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엔지니어링기업으로 거듭날 것”

‘보관’은 물류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 중 하나이며,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다. 보관하는 장소를 흔히 창고, 물류센터라고 부른다. 물류센터 안에는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다양한 장비와 설비가 있는데, 한정된 공간에 많은 화물을 담아둘 수 있는 설비인 랙(Rack)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토종 랙 설비 전문기업이라고 하면 단연 코파스(Kofas)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올해로 창립 25년째를 맞이한 코파스의 설비는 물류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시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손정보 대표이사는 물류설비에만 매달린 보관설비 전문가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손 대표를 만났다.

판매기업으로 출발…수도권 진출 후 성장가도 달려
1990년 5월 한국OFA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코파스(2011년 상호 변경)는 설비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작은 사무실에 겨우 5명이 마주보고 앉아 쉴 새 없이 일하던 시기, 직접 설계한 제품을 OEM방식으로 랙과 주변기기를 생산해 납품했다. 그러나 아무리 설계능력이 좋아도 OEM방식은 품질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손 대표는 4년 뒤 구미에 터를 닦고 제조공장을 세웠다.

코파스가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건 1997년 수도권에 진출하고부터다. 물류센터는 지방에 많았지만, 발주하는 곳은 거의 대부분 서울 본사에서 이루어졌다. 신축 소식을 듣고 달려갔지만 한 발 늦기 일쑤였다.

“지방에 있던 기업이 서울로 올라와서 영업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걸 개달았다. 밑바닥부터 개척해나갈 수밖에 없어 일은 힘들었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작은 일부터 하나씩 맡았다.”

때로는 입소문이 영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품질에 대한 좋은 평가가 이어지면서 코파스를 찾는 기업이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고, 영업 영역도 지역 단위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됐다.

기술력은 코파스가 성장하는 밑바탕이 됐다. 전동식 모빌랙 컨트롤러를 국산화했고, 물품보관 적재용 전동식 모빌랙은 KT마크를 획득하며 국산 신기술로 인정받았다. 중소기업청은 코파스가 개발한 스태커형 전동식 모빌랙을 중소기업 기술혁신 개발사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M&A 통해 글로벌 기업 꿈꿨으나 아쉽게 무산
코파스가 고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손정보 대표가 전문 엔지니어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에서 기계설비를 전공하고, 졸업하자마자 당시 국내 물류설비 분야 선두주자였던 ‘유일’에서 직접 랙을 매만졌다. 설비에 대한 이해가 뛰어났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빨리 파악했다. 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그는 내 손으로 만든 설비를 보급해보겠다는 꿈을 가졌고, 지금의 코파스를 만들어냈다.

손 대표는 기술력을 중시한다. 사업 초기에는 제조에 역량을 쏟았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문제점을 고민하던 그는 근본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설계 인력을 보강하는 등 설비 기술력 강화에 나섰다. 선택은 옳았다. 코파스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하며, 업계의 대표기업으로 우뚝 섰다.

한참 잘 나가던 때에 기회가 찾아왔다. 코파스는 대기업 계열 A사와 M&A를 추진했다. 소식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양사가 힘을 모으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손 대표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부분이 많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조율을 시도했지만 결국 지난 2월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후 코파스는 한동안 루머에 시달렸다. 자금 문제가 있었다느니, 주도권 싸움이 있었다느니 하는 말들이었다.

“소문이 떠돌면서 직원들도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부 조직에 변화를 줬다. 영업조직을 개편하고, 자동화 사업팀에도 신규 인력을 보충해 기술력 향상에 공을 들였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기술직은 그대로 유지했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기술력만 있다면 금방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물류설비는 기술력이 관건이다. 기술력이 있다면 좋은 설비를 만들 수 있고, 실적으로 연결된다. 코파스의 기술력은 업계에서 알아주지 않나. 덕분에 뒤숭숭한 분위기를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었다.”

코파스의 성장동력은 ‘믿음’
5명으로 시작했던 코파스는 이제 50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중견기업으로,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억 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어느새 200억 원을 훌쩍 넘겼다. 사업규모도 커졌다. 현재 코파스는 일반적인 보관용 랙부터 모빌랙, 자동화 장비, 물류컨설팅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러나 코파스를 이끌고 있는 손정보 대표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스스로를 낮췄다.

“내가 하는 일이 경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영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아직 많은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다만 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가장 중시한다. 사람 간의 믿음은 기업 간의 믿음과 같다. 믿음이 있으면 제품을 믿을 수 있고, 기술 등 나머지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믿음은 코파스의 성장동력이다.”

‘믿음’의 단적인 사례는 바로 사후관리다. 일반적인 랙은 구조가 단순한 편이라서 지속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코파스의 제품은 일반적인 랙에서 파생된 제품이 많다보니 필수적이다. 내부 AS팀은 최소 2개월에 한 번씩 고객사를 방문해 점검하고 있으며, 고장 신고가 들어오면 AS 요원을 즉시 파견한다. 구미에 위치한 AS팀은 전국 어디든 3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있다.

특히 외국산과 경쟁하는 전동식 모빌랙 시장에서는 신속한 AS가 코파스의 큰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고객사들에게는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코파스의 설명이다.

“바쁘다고 넘기면 안 된다. 설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하게 조치를 해야 한다. 부품을 잘못 써서 문제가 생겼다면, 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분을 교체하는 것이 정답이다. 대충 일해서는 회사에 대한 믿음에 금이 갈 뿐이다. 직원들에게도 확실하게 일해 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도약 예고…프로젝트 잇달아 수주
코파스는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단순히 강도 높은 영업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설비로 고객들의 만족을 높여 기업 경쟁력은 물론 매출 성장에 가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최근 컨베이어 벨트 관련 기업을 인수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전부터 컨베이어 사업을 겸하겠다는 방침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마련되면서 결단을 내렸다. 이에 힘입어 상반기부터 컨베이어 관련 사업을 수주하는 등 실적을 늘려가고 있다.

“상반기에는 영업이 다소 주춤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평소 수준의 매출은 계속 유지해왔다. 하반기부터 다양한 사업을 위해 직원들은 물론 나도 열심히 뛰고 있다. 특히 화주기업에서 랙과 자동화 시스템을 겸한 프로젝트 문의가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어 영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좋은 소식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천지역과 영종도의 유통기업 또는 대형매장과 관련한 설비 수주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매출액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랙과 다른 시스템 연계한 설비 개발 준비할 것”
손정보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코파스의 미래 가치를 제시하면서 랙 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겠다고 말했다. 랙 전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경쟁력도 인정받고 있는 코파스의 대표의 말이라는 점에서 다소 파격적인 발언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의지는 확고했다. 일반 랙 시장 자체가 과당 경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물론 외국기업도 랙을 제조하고, 설치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경쟁이 치열하니 부가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제 코파스는 랙 설비기업이 아니라 융복합 엔지니어링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랙과 다른 시스템이 연계된 설비, 컨베이어를 활용한 자동화 설비를 생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관설비를 위한 코파스의 역할을 앞으로도 충실히 이행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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