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후 물류비 크게 상승, 제주 물류업체들 속앓이

제주도 물류가 점차 고립되어 가고 있다. 원활히 흘러가야 하는 물류의 흐름과 달리 제주도로 향하는 곳곳에서 정체현상이 생기면서 심각한 물류운영의 차질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 후 정부가 해상물량에 대한 과적 등의 규정준수를 강화하면서 카페리 내 화물차량 선박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육지와 제주도를 잇던 노선의 일부가 끊기면서 물류 운송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여기에 엄격한 선박 검사 등의 실시로 노후된 배를 매각하거나 아예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선사들이 나타나며 제주로 향하는 물량을 처리할 배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전체 물동량 중 98%가 해상을 통해 이동하는 제주도 물류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최근 발생되고 있는 물류 정체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선박량 감소에 따른 미 선적 화물차들이 목포항에서 며칠씩 대기하고 있다.

카페리선 화물적재량 약 30% 줄어
현재 문제가 발생되는 곳은 화객선(화물+여객, 카페리선)으로, 지난 5월 말 기준 제주-내륙 노선은 총 9개 항로 18척이 운행됐다.

그러나 최근 3개 항로 4척의 배가 운행이 중단된 상황이다. 현재 중단된 노선은 인천-제주 간 노선 2개를 비롯해 삼천포-제주 노선 1개, 목포-제주 1개 등으로, 내륙에서 제주로 향하던 카페리선의 화물 선박량은 몇 달 전에 비해 약 30%정도 줄어든 상태다.

특히 제주도 전체 물동량의 약 8.7%를 차지하던 제주-인천 간 노선이 없어지면서 전체 제주-내륙 간 물류 운송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처리하던 물동량이 다른 지역으로 분산되면서 타 지역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도표 1> 참고). 또한 인천을 통해 제주로 반입되던 주요 품목인 철재·목재 건설자재(83%) 등의 운송에 문제가 발생, 제주도 내 물가도 크게 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선박량 감소에 따른 미 선적 화물차 피해 속출
노선 감소와 엄격한 과적 단속 등으로 선박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미 선적되는 화물차량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제주항로가 있는 대부분의 항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선박을 위해 약 3일을 대기해야 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개별화물차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는 각 노선별로 투입된 배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선박량이 줄어들다보니 화객선 운영 업체들이 특정 업체들의 화물을 먼저 선박시키는 사례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힘없는 개별화물차주들의 짐은 뒷전으로 밀려나 최소 3일을 대기해야 겨우 선박의 기회를 얻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 화객선 운영업체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우량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운송업체의 짐을 먼저 실을 수밖에 없다”며 “개별화물차주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속적인 거래관계가 있어도 규모가 미비한 개별화물차주들의 짐은 우선순위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개별화물차주는 “목포항에서 대기한 지 벌써 3일째다. 사태가 심각하다. 태워달라고 소리치고, 애걸해도 소용없다. 그러나 누구 하나 이를 해결해줄 생각을 않는다. 힘없는 자의 비애를 처음으로 느끼고 있다. 이렇게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건가란 회의감도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선박량 감소에 따른 미 선적 화물차들이 목포항에서 며칠씩 대기하고 있다.

운송료 17%, 항만하역요금 3.2% 인상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제주發 물류정체 현상은 제주도 전체의 물류비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물류비 인상의 몫은 화주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노선 운행 중단과 선박량 감소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 화객선 운영업체들은 화물자동차의 선박 운임과 화물차기사들의 여객운임을 인상했다. 최근 운임을 인상한 화객선 운영업체들은 대부분 기존 차량운임에서 5만 원 정도를 인상했으며, 화물차기사들의 여객운임은 기존 1,500원(터미널 이용료만 부과)에 서 일반 여객운임의 50%(1,500원→15,800원)만 할인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항만하역요금 역시 기존보다 약 3.2%정도 인상됐다. 이는 자연스럽게 제주-내륙 간 화물차 운임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존 제주와 서울 편도 4.5톤 화물차량(실 적재중량 16톤)의 물류비는 약 120만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약 17% 인상된 140만원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카페리 결박장치 및 높이 제한도 4.5톤 화물차 기준 3.8m에서 3.5m 이내로 줄어 여러 측면에서 물류비는 크게 상승됐다(<도표 2> 참고).

제주도를 중심으로 물류사업을 추진하는 한 관계자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타 지역보다 물류비가 과다 지출되는 애로사항을 갖고 있었는데 이러한 고민이 배로 늘어나게 됐다”며 “물류비 증가는 제주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쳐 제주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천-제주 항로 빠르면 8월 말 개설될 듯
노선 감축 등으로 제주도 물류가 점차 고립돼 가고 있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끊긴 인천-제주 항로를 먼저 개설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최근 해양수산부는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할 선사를 모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빠르면 8월 말 6500t급 신조선박 1대와 5900t급 수입선박을 투입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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