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강 이남만 물류단지 4곳, 실수요 ‘의문’

지난 6월 29일 국토교통부는 도시첨단물류단지에 대한 시범단지 6곳을 선정했다.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노후화된 화물터미널이나 유통업무설비 등을 물류·유통·첨단산업 융복합 단지로 재정비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이다. 도심 내에 활용할 수 있는 물류시설이 들어선다는 점에서 업계는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제 수요에 대한 우려도 존재 하고 있다. 이번 시범 단지 선정에서 서울 이남에만 3곳이 선정되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 또한 현재 운영되고 있는 물류단지와 현재 개발되고 있는 물류단지와의 거리도 멀지 않아 도시첨단물류단지가 개발될 경우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물류시설 최소 3만 천 평 공급
이번에 선정된 시범단지 6곳 중 서울 3곳이 대지 면적이 가장 크다. 3곳 중에서도 유통업무설비인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가 가장 큰 규모로 156,071㎡(약 47,294평)이며 서부트럭터미널이 98,895㎡(약 29,968평), 한국트럭터미널 86,002㎡(약 26,061평)이다. 3곳의 대지면적의 합계는 340,968㎡(약 103,323평)이다. 현재 ‘물류단지개발지침’에 명시되어 있는 토지이용계획에 따르면 물류와 상류시설이 함께 들어가는 물류단지시설용지가 공공시설용지의 면적을 제외한 면적의 60%, 또 물류단지시설용지 중 물류시설용지가 60%이상이 되어야 한다. 공공시설용지는 상황에 따라 상‧하향 될 수 있지만 물류단지개발지침상의 공공녹지와 도로의 설치 기준으로 계산하면 3곳 모두 15.5%정도 수준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3곳의 물류시설만 들어갈 수 있는 물류시설용지의 면적의 합계는 103,720㎡(약 31,430평)이다. 용적률이 100% 이하라로 계산해도 3만평 이상의 물류시설용지가 생기는 것. 실제 용적률을 감안한다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3곳의 시범단지는 용도지역이 달라 용적률이 다르지만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하시설을 포함한 용적률을 400%이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를 적용하면 약 12만평 정도의 물류시설이 생겨나는 것. 물론 국토부에서는 도시첨단물류단지의 특성을 살리기 위해 물류단지개발지침상의 토지이용계획을 완화하는 형태로 개정하거나 사업 시행사가 물류시설의 용적률을 최대로 개발하지 않는다면 그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각각의 물류단지의 거리가 비교적 멀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첨단물류단지 3곳이 모두 개발될 경우 한국트럭터미널과 서부트럭터미널과의 직선거리는 고작 18.5㎞이며 차량이동거리로 계산해도 38.23km로 40㎞가 되지 않는다. 또한 한국트럭터미널과 서부트럭터미널 사이에 시흥산업용재유통센터가 위치하고 있어 각 물류단지간의 거리는 더욱 짧아졌다. 또한 도시첨단물류단지로 개발된 물류단지는 아니지만 현재 운영되고 있는 동남권물류단지도 한국트럭터미널에서 직선거리로 7.7㎞, 차량이동거리로는 10.14㎞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또한 도심 내에 위치하고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 배후에서 수도권 물류거점으로 활용되고 있었던 김포고촌물류단지와 군포복합물류단지도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부천오정물류단지와도 거리가 멀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는 아무리 서울의 물동량이 많다고 하더라도 7개의 물류단지의 공급에 맞먹는 수요가 있을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각 단지별 역할 분담 필요
도시첨단물류 시범단지와 가까운 거리에서 수도권 및 서울권역을 담당하고 있는 물류단지는 총 3곳으로 군포복합물류터미널, 김포고촌물류단지, 동남권물류단지이다. 김포고촌물류단지는 서울과 주변지역을 동북아 금융, 업무기능 중심으로 특화하고 지식기반 산업과 도시형 제조업을 중심으로 ‘업무 및 산업벨트’ 조성을 목표로 조성됐으며 개발 지구 내외의 기존 물류, 산업기능을 수용하는 복합개발을 도모하고 필요시 주변의 훼손된 지역을 녹지, 공원 등으로 복구할 계획으로 만들어진 물류단지이다. 군포복합물류터미널은 수도권 최적의 배송거점으로 편리한 입지와 최첨단 설비를 갖추고 수도권 뿐만 아니라 충청권에 이르는 광대역 네트워크 구축하는 것을 위해 만들어진 복합물류터미널이다. 동남권물류단지는 전국 택배물량의 60%를 점유하는 서울 경기 지역의 물류를 담당해 물류난을 해소하고 물류비를 절감하며 서울 물 동량 의 35%를 처리하는 물류 핵심 거점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개발 중인 부천오정물류단지는 수도권 서북부에 생활문화와 비즈니스 환경이 어우러진 미래형 물류단지로 조성과 최첨단 물류시설과 대규모 점포, 전문상가 등 상업시설과 판매시설, 중소유통센터 등이 입주하는 복합물류단지로 개발 되고 있다.

이렇듯 모두 서울과 수도권의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 개발되고 운영되고 있는 물류단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도시첨단물류단지는 각각의 역할이나 특화된 물류단지 개발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첨단물류단지는 매우 필요한 시설이긴 하지만 배후에 인접해 있는 물류단지(김포, 군포, 부천오정, 동남권)들과의 역할이 어떻게 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시첨단물류단지 따져볼 것은 따져봐야
이렇듯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물류단지를 개발하기 위해서 꼭 거쳐야 하는 실수요 검증이 도시첨단물류단지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방침이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국토부는 시범단지를 포함해 앞으로 진행되는 도시첨단물류단지에 대해서는 실수요 검증이 아닌 검증위원회의 자문으로 갈음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실수요 검증에 대한 내용이 신설되면서 도시첨단물류단지의 경우 실수요검증을 실수요검증위원회의 자문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내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만약 3곳의 물류단지가 모두 개발될 경우 실수요 검증은 아니더라도 다각적인 검증 작업과 역할에 대한 문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 전문가는 “서울은 수요가 많은 것은 사실이며 수요가 있는 곳에 시설을 만들 수도 있지만 시설이 수요를 창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도 “꼼꼼하게 따져 볼 필요는 있다. 따져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지 따져봐서 나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 시범단지로 선정된 지역이 모두 한강 이남지역으로 거리가 멀지 않고 가까이에는 동남권물류단지, 배후에는 군포복합물류터미널, 김포고촌물류단지 등이 위치해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수요검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증은 꼭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통업체들도 이미 수도권 인근에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투자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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