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경의 스마트 물류

최악의 달걀 대란이다. 극심한 조류인플루엔자(Al) 여파로 우리나라가 달걀, 그것도 신선란의 수입국이 되었다. 달걀 한 알에 600원(조선일보, 2016년 1월 11일)을 넘겼고, 양재동 하나로마트에는 1인당 1판만 살 수 있게 되었다(중앙일보, 2016년 1월 11일).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달걀이 남아돌아 홍콩에 수출했던 나라가 AI 방역의 총체적 실패로 비행기를 타고 온 달걀을 먹게 생겼다. 얼마 전 회의 중 모 항공사 물류담당임원이 항공으로 수입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 웃고 넘겼는데 현실이 된 것이다.

언론 매체마다 보도 내용이 조금씩 다르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보잉 747, 대한항공의 777 화물수송기는 약 164만 개의 달걀을 싣고 수입한다고 한다. 수송비는 개당 168원 정도이고 면세조건과 물류비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개당 310원 정도이다. 각 달걀은 30개 한판이 10개의 트레이에 들어가는 아래 그림과 유사한 형태로 IATA에서 승인한 부패성화물규정(PCR : perishable cargo regulations)에 따라 포장되어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신선한 달걀의 껍질은 충격에 상당히 강하여 적절히 보호되면 생각보다 잘 파손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통기간이 길어질수록, 높은 온도에 노출될수록 껍질이 얇아지고 강도도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물류과정이라면 그리 파손성이 높지 않다. 그보다는 온도에 더 민감하니 가장 적정한 온도(1~5℃)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제대로 유지된다면 달걀은 6개월까지도 보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온도를 물류과정에서 계속 유지하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며 항공수송의 경우 내부 온도가 적재된 위치에 따라 달라(누구든 미국행 이코노미 비행기에서 비상구 옆자리에 탔다가 10시간 넘게 달달 떨면서 간 기억이 있으면 아시리라) 예기치 않게 냉해를 입을 수 있다(달걀은 영하 2.5℃ 이하면 얼어버린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스티로폼과 같은 완충재를 충분히 사용해야 하는데 부피 때문에 적재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수입시 사용하는 포장에도 보냉·보온재는 따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달걀 저장 시 적정온도가 문헌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10℃전후이므로 실질적인 온도유지 목표를 약간 상향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또 온도의 급격한 변화는 달걀 표면에 수분을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포장은 적절한 환기구조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달걀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저장온도와 기간이다. 높은 온도에 노출시 달걀 껍질이 얇아지고 신선도지수(호우계수 : Haugh unit. 80이상이면 아주 좋음, 50이하는 불량으로 구분)가 급격히 떨어진다. 신선도지수가 60 미만이면 사실상 상품성이 없어 폐기되므로 파손되지 않았다고 해서 성공적으로 수입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 수입 후 면밀한 품질검사와 재포장작업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상품성도 저하되고 원가가 올라갈 소지가 많다. 따라서 애초부터 수분감소를 막고 외부충격을 방지할 수 있는 전문적인 포장과 물류작업이 필요하다.

달걀은 살아있는 식품이므로 산소의 유입이 가능하고 포장소재도 깨끗하고 냄새가 없어야 한다. 포장재를 재사용할 수도 있으나 반드시 위생적인 세척과정을 거쳐야 한다.

온도 외에 달걀의 수송과 유통에서 이슈가 되는 것은 적절한 습도유지이다. 만약 낮은 온도(1~5℃)에서 수송하려고 한다면 80~85%의 상대습도를, 10℃ 전후라면 75~80% 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장거리 달걀 수송을 위한 체크포인트들이다.

1. 수송용기와 포장재가 물류과정에 적합하고 달걀을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
2. 달걀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약해지고 1개라도 파손되는 경우 다른 제품도 오염시켜 상품성을 저하시키므로 포장이나 상하역 등의 작업시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3. 아래의 적정온도로 물류과정에서 일관성있게 유지되어야 한다. 단, 사전에 물류온도 프로파일이 충분히 조사되어야 한다. 온도의 급격한 변화를 피할 수 없는 경우 적절한 보냉 또는 보온재가 필요하다.
4. 장거리 수송 시 물류상의 온습도 변화, 취급 및 수송상의 충격과 진동 정도, 사용하는 포장재의 보냉·보온 특성, 물류서비스 제공자의 기술력 등을 고려한다.
5. 통관 과정상 필요할 수 있는 검역과 훈증소독이 용이한 구조라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들어온 달걀이 신선하지 않으면 과연 소비자들과 유통업자들이 구입을 하겠느냐는 점이다. 가격은 물론 검역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달걀을 수입한 적도 거의 없어서 경험도 없다. 때문에 신선란 보다는 난황액, 전란액, 전란분, 난백액 등과 같은 알가공품의 수입을 확대하는 것이 포장을 전공한 물류인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AI의 창궐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수년 전부터 반복되고 있으며 공급망의 불확실성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1996년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에서 사고로 1달 이상 통행이 금지되어 물류가 마비된 적이 있다. 이때 모 글로벌물류기업은 이런 사고를 대비하여 선박회사와 사전계약으로 물류대란을 무사히 넘겼다고 한다.

2017년 우리나라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달걀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참고 : 조선일보, 중앙일보, fa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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