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신유통물류story 97

이례적인 10월 태풍으로 인해 남부 지방에 피해가 많이 발생했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날씨를 생각하면 요즘이 가장 활동하기 좋은 때이다.

여기에 가을은 언제나 추수의 계절이라는 점이 더해지면서, 저성장 국면과 여유가 없는 우울한 분위기 탓에 침체됐던 우리의 마음을 조금은 너그럽게 만든다.

올해 성적은 이미 3분기까지의 누계 실적을 살펴봤을 때 어느 정도 수준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 예상된다. 그러나 머리 속 한편에는 원하는 종착역에 도착할 수 없고, 더 이상 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억지로라도 종착역까지 마차를 달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사회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세분화 되어 간다. 지금이 바로 SNS시대이고 그 SNS시대가 이제 막 시작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미래의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세분화 되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세분화 되어 가는 것은 개개인의 목소리가 점점 더 강해지고 그만큼 더 많은 여파가 파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중한 고객, 말만 하지 말고 자세히 살펴봐야
고객이 없는 회사는 존재할 수 없다. 그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가 아무리 뛰어날지라도 이용하는 고객이 한 명도 없다면 그건 무용지물일 뿐이다. 현존하는 모든 회사가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고 언제나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라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가 이제까지 그렇게 소중한 고객에 대해 한 번도 자세히 들여다 봤던 적이 없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필자가 자세히 들여다 본적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회사에는 그들만의 기준으로 우수 고객이 있다. 어떤 회사이든 반드시 들어가는 것은 순주문금액이다. 이를 기준으로 선정된 우수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대부분 할인 쿠폰이나 전용 상담라인을 제공하는 정도다.

그런데 회사에서 제공하는 우수 고객 서비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작 고객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를 물어보는 회사, 우수 고객들이 원하는 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본 적이 없다.

수많은 고객들 사이에서 우수 고객이라는 그룹을 분류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 실제로 한 명 한 명 개인별로 접근해 해당 고객이 정말 원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세분화하여 한 가지라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시대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 쇼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배송 전쟁을 살펴봐도 단번에 알 수 있다. 고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저 경쟁사보다 더 빠르게 배송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그들만의 배송리드타임 전쟁을 하고 있다.

소비자가 지금 당장 어떤 물건이 필요하다면 가까운 마트나 편의점에 가서 직접 사면 된다.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행위는 당장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필요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봤을 때 어느 정도 배송리드타임을 예상하고 주문하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이 정착된지 오래다.

‘간편’이라는 가치와 양방향 서비스
기존의 행동 패턴이 바뀌고, 바뀐 행동 패턴이 자리잡는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아이폰이 탄생한 이후 모바일 쇼핑이 PC를 앞지르는데 9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가 미처 살펴보지 못했던 ‘간편’이라는 가치가 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세분화될수록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는 반대급부로 간편이라는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 이치다.

지난 8월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 및 이용 실태 조사보고’를 보면 지금 우리가 얼마나 ‘간편’이라는 가치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다.

주 1회 이상 간편 결제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는 65.8%에 이르며, 인터넷 쇼핑몰과 커피전문점, 백화점, 마트, 편의점, 음식점 및 주점, 대중교통, 베이커리 등 거의 일상의 대부분에서 간편 결제를 이용하고 있다.

우수 고객들에게 할인 쿠폰을 보내주고 전용 상담라인을 제공하는 것과 간편 사이의 갭을 마케팅 담당자는 알아야 한다. 또한 우리 SCM이나 물류 관계자들도 빠르기만한 배송과 간편 사이의 갭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쿠폰을 주고 속도만 빠른 배송은 모두 일방향 서비스다. 지금은 SNS의 시대이며, SNS의 핵심은 양방향 소통이라는 점이다. 즉, 양방향 서비스의 시대가 열린 지금의 시점에서 일방향 서비스로 고객 만족을 외치는 회사는 더 이상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은 이제 분명해졌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지금해야 할 일은 너무도 명쾌하다. 고객에게 단 한 가지라도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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