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지키기로 비춰져, 하루빨리 상생 방안 찾아야

[물류시장 이슈분석] 물류산업 노동자들을 대변하며 지난 17년 동안 육상운송 물류부문의 각종 현안을 이슈화해 온 화물연대와 올해 초 출범을 알린 택배서비스 부문 신규 노동조합 간 물밑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들 양 노조는 상호 비방을 넘어 화물연대 관계자들의 택배노조 소속 서비스연맹 사무실 폭력난입 사태까지 발생하자 물류업계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대표적인 ‘노노 갈등’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가 하면 또 다른 한편에선 묵묵히 물류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노동운동에서의 주도권 싸움에 나선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따라서 새정부 출범에 따른 노동운동 변화의 열망을 기반해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상생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물류 현장 노동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명분을 앞세운 양 노조의 진짜 갈등 배경은 무엇일까? 물류신문은 이들 노조들의 불협화음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 또 양측의 주장은 어떻게 다른지 들어보고, 대안을 찾아봤다.

◆택배노조 출범, 육상물류시장 노동운동 약화 우려
 
택배노조 출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물류시장 주류인 화물운송업계와 택배업종 모두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 노조에 소속, 화물연대 산하에 각 시도 지부별로 노동운동을 이어 왔다. 대외적으로 화물연대가 업력이나 노동운동의 경험에서 업계를 대표해 왔다. 특히 지난 2003년 물류대란을 시작으로 수차례 대규모 노동운동에 따른 힘도 검증이 된 터라 정부 혹은 기업 관계자들에겐 물류산업계의 대표적인 노동단체로 인식되고 있다.
반면 택배부문의 경우 올 초 택배노조 출범 전까지만 해도 눈에 띨만한 노동운동 전력이 없고, 노조 출범 전까지는 화물연대 산하 조직으로, 화물연대의 지원을 받아 선별적 노동운동에 나서 왔다. 그도 그럴 것이 택배업의 경우 육상 물류시장과 비교하면 역사도 짧고 제대로 된 노동운동 전력도 부족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양 노조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화물연대는 노동운동에서의 노련함이, 택배노조는 젊고 패기는 있지만 여러 부분에서 미숙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한편 이번 사태는 이미 올 초 택배노조 출범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택배노조가 새 노동조합 출범을 알리자 당장 화물연대 일부에선 ‘꼭 별개의 노조 출범이 필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 했었다. 여하튼 시작부터 택배부문 새 노조 출범은 기존 국내 육상운송 물류시장을 대표하는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 노조의 화물연대에 대한 동지애를 저버렸다며, 일부 구성원들의 빈정을 상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유추해 볼 때 화물연대는 지금까지의 물류시장 노동운동이 둘로 나눠지며 분산되는 걸 우려해 일부 과격행동에 나섰던 것으로 보이며, 신규 택배노조의 경우 기존 화물연대 산하에서 더 이상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신규 노조 출범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측의 불협화음에 원인은 각각의 노조가 생각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이견 때문이란 지적이다. 

◆택배노조- 분열 행위 중단, 화물연대 - 노동운동 분산하지 마

이번 사태에 대해 택배노조와 화물연대 관계자들의 입장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우선 택배노조는 “노조 출범 전부터 화물연대에 택배노동자들의 요구 실현을 위해서는 전국 단일 조직이 필요하다고 요청했지만, 이 같은 요구는 묵살됐고 공공연맹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그럼에도 민주노총 중재 하에 대화를 이어 왔으며, ‘택배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보장과 권리 실현’을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대화를 지속했는데, 급기야 택배노조가 자신들이 속해 있는 서비스연맹에 불법 난입, 집기를 부수고 간부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데 이어, 최근에는 자신들을 도와준 단체와 인사들을 음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논의할 것이 있으면 택배노조에게 제기하면 되는 일을, 화물연대는 ‘대화’에는 불성실한 자세로 임하면서 밖에서 택배노조를 지원하는 단체와 인사들에 대한 음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택배노조는 화물연대 택배분회를 존중하고, 함께 택배 노동자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화물연대 관계자는 “택배부문에 대한 노동운동이 이미 화물연대 택배분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택배분회를 통해 공공운수 노조 화물연대에서 함께 하는 것이 맞다”며 “지부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대해 논의도 없이 별개의 노조를 다른 노동조합 산하에서 만든 것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택배부문의 노동자 권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 왔으며, 지난 2009년 화물연대 광주 지부장의 분신자살도 택배부문에 대한 노조탄압 때문 이었다”며 “그 만큼 택배부문에 대한 노동운동에 적극 나서왔는데, 별개의 노조를 타 노동조합 산하에 만든 것은 그 동안의 노동운동을 원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작은 의견차이 일뿐, 전향적 대화노력 필요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물류업계 관계자들의 우려는 크다. 기업 물류관계자들은 “결국 대외적으로는 노동자를 위한다면서도 종국에는 노조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주도권 싸움에 불과하다”고 양측 노조들을 폄하했다. 반면 화물연대 화물차주 김의식(49, 가명)씨는 “전체 노조원들의 힘을 합쳐도 각종 현안을 관철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별도의 노조를, 그것도 공공운수 노조가 아닌 서비스연맹 노조 산하에 독자 출범시킨 것이 이번 사태의 불씨”이라며 “양측 모두 진정한 노동운동을 위해서는 현 기득권 논쟁에서 한발 떨어져 생산적인 노동운동에 대해 재논의 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택배 노동자 박 모씨도 “대다수 화물차주 들이나 택배배송 노동자들은 사실 화물연대, 혹은 택배노조 등에 큰 관심이 없다”며 “하지만 이번 논란이 지금까지 순수하게 전개되어 왔다고 믿는 전체 물류시장 노동자들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귀족 노조 혹은 기득권 노조로 비춰질 수도 있는 만큼 양측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교수는 “물류 현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당한 노동에 따른 합리적 대우를 얻기 위해서는 두 개 노조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며 “자칫 새 정부 출범이후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이 노동자들의 기득권만을 위한 투쟁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만큼 대화를 통해 노동자를 위한 노동운동의 진정성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택배시장과 화물연대 노동자들 모두에게는 수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또 이들 문제들은 어느 하나의 노조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상대를 인정하고, 지금까지 각각의 노력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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