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상생 생태계 조성 필요”

앞서 물류신문사는 다양한 시각에서 대한민국 물류산업을 검진하고 처방을 제시했으며, 건강을 회복한 해외기업들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번에는 학계의 시각에서 물류산업이 보다 건강한 산업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물류산업이 보다 건강한 산업이 되려면’이라는 주제에 대한 제언을 들어봤다.

우리 물류산업은 화주기업과 물류기업 간, 물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협력 체계 및 상생 생태계가 확립되어있지 못하며, 갈등과 과다한 경쟁 속에서 비효율성, 저수익성 등 여러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또한 화주기업과 물류기업 간의 제3자 물류(3PL)의 활용을 기반으로 하는 전략적 제휴가 활성화되지 못하여 많은 물류기업들이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에서의 신규 물동량 창출이 어려운 가운데 국내 물동량의 해외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어 국내시장의 경쟁구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물류산업이 보다 건강한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협력 및 전략적 제휴에 기반을 둔 상생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

또한 물동량의 해외유출이 심화되고 있는 경쟁을 완화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 해외시장 진출 확대라고 할 수 있겠으나, 우리 물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위상과 비교해볼 때 아직 많이 미흡하다.

현지 물류거점 시설 및 네트워크 확보를 필요로 하는 물류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개별기업 차원에서 추진하면 투자 및 비용의 부담이 크며, 현지 시장에 대한 전문성의 부족으로 인해 많은 리스크를 안게 된다. 따라서 화주기업과 물류기업 간의 동반진출, 현지진출 물류기업 간의 얼라이언스 등을 통해, 안정적인 물동량의 확보, 각종 투자, 비용 및 위험의 안배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지역 및 기능과 관련된 고객의 요구 충족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화주기업이나 현지 화주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물류기업의 입장에서는 우리 화주기업과의 동반진출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상호간의 정보부족 등으로 인한 연결의 어려움, 국내 물류기업이 화주기업의 글로벌 SCM을 지원해 줄 수 있는 능력 및 준비의 부족, 물류기업의 글로벌 SCM 지원능력에 대한 우리 화주기업의 신뢰부족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동반진출 사례는 아직 상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물류업계뿐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도 화주기업과 물류기업 간 해외시장 동반진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 물류기업의 글로벌 SCM 및 현지 물류 서비스에 대한 화주기업의 신뢰 부족은 근본적인 문제이며, 화주기업의 인식 제고도 필요하겠지만, 업계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적절한 수준의 지원능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화주기업의 신뢰도 부족은 유통, 의류 등 유통구조가 상대적으로 더 복잡하고, 신속대응이 중요한 산업의 경우에 보다 심각하므로, 각 업종에 전문화된 글로벌 SCM 능력을 확보하고 이를 실제사례 및 실적으로 보여줌으로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신뢰성의 확보 없이는 국가차원의 지원정책도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신뢰성 확보 문제는 국내시장에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유통산업에 있어서의 자가 물류 확대 문제, 물론 유통기업이 물류비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문제, 유통기업의 3PL에 대한 인식 제고 등과 관련된 문제가 있기는 하나,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물류기업이 유통물류에 특화된 서비스, 특히 O2O, 옴니채널과 같은 유통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부가가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유통기업의 기대를 효과적으로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동안 우리 물류기업들이 경험해온 바대로, 국가차원에서 3PL 비율을 얼마나 올려야 한다는 식으로 강제하는 것은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실효성도 없다. 따라서 결국은 유통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 전문화된 SCM 및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화주기업의 고객서비스 및 물류비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며, 이러한 실적을 마케팅 자료로 활용하여 화주 산업에 침투해 나가야 한다.

최근의 한진해운의 문제에서 보듯이, 일단 믿을 것은 우리자신의 능력뿐이 아닌가 생각하며, 최근 여러 가지 불확실성과 잠재 위기요인들이 드러나고 있는 국내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기업에 있어서는 가장 활용 잠재력이 높은 이머징 마켓인 동남아 시장의 경우 지금은 우리 물류기업의 경쟁 우위를 기반으로 하여 성공적으로 진출하여, 현지시장에서의 선도물류기업(LLP)으로서 시장기반을 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들과의 격차는 빠른 속도로 좁혀지게 될 것이므로 기회의 창은 오랜 기간 동안 열려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앞에서 예를 든 유통물류의 경우도, 이미 자가 물류의 체계가 구축되면 이를 3PL로 전환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이처럼 물류산업이 보다 건강한 산업이 되고자 하는 노력을 위해 열려있는 기회의 창이 계속 활짝 열려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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