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업 등록제, 등록 주체부터 바뀌어야

▲ 본 사진은 기사와 연관없음. CJ대한통운 옥천 물류센터 전경.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물류시설법)은 ‘물류시설을 합리적으로 배치·운영하고 물류시설 용지를 원활히 공급하여 물류산업의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법률을 바탕으로 5년 단위의 ‘물류시설개발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 종합계획의 목적은 ‘물류시설의 중복·과잉 투자를 방지하고 체계적인 물류시설 공급으로 효율적인 물류네트워크 구축방안 모색’하는데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물류시설개발종합계획을 통해 물류단지나 터미널 등의 신규공급과 시설기능개선 등을 추진해왔으며 물류시설 총량제를 통해 전체적인 공급을 통제했었다. 현재는 물류단지의 경우 실수요 검증을 도입하고 필요한 곳에 적절한 시설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화되고 있는 단일 물류시설에 대한 정확한 공급량을 파악하기 어려워 실제 공급이 얼마나 이루어지고 추가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물류시설법과 물류시설개발종합계획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물류창고업 등록제, 물류시설 총량 확인 못해

지난 3월 7일 실수요 검증제의 주요 내용을 담은 ‘물류시설의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토부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객관적인 검증기준을 제시하여 민간사업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임으로써 물류단지 실수요 검증제의 내실화와 함께 물류단지 공급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민간사업자의 예측 가성을 높여 내실화와 공급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는 실수요 검증제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통계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실수요 검증의 검증 내용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더욱 근본적인 문제인 물류센터의 현재 총 공급량을 알 수 없다는데서 오는 문제이다. 현재 국토부는 물류창고업 등록제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를 통해 현재까지 공급된 물류시설의 총량을 알기란 요원한 일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등록제를 통해 공급된 물류시설의 총량을 알기 위해서는 등록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가장 큰 문제는 시설물이 아니라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 등록주체가 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창고업 등록제는 운영주체가 없는 공창고의 경우 등록대상이 되지 않아 현재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공급량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현재 운영되고 있는 물류시설의 총량은 알 수 있지만 실제 공급된 물류시설의 총량을 알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또한 자가 물류를 하고 있는 물류센터에도 예외가 적용되다보니 정확한 물류공간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비어있는 물류시설과 자가로 운영되는 물류시설이 통계로 잡히지 않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물류센터만 등록되는 문제로 인해 실제 물류센터가 얼마나 공급되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최소물류단지 VS 최대물류센터

물류창고업 등록제의 등록 주체가 운영 기업이 되다보니 그 이후에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물류단지의 경우 총량제에서 실수요 검증제로 전환되어 개발을 정부에서 관리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는 물류단지의 총량제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고 실제 수요가 있는 지역에 빠르게 물류단지를 제공해 물류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이다.

또한 국토의 효과적인 활용과 난개발 방지 등을 이유로 물류단지에 대한 실수요 검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물류센터들이 대형화 되고 있는 추세에서 물류단지 인근의 개별 물류센터를 배제하고 검증을 실시한다는 것이 원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물류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물류센터의 공급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물류단지로 지정되고 개발되는 물류단지에만 실수요를 적용한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어패가 있다는 것. 이번에 개정안에 포함된 실수요검증 내용을 살펴보면 인근 물류단지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정량적인 평가를 하는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

인접지역의 물류수요를 전환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새로 발굴된 실수요를 확인하기 위한 부분이다. 하지만 기준이 인근의 물류단지로만 되어 있어있어서 인근의 개별 대형물류센터가 존재할 경우 전환수요에 대한 부분이 실수요로 둔갑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전환 수요는 물류단지에서 물류단지로만이 아니라 단일 물류센터에서도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현재 단일 물류센터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물류센터는 현대로지스틱스의 오산물류센터로 연면적은 약 6만 1,000평이다. 이는 개발되거나 이미 개발이 끝난 물류단지와 비교해도 작지 않은 규모이다. 만일 현대로지스틱스의 오산물류센터 인근에 물류단지가 개발된다고 가정했을 때 물류단지 지정에 필요한 실수요 검증 시 오산물류센터는 물류단지 지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물류시설용지가 1만 6,000평인 전주 장동 물류단지 인근의 물류단지가 계획되면 물류단지는 실수요 검증에서 감점 요인이 생기게 된다. 전주장동 물류단지의 용적률이 300%이하라고 가정하면 실제 건물의 연면적은 최대 4만 8,000평 정도이다. 즉 물류단지의 실수요 검증을 받을 때 규모가 더 큰 물류센터는 검토대상에서 제외 되지만 작은 물류단지라도 단지로 개발된 경우는 실수요 검증에서 손해를 보게 되어 있는 구조이다.

방치되고 있는 창고업 등록제, 해결 방안은 없나?

업계에서는 창고업 등록제를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제도’라고 부르고 있다. 창고업이라는 업종을 만들고 그에 맞는 지원과 정책수립의 데이터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등록제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제도가 됐다는 것이다.

우선 등록주체인 운영업체들은 등록은 하지만 그 후에 변경이나 폐업의 경우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업계는 설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등록한다고 해서 좋은 것도 없지만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좋은 것도 없다”며 관심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를 관할하는 지자체에서도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등록 주체를 운영기업이 아니라 물류센터로 변경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통합물류협회의 물류시설 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크라인의 마승철 대표는 “사실 현재 창고업 등록제의 경우 3자 물류 등록제 같은 느낌”이라며 “창고업 등록제이지만 실제로 시설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등록 주체가 운영기업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운영기업인 3PL업체들이 등록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이를 물류센터로 변경하고 시설물 별로 등급을 마련해 그에 맞는 지원과 홍보가 필요 하다는 의미이다.

물류시설은 현재 많은 변화를 겪고 있으며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류센터의 대형화나 온라인 전용 센터 등 기능과 목적에 맞춰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많은 금융 투자사들이 공격적으로 물류센터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정작 가장 핵심이 되는 물류센터는 전혀 정부의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마 대표는 “이제 국토부가 물류시설에 신경을 써야 할 타이밍”이라고 전했다. 물류단지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화로 이어지고 있는 개별 물류센터도 포함해서 정책을 수립해야 제대로 된 정책 수립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창고업 등록제가 정부와 업계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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