 없는 가격(무형)이 형성된다. 이후 한시적 증차금지가 계속되면서 2017년 현재까지 사업용 번호판에는 서류상에 없는 가격이 상승, 운수사업 허가권과 번호판을 불법으로 만드는 범죄를 급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과정을 살펴보자. 2004년 1월 20일 화운법 개정이후 기존 사업용 번호를 보유하고 있던 운송사들은 곧바로 수많은 법인을 새로 만들어 기존 번호판을 이용, 운수사업 허가권을 만든다. 그 당시 전국적으로 수 천개의 운수사업 허가권이 만들어 졌고, 이후 불법으로 만들어진 사업 허가도 수없이 많다.

이와 함께 당시 건설교통부는 기존 화물운수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공 티오(등록하지 않은 영업용 번호)를 회수하기 위해 2004년 6월 3일 긴급 지침을 내렸지만, 물류현장에선 차량 대·폐차 방법을 통해 대부분의 번호판이 관리 부재로 회수되지 않고 시장에 남게 됐다.

실례로 인천의 K상운은 번호판 매매알선 브로커들과 공모, 부산 경남지역으로 107개(당시 드러난 것 만)의 신규 번호(일명 쌍둥이 번호판 생성 수법)를 만들어 부당 수익을 얻었지만, 인천지검 수사로 형사 처벌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당시 건설교통부는 자동차등록 전산시스템에 차량 이전과 전출 방법을 보완한다. 하지만 이 역시 불법 이전, 전출을 구분할 수 없어 근본적인 범죄예방은 고사하고, 오히려 범죄에 활용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다 정부는 2004년 1월 20일 법 개정 당시 ‘특수용도형’이라는 특수운송 화물차 운송 명목으로 일부 신규 차량 공급을 허용한다. 이에 따른 불법증차 대표 사례가 냉동차와 탱크로리 화물차다. 2007년 경기도 화성의 모 운수업체는 가짜 냉동기를 달아 신규 증차를 신청, 불법 번호판을 만들었지만, 언론을 통해 고발, 정부는 당해 12월 17일 냉동차 증차를 제한하는 긴급 고시를 발표한다. 이렇게 냉동차로 불법 증차된 사업용 번호만 수 천대에 달했지만, 회수된 번호판은 없었다.

한편 이렇게 냉동차 증차가 제한되자, 2007년 12월 17일 일부 운수사업자들은 관할 관공서에 신차를 수 십대에서 수 백대 계약한 것처럼 허위 자동차 계약서로 증차를 신청한다. 또 증차 요건이 맞지 않음을 알고 있던 관할 공무원 등도 증차를 허가, 2007년 12월 17일 이후 법적 등록기간이 훨씬 지난 2008년까지 신규 등록을 해 또 다시 수 천대의 불법증차가 이루어진다. 그 대표적 례가 경기도 가평의 H운송사 허가담당 공무원과 모의한 가평사건과 전북 전주의 ㅇ운송사 사건이다.

이 같은 불법 증차 범죄가 성행하면서 2008년 6월 13일 화물연대 파업이 일어나, 정부는 급기야 1000억 원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 과잉 공급된 영업용 번호를 1대당 700만원으로 평가, 2만 1000여개의 영업용 번호 매입에 나선다. 하지만 결과는 불법으로 증차된 번호판을 세금으로 매입, 범죄자들의 부당수익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기고: 물류산업연구원 김현수 부원장/ 기고 정리 손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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