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립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이사

“변화의 속도는 과거와 다르다. 미래사회는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혁신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그런데 쉽지 않다” 물류산업과 물류시설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물류는 지금까지 3단계의 혁신적 변화를 겪어왔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이루어진 제1의 혁신 ‘수송의기계화’와 1960년대부터 이뤄진 제2의 혁신 ‘하역의 자동화’, 그리고 1980년대부터 ‘물류관리의 시스템화’인 제3의 혁신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는 이러한 큰 변화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더 큰 혁신을 갈구하고 있고 그 물결에 타고자 지금도 곳곳에서 놀라운 아이디어들이 실현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제4의 혁신인 물류 4.0이다. 이 글에서는 네 번째 큰 물결에 담길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조금이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미래의 물류센터는 어떻게 변할까?
우선 ‘업무의 주체’가 바뀔 것이다. 물류센터 작업의 대부분이 자동화되면서 1만평 규모의 물류센터 업무를 관리하는 데 근로자 1명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 ‘하역, 포장해체, 검수, 입고, 보관, 출고, 관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자동화되어 로봇이 담당하게 될 것이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업무나 지식에 관한 업무만을 사람들이 수행할 것이다.

‘관리 시스템’도 바뀔 것이다. 현재의 무인 창고를 넘어 ‘생각하는 지능형 창고시스템’으로 변화될 것이다. 다양한 보관화물에 맞게 자동온도관리, 도어관리, 에너지관리, 랙관리, AS/RS관리 등 모든 디바이스가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변화될 것이다.

공간에 대한 사고도 바뀔 것이다. 창고와 물류센터는 보관시설을 넘어 제조공장의 역할로 확장될 것이다. 이미 유통가공기술은 준제조업을 넘어서고 있는 현실을 비추어볼 때 그 확장성은 어쩌면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다. 향후 물류센터는 내외부의 정보를 공유하고 또 재생산 가공하여 공간이라는 개념을 뛰어넘는 가치적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즉,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제품을 제작 조립하여 배송하는 것과 같이 고객(화주)의 만족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고정된 공간으로서가 아닌 공간(물류센터)에 대해 유연한(flexible) 사고가 당연해질 것이다.

진정한 스마트 웨어하우스(Smart Warehouse)가 실현될 것이다. 물류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물류보관 시설과 수송 등의 온도·습도·유통가공 등을 조절해 물류 효율 등을 향상시키는 최첨단 시설로 전환될 것이다. 스마트물류가 보편화되면 다품종 소량화물 대응과 시간단축, 맞춤형 서비스는 물론 인력 부족 문제, 원가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제 4의 물결은 이미 우리 주위에서 목격되고 있거나 멀지 않은 미래에 직접 경험할 수 있을 정도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가라앉지 않고 멋지게 파도를 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비록 파도타기에 비유했지만 이 문제는 결코 쉽지 않으며 또 앞으로의 물류산업과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물류 4.0시대, 앞으로 어떻게 물류로 먹고 살아야할까?
물류 소프트파워1)로 무장해야한다. 물류의 목적, 필요성, 요구가 크게 바뀌고 있다. 고객도 바뀐다. 이제까지 실질적인 경제의 무게 중심은 고객이 아닌 공급자에게 있었다. 앞으로 지능화되면, 지능화된 고객이 왕이 된다. 물품이 다양화되면 될수록 고객의 물류에 대한 요구수준은 높아지고 반응도 빠르지만, 현실에서는 아직 이를 만족시킬 만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객이 바라는 특별한 요구는 결국 더욱 섬세한(소프트한) 서비스만으로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류센터(하드웨어)는 그것만으로는 기능이 제한되어 있지만, 고객을 향한 서비스(소프트웨어)는 이 하드웨어에 날개를 달아 줄 수 있다. 상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고객의 요구를 100%까지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가격도 더욱 떨어질 것이다. 모든 물류행위는 공급자와 최종소비자까지이다. 최종소비자가 물류창고에 들어오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미래물류는 상황에 맞춘 유연성을 지닌 공급자가 되어야하고 지식센터여야하며 공급망 조정자이며 마케팅 지원자가 되어야한다.

물류 변화를 준비하는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먼저 시니리오 플래닝과 모니터링이다. 앞으로의 변화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곤란한 이상, 시나리오 플래닝을 통해서 있을만한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언젠가 있을 변화의 시나리오를 예상하여 변곡점이 되는 선행 지표를 계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신속히 대응,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일례로, 물류 4.0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물류의 무인화와 표준화를 예측, 모니터링 한다면 필연적으로 ‘더딘 표준화’, ‘정책의 부재’, ‘물류기업들의 거부 반응’, ‘관련 인력 부족’ 등과 같은 사안들이 선행될 수밖에 없다.

물류 4.0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난관을 전략적으로 극복하고 목표에 다가갈 수 있는 마스터 플랜도 갖춰야 한다. 자신감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앞으로 3년에서 5년이 절호의 기회라고 한다. 더 이상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거나 변화의 높은 파고에 겁먹을 필요도 시간도 없다. 80년대 일본의 산업경쟁력은 미국보다 우위에 있었으나 90년대 들어 미국은 정보 탈산업화(Post-industry)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 다시 역전시켰다.

우리는 이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일본은 지능형 로봇을 내세워 4차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지능형 물류를 내세워 4차 산업을 준비해야 한다. IT기반은 토양이다. 우리의 토양은 풍부하다.

21세기 한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일본과 미국 두 나라의 전략을 적절히 조화시켜 ‘고부가가치 물류업’이나 ‘첨단 지식산업인 물류업’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어려운 이유를 찾기보다 가능한 방법을 먼저 찾아야한다. 그렇게 네 번째 큰 변화의 파도에 몸을 싣고 함께 발전해 나가 야 한다.

1) ‘소프트파워’(soft power)
물리적인 힘보다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중심으로 드러나는 힘. 핵심은 과학기술과 콘텐츠 경쟁력이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나이 교수가 처음 사용한 말로 정보과학, 교육, 학문, 예술 등 인간의 이성 및 감성적 능력을 포함하는 문화적 영향력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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