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철도물류 활성화 한다더니…한숨만

국토교통부가 화물열차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화차의 차륜을 현재 기준보다 높은 기준으로 교체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국토부에서 추진 중인 ‘화차 운행제한(차륜 직경 810㎜이하) 계획(안)’이 바로 그것. 이 계획안이 실행될 경우 철도물류 대란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철도물류 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3월 대덕구 신탄진역과 세종시 부강면 매포역 사이 경부선 철도 상행선 서울역 기점 148㎞ 부근에서 화물열차가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화차 3량이 궤도를 이탈하며 바퀴 4개가 떨어져 나왔고 이 중 1개가 파손되면서 화차가 선로를 이탈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철도의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차륜의 국내 규정을 무시한 채 높은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에 미달하는 화차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현실화 될 경우 철도물류는 대란을 맞을 수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수조 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국내 기준은 770㎜…국토부 제시 기준은 810㎜
화차를 받치고 있는 차륜의 직경은 860㎜이다. 하지만 운행을 할수록 차륜의 직경은 마모로 인해 줄어든다. 때문에 국토부에서는 화차에 사용할 수 있는 차륜의 직경을 770㎜이상으로 정해 놓았다.

이보다 직경이 작아지면 위험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신탄진 사고로 인해 국토부에서 제시한 기준은 810㎜로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제시해 놓았다. 안전을 위해 높은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그 기준을 적용하고 행정상의 절차도 무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법적, 제도적 근거 없는 자의적인 결정으로 인한 기준으로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780㎜이고 중국이나 미국도 786㎜인데 갑자기 기준을 810㎜로 높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810㎜ 추진 시 5조원+α 비용 발생 예상
만일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810㎜이하 차륜 운행제한이 이루어질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직접적인 교체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은 수치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화차에 들어가는 차륜은 총 8개로 이를 교체하는 비용은 약 1,200만 원에 이른다. 이 비용을 국내 철도 물류기업이 부담해야 할 경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 국내 총 화차의 수는 약 11,000량으로 이중 10%만 교체한다고 가정해도 132억 원의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업계는 아직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컨테이너 화차의 경우 40%가 교체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외에 직간접적으로 5조 원이 넘는 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철송을 많이 사용하는 시멘트 업계의 경우 공급차질로 인한 연관업계 피해액이 2.7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컨테이너 업계도 수송차질로 인한 추가 운송비용이 1.4조 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철강·석탄 업계도 운송비용 증가, 조업차질 등으로 인한 1조 원 이상의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물류 생태계 파괴되나?
하지만 가장 문제는 철도물류의 생태계 자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이와 함께 물류대란도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철도 화차가 부족하면 화물을 운송하기 힘들면 물동량은 공로운송으로 전환된다. 현재 파악하고 있는 규모만 해도 컨테이너 차량 2,000대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순간에 철도 물동량이 화차 부족으로 인해 공로로 전환될 경우 대체운송수단 확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위험물이나 대량중량화물도 공로로 이동돼 안전상에도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전환되는 화물이 화차의 차륜을 교체해 정상화가 될 경우 철도운송으로 다시 전환이 가능할지의 여부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의견이다.

철송을 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는 “차륜을 교체하는 시간이 적어도 몇 달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기간 동안 공로 운송으로 이전된 화물이 다시 철도운송으로 올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몇 달이라는 시간이면 공로운송으로 시스템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 과정에서 철도물류기업들의 계약 파기 등에 대한 거래선 상실로 인해 도산 및 경영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듯
화차를 운행함에 있어 안전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철도 물류를 통해 위험물이나 대형중량화물을 운송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철도의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차륜의 파손은 총 6건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화차가 11,000량이면 차륜은 88,000개이며 이중 총 6개의 차륜이 파손된 것. 이를 놓고 업계 전체가 휘청거릴 정도의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국토부는 지난 3월 철도물류를 활성화 하겠다며 ‘철도물류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공포하고 오는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철도물류활성화를 외치면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철도 물류의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준을 정확한 절차도 없이 들이대고 시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교체 시간도 몇 개월 걸린다. 철도화물은 그동안 서서히 물동량이 줄어들 것이고 조용히 고사될 것”이라고 뼈있는 조언을 남겼다.

지난 7일 철도물류 관련 업계 및 협회에서는 국토부에 ‘철도화차 운행 제한 계획(안) 철회 건의서’를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이제 모든 판단은 국토부로 넘어갔다. 국토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 물류업계 및 관련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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