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정회원(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최근 과학기술계의 핫(Hot) 아이템으로 미디어에서 빈번히 접할 수 있는 용어 중 하나가 자율주행이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크게 발전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전후 평화와 경제부흥의 시대를 맞아 미래에 향한 기대감으로 상상한 그림에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단골로 등장하곤 했다.

현재의 자율주행 기술은 대형 자동차 업계와 IT업계가 주축이 되어 경쟁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자율주행 자동차가 정식 운행 허가를 받았다는 뉴스는 알파고의 충격과 더불어 미래가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느낌과 상관없이 자율주행 기술은 물류 현장에서 예전부터 적용되어 왔다. AGV가 그 대표적 예이다. 도로에서 운전자를 대신하기 위한 자율주행과 물류 프로세스에서 자율주행은 기계가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여 운행한다는 점에서 같지만 적용분야가 매우 폭넓은 물류부문에는보다 포괄적 정의가 필요하다.

도로의 자율주행은 기계가 얼마나 제어의 주체를 대신할 수 있는가에 따라 4가지 단계로 나눈다. 과거 운전자가 모든 조작을 하는 시대에서 자율주행 1단계로 들어서면 크루즈컨트롤, 차선이탈방지 장치와 같이 운전자가 조작을 최소화하거나 안전성 향상을 위한 자동화 기능이 추가된다.

2단계는 운전자 주의 아래 차량이 스스로 가·감속과 조향 조작을 하지만 기계가 대처 불가능한 상황 발생 시 운전자가 즉시 개입해야 하는 수준의 단계이다.

3단계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으나 고속도로 등 제한된 환경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마지막 4단계에서는모든 도로 네트워크에서 완전 자율주행이 실현되는 단계로 구분한다.

물류부문에 있어서는 적용환경과 목적의 다양성을 고려하여 보다 포괄적으로 구분해야 한다. 과거에 작업의 많은부분을 인력에 의존하는 ‘Man-power’ 단계를 지나 자율주행 1단계로 들어가면 물류센터와 같은 제한된 장소에서 일부 프로세스를 자동화한 ‘Labor-saving’ 단계라고 할 수 있다.

1단계는 도로 부문에 비교해 볼 때 초기 자율주행 기능이 일부 추가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2단계로 들어가면 운송, 분류, 상·하역 등 자율주행의 적용범위가 넓어지고 전체 SCM에서 일부 프로세스가 자율주행이 가능한 ‘Self-driving’ 단계로 자율주행 시 작업자의 개입이 크게 줄어드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인 3단계에서는 AI를 기반으로 작업자의 개입 없이 하나 또는 복수의 프로세스 완료가 가능한 ‘Manless’ 단계로 정의했다.

이와 함께 물류의 자율주행 기술은 적용 목적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가장 먼저 도로에서 자율운행이 가능한 화물자동차와 같이 ‘간선수송’을 위한 자율주행 기술을 들 수 있다.

도로의 자율주행 기술은 승용차에 적용되기도 하지만 다임러가 개발하고 시험운행 중인 프레이트라이너(Freightliner)는 40톤급 화물자동차에 적용된 사례이다. 대형 화물자동차의 특성은 시·종착지 간 주행거리가 길고 고속도로 운행 빈도가 높다. 또한 운전행위가 곧바로 노동행위로서 운전자의 피로도가 높으며 운전자의 주의력 저하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따라서 도로를 주행하는 차종별로 볼 때 자율주행의 최적 적용 대상은 화물자동차가 아닌가 한다. 자율주행과 최근 C-ITS의 일환으로 현실화되고 있는 군집주행(Platooning) 기술이 결합된다면 연비향상과 사고감소에 더욱 높은 시너지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고속도로에 통행량이 많고 진출입로가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여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두 번째 분류에는 ‘거점 내 작업’을 위한 자율주행을 들 수 있다. AGV처럼 제한된 공간에서 주행경로에 가이드 없이(또는 최소한의 가이드만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여 자율적 이송작업을 수행하는 차량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AGV에 리프트, 로봇 팔, 보관 랙 등의 기능을 추가하여 다양한 물류 프로세스 작업에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AGV의 범위를 넓게 본다면 LA항에 배치된 자율주행 컨테이너 트럭과 자율주행 크레인, 광산의 무인 자원운반 트럭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공로의 자율주행 차량에 비해 안전에 대한 우려와 제도적 제약에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물류 현장에서 가장 용이하게 발전 가능한 분류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은 특수한 환경 하에서 운행하기 위한 자율주행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택배용 드론이 원격조종 방식이 아닌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가는 방식이라면 공중의 자율주행 물류라 할 수 있다. 또 계단을 오르는 택배 로봇, 차로 주행하는 것이 아닌 자전거 도로나 보도를 주행하여 근거리 배달을 하는 로봇 등을 이 분류로 구분했다. 이 분류의 자율주행은 차도는 아니나 공공장소에서 주행한다는 점에서 화물과 수송차체의 보안과 안전 문제가 세심히 고려되고 있다.

우리 주변 곳곳에 자율주행 차량과 로봇이 스스럼없이 돌아다니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이 그다지 충격적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 같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반세기 이전부터 사람들은 자동차의 자율주행에 대한 꿈을 꾸었고 또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300km/h의 열차를 타고 거리에는 전기차가 돌아다닌다는 사실이 신기하지만 크게 충격적이지 않은 건 그만큼 오랜 기간 조금씩 조금씩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자율주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행히 물류부문에서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해왔고 또 앞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미래에 어떤 신기한 기술이 세상에 나타나서 현재의 Futurism이 실현될 지 연구자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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