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법무법인 ‘연’ 구본승 변호사


물류산업시장 전문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연’의 구본승 변호사는 “정부의 화물차 증차관련 법 개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라며 “형평성에도 안 맞고,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안 없이 코앞의 법만 개정할 경우 시장에 더 큰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아직 구체적인 개정안이 나온 건 아니지만, 알려진 법 개정안만 보면 시장 구성원들 중 누군가는 불공평해 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 불공평의 대상이 선량한 일선 물류현장 노동자들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대한 대안이 없다면 조만간 발표될 법 개선 방안은 시장 혼란만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당장 법 개정이 시급한 것이 아니면 충분한 논의와 더불어 법체계가 선순환 될 수 있도록 개정할 법 항목 하나하나에 따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용 화물차 번호 영업권 프리미엄 침해해
구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이 1.5톤 이하에만 적용되는 건지, 또 일부 화물차만 풀어주는 건지, 전체 화물차시장에 전면적 차량 증차가 이루어지는 건지 정확하지 않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시장 전체 구성원들 모두가 불공정하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업용 번호에 거래되는 권리금, 즉 돈을 벌수 있는 영업권이 있는 번호 거래가 관습법처럼 되어 있어 어느 한쪽에만 허용할 경우 법적 분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구 변호사는 “정부가 지난 2009년 용달화물차들의 택배시장 전환에 따른 기존 영업권 프리미엄을 인정, 700만원의 비용을 차주에게 지급한 전례가 있다”며 “그런데 이번 개정을 통해 기존 번호판 영업권에 대한 보상 없이 증차를 허용한다면, 기존 번호판을 가진 차주들은 재산권을 침해받을 수 있어 차주들의 무더기 소송을 피할 수 없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불법 증차한 번호를 알고 구입한 법인과 개인 등이 서류상 혹은 전산시스템 상으로 구분이 안 되는 것도 문제”라며 “개인과 법인 모두 증차로 인해 자신의 재산권 침해를 받는데, 어느 누가 가만히 있겠냐”며 “법 개정에 따른 육상물류시장 파국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차 불가능, 영업용 번호 히스토리부터
구 변호사는 “증차 금지 이후 수 만대의 불법 영업용 번호판이 양산됐는데, 그 번호의 출생부터 현재까지 히스토리는 없다”며 “이를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후에야 증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차량 구조 변경을 통해 불법으로 만들어진 영업용 번호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번 개정 과정에서 기존에 불법 제작된 번호에 대해서까지 권리를 보장한다면 누가 정부정책을 신뢰하겠냐”고 물었다. 기존 번호판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아도 문제고, 인정하더라도 불법 번호판을 가려내지 못한 채 불법행위를 한 사람들의 권리까지 인정한다면 그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국가가 불법이라고 처벌해 온 증차 금지정책에서, 이제는 시장에서 필요하니 증차를 하겠다고 한다면 법 형평성의 근간을 흔드는 꼴인 만큼 기존 시장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 구 변호사의 지적이다.

또 다른 문제는 향후 증차하는 신규 영업용 번호 역시 불법으로 전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구 변호사는 “택배사들의 요구로 증차된 ‘배’자 번호가 택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다”며 “만약 물량을 갖춘 법인에게 차량을 증차한 뒤 수요가 없을 경우 이 번호를 회수해야 하는데, 현 시스템 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가 화물차 증차 후 지속적인 차량 번호를 추적하는 시스템 없이 이번 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기존 택배시장 ‘배’자 번호와 똑같은 불법 전용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구 변호사는 “지금 상황에서 화물차 증차는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화물차 시장을 선순환하기 위해서는 우선 별도 TF팀을 만들어 화물차시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 현실을 파악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화물운송시장에서 지입을 합법으로 바꿔야 한다”며 “현재의 운수사업법은 증차뿐 아니라 법규 하나하나 앞뒤가 맞지는 않고, 운수사업법과 여타 연관법에 근본적인 법체계의 모순이 있어 관습법처럼 운영되고 있는 치명적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2004년 차량 증차 금지 이후 12년간의 문제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법적 검토와 대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