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사의 서비스 요구 수준 높아질수록 물류기업 고충 함께 커질 것

전쟁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벌이고 있는 물류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수혜를 입는 업체들도 있지만 피해를 보는 업체들이 존재한다.

최근 많은 전문가들은 유통업체들이 벌이고 있는 물류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물류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왜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걸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유통기업들이 물류기업에게 바라는 서비스의 수준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고, 이를 감당할수록 물류기업들의 고충은 늘어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류기업들은 많은 업체들의 물량을 통합해 전체적인 운영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최근 유통업체들은 물류기업에게 자신들만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의 제공과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물류기업들은 기존 운영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물류 프로세스를 새롭게 구축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물류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량 적은데 당일배송 구축 요구…운영하면 적자
최근 유통업체들은 너도나도 당일배송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일부 업체들은 당일배송서비스에 이름을 붙이는 등 브랜드화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운영해야 할 물류기업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당일배송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에 돌입했지만 정작 화주기업들이 판매하는 당일배송상품은 일부 품목에 불과하거나 판매량이 적어 실질적으로 적자를 보는 물류기업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물류기업은 적자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구축된 당일배송망을 활용해 타 유통업체의 영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물류기업들이 인프라에 투자할 때는 일정기간 동안의 리스크를 감안하고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인프라의 감가상각까지 고려하면 영업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물류기업들은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인프라 구축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일부 유통업체들의 요구로 인해 투자한 인프라의 경우,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투자비 회수기간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비스 요구 대비 물류비 턱없이 낮아
물류기업들의 손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전문가들은 유통업체들의 물류서비스 조건 대비 그들이 지불하는 물류비가 턱없이 낮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날이 갈수록 여러 서비스 항목을 추가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그에 합당한 물류비를 주는 유통업체들이 많지 않다는 게 그들의 얘기다.

오래 전부터 A택배사로부터 전담배송서비스를 제공받던 B유통업체는 지난해 A택배사가 자신들을 위해 구축한 전담배송 인프라 영역만 별도로 인수하는 것을 검토한 바 있다. A택배사로부터 전담배송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지만 타 택배상품들과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게 이유였다.

일부에서는 지금껏 전담배송차량 등에 A사가 투자한 금액 대비 B사가 제공한 물류비는 매우 낮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자신들이 지불하는 금액은 생각하지 않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만 요구하는 것으로, 분식집에서 호텔 레스토랑 수준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이는 B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전국에 수백 대에 달하는 전담배송차량과 기사 등의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A사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통해 A사의 상품을 다른 상품들과 함께 분류하는 형태로 운영, B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차별성을 제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A택배사의 고민 역시 이것이다. 지금껏 주요 서비스 평가항목이자 중점 요구사항이던 친절과 정확도에 맞춰 전담배송체계를 구축해놨는데, 최근 속도에 대한 요구까지 추가되며 고민이 커진 것이다. 보다 빠른 배송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이 아닌 B유통업체의 물량만 지역별로 분류하는 체계를 갖춰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A택배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모든 택배업체들은 A사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다. 향후 각 업체별로 대응하지 못하게 될 경우 영업력을 잃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특정업체만을 위해 과도한 투자를 진행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버리기엔 아깝고 먹기에는 아쉬운 계륵(鷄肋)과 같다”고 말했다.

맘에 상처 입은 물류업계, 업계 전체로 분노 확대될 수도
최근 유상운송행위가 아닌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분하에 자가용 화물차 번호판을 이용해 배송망을 구축하는 유통기업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누구 하나 명확한 답을 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자신들도 굳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돈을 주고 번호판을 구입하지 않고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운행하자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수십 년간 법질서를 지켜온 업계는 나 몰라라 하고 물량을 갖고 있는 이들의 얘기에만 귀를 기울이는 정부의 모습에 물류업계의 불만도 서서히 커져가고 있다.

쿠팡의 자가용 번호판 운행에 관한 정부의 태도와 입장에 이미 택배업체들은 물론 일부 화물운송업체들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1톤 차량에 대한 허가제 전환 얘기가 확산되면서 업계의 분노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지금 1톤차 번호판 가격이 3,000만원이 넘는다. 누구는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3,000만원을 지불하고 사업을 하는데, 누구는 공짜로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기준을 바로 잡아야 더 이상의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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