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산업의 종합 검진을 실시(6개의 대분류와 각 항목별 4개의 소분류를 별도로 구분하고, 소분류는 다시 5개의 문항을 만들어 정밀 조사)한 결과 물류산업의 현재 건강상태는 매우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이상적인 건강 상태 점수를 25점이라고 봤을 때 현재 물류산업의 평균 점수는 12.8점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 살펴봐도 시장지위 항목에 15.7점이 최고점에 불과했다. 치열한 혈투와 투명하지 못한 시장 환경 속에서 생긴 상처들이 곪을 데로 곪아 터지기 일보직전인 상태에 다다른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협력 및 조직환경 항목의 점수가 가장 낮게 나와 이 부분에 대한 긴급한 처방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이상적인 건강상태와 산업의 현재 건강상태의 차이가 얼마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된 이번 조사는 물류산업이 가야할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를 통해 밝혀진 핵심역량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업계가 깊게 고민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판단된다. 각 기업들이 보유한 핵심역량들이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이를 판매하는 이들조차 자부심이 없다는 평가는 곧 물류기업들이나 종사자들이 팔기 부끄러운 상품을 고객에게 팔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자세는 결국 고객의 외면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기업들이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는 단가경쟁을 부추기는 악순환 구조를 만들게 될 뿐이다.

이번 산업 건강의 정밀 검진을 통해 물류산업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 열심히만 하는 삽질, 허리와 팔만 망가뜨려
물류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은 엄청나다. 잠재력이 큰 산업이자 매력적인 비즈니스 창출 가능 산업으로 높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평가는 최악이다. 이는 물류산업 어딘가에 존재하는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보석이 어디 묻혀 있는지는 고민하지 않고, 무작정 땅만 파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냥 열심히 땅만 파면(단순한 보관, 배달 등) 보석이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기업들의 허리와 팔만 아프게 할 뿐이다.

■ 건강한 성장 꿈꾸지만 현실은 건강 악화로
기업들은 건강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류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말하는 건강한 산업은 곧 매출 증가와 더불어 이윤이 증가할 때라고 할 수 있다. 이윤이 증가하며 진행되는 성장은 장기적인 성공의 기반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물류기업들의 건강 상태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동업자적 정신도 부족하다보니 경쟁업체들 간 치열한 혈투만 지속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상실시키며 기업들의 이익을 점차 줄어들게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이런 상태가 지속된 물류기업과 산업 내 경쟁 상황은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 수많은 압박요인, 엉뚱한 곳에 분노 표출
물류산업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화주기업 등으로부터 발생되는 너무 많은 압박요소로 인해 스트레스가 기업들을 폭발 직전까지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들은 경쟁상대와의 생존경쟁 압박, 비용절감 압박, 가격의 압벽, 비용절감의 압박, 효율증대의 압박은 물론 구조조정의 압박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물류기업들은 이렇게 쌓인 스트레스를 엉뚱한 곳에서 해소시키려고 하고 있다. 협력업체에 대한 억압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곧 산업 전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의 발생 범위를 확대시킬 뿐이다.

■ 주치의(정부)에 대한 큰 기대감, 그러나...
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정부의 올바른 정책과 지원들을 꼽을 수 있다. 물류기업들 역시 이러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믿었던 이들에게 배신을 당한 듯 정부를 향한 기업들의 불신은 매우 큰 상태다.
수시로 바뀌는 정책 담당자들과 즉흥적인 처방들이 업계를 분노케 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하락한 상태다. 하나의 정책이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고, 잘못된 곳만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미봉책으로 끝난 것들이 많다.

■ 있는 듯 없는 핵심역량, 복제도 쉬워
고객들의 요구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러한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더 좋은 제품 개발에 많은 역량을 집중한다. 그러나 많은 업체들에 비해 물류기업들의 노력은 부족한 면이 많다. 비즈니스의 궁극적 목적은 시장과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자 오랫동안 살아남는 것에 있다. 기업을 성장시킬 혁신의 동력을 파악하고 확대발전시켜 나가야만 한다. 그러나 물류기업들의 제품(서비스)에는 기업의 성공을 담보해줄 뚜렷한 무엇이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핵심역량이다. 존재하는 듯 존재하지 않는 핵심역량으로는 매력적인 수익을 내기 어렵다. 또한 이는 물류산업의 미래를 기대케 하는 잠재력 또한 감소시키고 있다.

■ 따로 노는 팔과 다리, 성장의 한계 봉착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관계 형성을 이루고 있는 이해관계자들과의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물류기업들이 구축한 네트워크상의 이해관계자들과 물류기업 간에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전이 전혀 공유되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들을 단순히 관리 통제 주체로 인식하고 있는 물류기업들이 많고, 물류산업이 갖고 있는 지입제 등의 구조적인 문제도 공동체 의식 등을 단절시키고 있다. 이는 곧 머리와 팔과 다리가 따로 노는 형국으로, 물류기업들의 성장은 이로 인해 발목 잡힐 가능성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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