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원 자동화 설비가 수백만 원 고철덩어리 전락

기업마다 물류를 운영하는 방식은 비슷해보이지만 조금만 깊게 들어가보면 큰 차이를 보인다.
투자의 관점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물류서비스 향상을 통한 고객 만족도 향상이란 목표를 수립한다고 해도 물류 프로세스상에서 어느 쪽을 강화시킬지는 기업 저마다의 전략이 수립된다.
어떤 기업은 빠른 배송을 위해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거점에 투자하기도 하는 반면 배송차량 등에 투자하는 기업도 있다. 또 어떤 기업은 물류센터 내 분류 속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자동화 설비 도입을 검토하기도 한다. 무엇이 더 효율적인 투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기업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
그러나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 한 가지가 있다. 물류 투자의 결정이 잘못될 경우 기업들에게 돌아오는 치명타 여파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때론 운영 효율화를 통한 비용절감 실현을 위해 시작된 투자가 오히려 감당하기 힘든 비용 증가로 이어지기도 하고,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추진한 투자 결정이 사업을 더욱 위축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물류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다보니 투자에 실패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당연히 성공하는 기업이 있다면 실패하는 기업도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해도 모두 성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많은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의 실패 사례를 통해 자신들이 범할 수 있는 잘못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노력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투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신문사는 최근 발생한 투자 실패 사례를 간략히 살펴보았다.

1. 출판물류전문 A기업 사례
경기도에 위치한 출판물류전문 A기업은 2년 전 수천 평에 달하는 규모에 맞도록 설계된 자동화 설비를 고물상에 고철 값만 주고 팔았다.
구축된 자동화 설비는 해외 유명 자동화 설비 제조업체의 제품으로, 도입 당시 금액만 해도 1,000억 원 이상이 투입됐다. 그러나 도입 후부터 이 회사의 비용은 지속해 늘어났고, 손익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자동화 설비 도입을 통해 출판물류의 현대화를 실현하고, 공동물류를 확장시켜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었지만 현실은 이를 외면했다. 계획만으로는 매우 이상적이었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컸던 것이다. 물동량이 늘어나야 생산성도 크게 향상하는데, 너무 적은 물동량으로 자동화 설비를 통해 운영하려다 보니 오히려 비용은 더욱 증가하기 시작했다.
화주기업의 니즈 파악도 제대로 되지 못했다. 화주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물류적재 공간을 별도로 운영하며 효율을 높이길 기대한 반면 이 기업은 오직 빠른 분류와 배송에 집중해 설계를 했던 것이다.
자연스레 고객은 이탈률이 증가됐고 자동화 설비의 가동률 역시 줄어들었다. 이후 이 기업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자동화 설비를 걷어내기로 결정한다. 1,000억 원이 고철값 1,000만 원이 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이 기업은 자동화 설비를 때낸 공간을 활용해 임대 및 3PL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후 손익적 측면에서 많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2. 온라인 유통전문기업 B사 사례
최근 물류업계에서는 기업들의 물류거점 확보 열기가 뜨겁게 진행 중이다. 특히 유통기업들 간의 거점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소비자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직매입 비중을 확대하면서, 이를 보관할 물류센터 확보의 필요성도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규모 역시 커지고 있다. 또한 O2O열풍과 빠른 배송 니즈 실현을 위한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물류거점 확보에도 많은 역량들을 집중하고 있다.
한 대형 온라인 유통전문기업인 B사 역시 치열하게 전개되는 유통기업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다. 수도권에 1만평 이상의 물류거점 확보에 성공한 이 기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로 거점을 확대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 부터 발생하기 시작했다.
당시 이 기업의 상황은 추가 물류센터 확장의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거점 확대보단 오히려 물류센터 운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투자가 진행됐어야 했다. 물류센터 현장 인력들은 한 고객이 2개 이상 주문한 상품들을 합포장하기 위해 최소 100미터 이상을 활보해야 했다. 한 고객의 주문 건을 처리하는 시간도 당연히 늦어질 수밖에 없었으며, 수천 명에 달하는 인력이 투입돼야 했다. 기존 센터의 운영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가운데 추가로 센터로 오픈하니 확장한 센터의 운영이 잘 될리 만무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업체가 추가로 확보한 물류센터는 불과 2주일 만에 운영이 중단됐다. 한 달에 약 3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는 현재까지 지불되고 있다.

3. 대형 물류기업 C사 사례
최상의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물류기업들은 좋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물류센터 등을 확보하길 원한다. 거점을 기반으로 한 물류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류센터 하나를 건립하는데 들어가는 투자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그렇다보니 물류업체들은 위치가 좋은 곳에 센터를 짓고자 하는 부동산 업체나 금융권들과 장기간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해 물류거점 확보 전략을 추진하기도 한다. 장기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하면 물류센터를 자신의 것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업의 기반이 만들어져 사업의 확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단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위치가 좋아 얼마든 화주유치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덥석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했다 낭패를 본 기업이 적지 않게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대기업 물류회사인 C사와 중견물류기업 D사다. 중견기업인 D사는 계약 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타 대기업에 흡수되기도 했다.
대기업 물류회사인 C사는 경기도에 위치한 수만평에 달하는 물류센터를 금융권과 장기간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C사는 이 물류센터에서만 매달 20억 원게 적자가 발생되고 있다. 사업성 검토 당시 시장 내 임대료 수준과 향후 추이에 대한 분석이 잘못됐던 것. 또한 실제 주인인 금융권에게 보장해줘야 할 높은 수익률 역시 부담으로 작용됐다. 실제 주인과 계약한 임대료가 1만원이라면 실제 화주들에게 받는 임대료는 7천원 수준이다 보니 차액만큼을 매달 자신들이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의 영업이익은 당연히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4. 중견 물류기업 D사와 물류단지 운영 기업 E사 사례
물류센터를 지을 때는 엄청나게 많은 검토사항이 필요하다. 실제 사용자들이 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인지부터 향후 변하게 될 트렌드에 잘 맞는지 등도 검토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기업들도 많다.
중견물류기업 D사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D사는 물류센터 설계 등이 잘 진행됐는지를 검토하지 못하고 위치가 좋다는 이유로 금융권 업체와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했다가 회사가 다른 회사에 넘어가는 위기까지 맞았다. 위치는 좋으나 사용자들이 불편해 할 요소가 많다보니 실제 이용하려는 화주들이 거의 없었던 것. 물류센터 전체를 임대받아 재임대 또는 3PL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고 했으나 임대조차 되지 않아 고스란히 모든 임대료에 대한 부담을 D사가 떠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또 있다. 수도권 물류단지를 운영하는 E사 역시 수만평 규모의 냉장·냉동물류센터를 건립해놓고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수만평 냉장냉동 물류센터에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100% 기계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고 계획한 E사는 현재 이 물류센터의 가동은 물론 제대로된 영업을 실시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만 평의 센터의 온도관리 체계가 너무 허술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반 냉장냉동창고들은 300~600평 단위의 룸으로 구분돼 있는 경우가 많다. 상품에 맞춰 룸마다 온도관리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E사의 물류센터는 최소 3,000평 이상으로 온도대를 관리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업사원이 50평 규모의 냉동 물동량을 유치해왔다고 가정하면 이를 운영하기 위해 3,000평을 전체 가동해야 하는 것이다. 엄청난 운영비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