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수의 콜드체인과 적정물류온도

콜드체인에 대한 관심 증가와 딜레마
식품이 거래될 경우 구매자 측에서 상품의 좋은 품질을 확인하려는 노력은 상존하는 일인데, 식품의 안전과 신선도를 어떻게 보장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매매 순간의 조건과 환경, 상품의 외관 상태만으로 파악하기에는 완전하지 않다. 과연 생산 당시의 신선함이 계속 공급사슬과정 전체에서 똑같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식품은 단 한 번의 순환과정이라도 잘못되면 품질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는 일이다. 식품의 신선도는 1회적으로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국토가 크지 않아 1일 생활권 납품이 가능한 거리이므로 다소 식품의 위생과 안전을 걱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더구나 추운 겨울 등 사계절을 가지고 있는 날씨라 여름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면도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상식적 판단이 콜드체인 시스템의 보급을 더디게 만든다. 콜드체인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들어가고,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에 귀찮게 여길 수 있는 일이다.

기본적인 콜드체인 인프라는 5가지로 나누어진다. 프리쿨링 시설, 냉장창고, 냉장운송, 패키징 그리고 정보추적 시스템이다. 이러한 인프라를 운영하는 인건비 또한 만만치 않다. 때문에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수익성 보장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콜드체인 시스템에 들어가 있는 식품의 가격은 높은 편이다.

국내 소비자는 아직 콜드체인을 위한 추가 비용을 지불할 심리적인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소비자들은 신선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하길 바란다. 소비자가 콜드체인의 비용을 인정하고 지출하면 더 좋은 품질의 식품을 제공받을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의 경우 콜드체인에 의한 식품 가격 인상의 합리성이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데 딜레마가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농수산식품공사(구 가락시장)를 비롯한 몇몇 도매상들이 새로운 시장의 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청과물 도매상들은 냉장시설을 설치해 신선채소와 과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콜드체인 식품 시대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가격과 품질의 트레이드 오프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신선식품에 대한 프리미엄이 붙은 비용을 포함한 높은 가격의 상품을 구입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콜드체인 수요를 구분할 때 첫 번째로 꼽는 것은 축산과 해산물이다. 두 번째는 우유와 냉동가공식품, 그 다음으로 과일과 채소로 구분된다. 미국과 유럽에서의 점진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식품의 질적 보장을 위하여 냉동처리를 하지 않는다. 냉동육으로 포장된 식품, 버터 등을 제외한 식품은 얼지 않는 5도 미만의 냉장처리로 세포가 살아있는 신선도를 유지한다. 일반 마트에서 판매하는 채소는 쇼케이스에 두는데 대부분 섭씨 3도로 온도를 맞추고 있다.

온라인 전자상거래에서도 식품은 인지도가 높은 소매 체인들이 냉장차량으로 배달하고 있다. 소비자가 믿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매 체인들의 도시 내 배송체계는 수요가 많아질수록 냉장차량의 문을 자주 열고 닫아야하기 때문에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됐다. 따라서 고급화된 냉장기술에 대한 투자를 재촉하고 있는 추세다.

예민한 온도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냉장 공조장치의 개발, 외부 온도를 차단시키는 에어커튼의 설치, 냉장차량 탑재 공간을 최대화 할 수 있는 벽면소재의 얇은 두께. 장시간을 지탱하는 절연재 특성. 친환경 조건에 맞는 제조기술. 차량 내 완벽한 절연벽면 접착기술, 실시간 온도감지 장치 장착은 냉장차량의 기본조건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기술진들도 단거리 다빈도 배송냉장차량을 개발하고 있어 업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매자의 선도유지 요구가 커질수록 공급자가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고객의 품질에 대한 요구는 더 세분화 되는데, 흔히 GDP 2만 달러 시대에는 수입되는 냉동식품이 다양화하고, GDP 3만 달러 시대에는 냉장 신선식품이 성행한다는 견해가 있다(소비자가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도 신선한 식품을 구매하는 수준이 보편화되는 시점이 콜드체인이 활성화되는 시점이라는 일반적인 견해이기도 하다). 이는 바로 그 나라의 GDP 수준과 직결된다는 이론의 근거가 된다. 우리나라는 아직 2만 달러와 3만 달러 사이에 놓여있다.

콜드체인 공급의 보장을 위한 인증과 추천제도
판매장소에서 냉장처리를 잘하고 있더라도 공급 전 단계에서 완벽하게 잘 이행되었다는 것을 보장할 수는 없다.

콜드체인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제3자 물류회사를 알 수 있다면 식품공급사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을 것이고 마트에서도 운송을 의뢰할 것이지만, 누가 잘하고 있는지 선택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히 시행착오의 결과로 알아지게 되지만 지엽적인 정보가 되어 정보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유럽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증제도를 실시한다. 인류에게 ‘건강한 삶’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CCA(Cool Chain Association)에서 세계적 인증기관인 독일 Lloyd와 협력하여 우수이행 인증서를 발급한다. 심사는 CCQI(Cool Chain Quality Indicator) 표준규정에 따라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유효기간을 두어 계속 서비스의 질을 확인한다. CCQI에 의하면 기업체의 경영체계, 콜드체인 조직, 담당직원의 운영 정도 및 콜드체인 운영시스템의 설정, 관련시설에 대한 철저한 기능 확인이 이루어진다.

콜드체인 산업계가 공급보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시간과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인증제도를 채택하기보다 보급을 촉진하기 위하여 우수 공급자에 대한 추전제도를 사용한다. 2015년에는 우수한 콜드체인 서비스 제공자 베스트 50위까지 선정했는데, 중국콜드체인협회(중냉연맹)에서 발표하고 매스컴에 홍보한다.

물론 전문가 그룹이 심사기준을 정하고 엄격하게 심사한다. 이 홍보된 내용에는 식품공급사들이나 구매자들이 비교적 안심하고 콜드체인 업무를 맡길 수 있는 물류회사, 냉장보관회사, 운송회사와 식품공급사들의 명단이 들어가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신선한 식품을 공급받도록 하고 있다.

콜드체인 시장의 성장은 계속 된다
콜드체인 시장은 식품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적정온도로 공급되어야하는 약품과 바이오 제품의 수요증가도 콜드체인 시장의 성장을 촉진한다. 마켓엔마켓의 조사에 의하면 콜드체인 시장의 규모는 2014년도 기준에서 2019년까지 연간 평균성장률 15.6%를, 시장규모는 2,334억 달러에 이른다. 이중에 북미시장이 약 40%를 차지한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