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악화, 기사 이탈, 원가 상승으로 빚 떠안고 사업 포기

택배 현장을 떠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 고객들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택배기사부터 이들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지점장과 영업소장들도 택배를 그만두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갈수록 열악해지는 환경 탓에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게 무의미하고 힘에 부쳐 다른 직업을 알아보고자 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탈률이 가속화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택배기사들은 카파라치 때문에 툭하면 경찰조사를 받고 수백만 원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하는 일이 다반수고, 지점들은 해당 지역의 상품 분류 작업을 수행할 공간을 찾지 못해 떠돌이 신세로 전락해 사업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꿈 없어지고 빚만 느는 영업소장들 사업 포기

과거부터 택배업계에선 택배기사들의 이탈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러나 최근 택배업계는 택배기사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영업소장들의 이탈로 비상이 걸렸다. 택배운임이 갈수록 줄어 들어 수입 자체가 줄어드는데 운영비용은 점차 늘자 손익에 큰 차질이 발생한 영업소장들을 중심으로 사업 자체를 포기하려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최근 사업을 포기하기 위해 사업권을 내놓고 있는 영업소장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인근 지역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만들어놓은 거래선들이 아까워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들이 한계를 느껴 사업 포기란 최악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는 한 택배영업소장은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택배이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는데 갈수록 열악해지는 환경 탓에 그 어떤 꿈도 꿀 수 없게 됐다”며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하다간 오히려 빚쟁이가 될 것 같아 그만두려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가장 큰 원인은 택배기사들의 인력난이다. 영업소장들은 툭하면 그만두는 기사들로 인해 하루하루가 전쟁터와 같다고 말한다. 기사들의 이탈은 영업소장들에게 직격탄으로 돌아온다.
타 지역에서 도착한 상품들을 배송하지 못할 경우 그에 따른 손해배상을 영업소장들이 책임져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영업소장들은 본인이 직접 배송을 하거나 급하게 콜벤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콜벤을 이용하면 택배기사로 배송할 때보다 훨씬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택배기사들의 이탈은 또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통 중소기업 사무실이나 개인들의 경우 회사가 아닌 택배기사를 보고 택배를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기사가 전화를 받지 않거나 이직했을 때는 바로 다른 택배기사에게 택배를 발송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 수수료가 높은 집하물량이 줄어 영업소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운영 원가의 상승으로, 소형 분류장의 임대료 상승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서울 지역에서 택배영업소 등을 운영하는 이들의 고충이 크다.
소형 터미널 분류장으로 사용하던 주차장 업자들은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아우성이고, 서울 인근 지자체에선 소음과 위험 등을 이유로 택배업체들을 쫓아내는 일이 발생,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 서울 인근 주차장 부지를 임대해 분류작업을 해왔던 택배업체들이 대거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민원과 환경 등을 고려한 한 지자체가 불법을 운운하며 택배업체들의 작업 공간이었던 곳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에 대기업택배업체를 포함해 약 4개 택배업체 영업소장들은 한 불법 사유지에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고 이용 중이다. 그것도 6개월 치 임대료를 일시불로 지급했으며, 세금계산서 등
도 발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렇듯 최근 서울에서 택배영업소를 운영하는 이들은 임대료상승으로 인해 머리가 아픈 상태다. 서울에선 수백 평에 이르는 터미널 부지를 쉽게 찾기도 힘들 뿐 아니라 찾아도 임대료를 자꾸 올려달라는 요구로 인해 자꾸 외곽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태다. 그런데 서울 인근에서도 쫓겨나다보니 더 이상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다리 밑에서 작업하는 등 불법을 일삼고 있다.
서울에서 작업을 못하니 운송 원가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타지에서 분류작업을 실시해 서울로 들어와 배송하게 됨으로 인해 시간적인 손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는 다시 기사들의 이탈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본사로의 미지급금이 점차 쌓여가는 것을 들 수 있다. 매출은 주는 반면 지출은 과도하게 늘어나는 구조가 지속되다보니 손익은 점차 나빠지고, 본사에 지불해야할 미지
급금만 계속 쌓여가고 있다. 어떤 영업소들은 수억 원에 이르기도 하다.
지출이 늘어나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자신들의 상황을 이해해줄 것 같은 본사의 돈을 가장 늦게 지불한다는 게 쌓이고 쌓여 결국 수억 원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한 택배영업소장은 “택배가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는 말에 퇴직금과 모아두었던 돈을 투자해 뛰어들었지만 남은 거라곤 빚 밖에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택배영업소장은 “택배영업소를 운영하며 가족들과 제대로 된 시간을 한 번도 보낸 적이 없다. 일손이 모자라 아내까지 나와 일하는데 고객들에게 받는 클레임 전화에 스트레스받는 모습을 보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잠도 못자며 일하는데 적자만 나니 힘이 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직영 전환하는 본사…갈수록 손해만 입어

영업소장들의 이탈 가속화에 본사들 역시 좌불안석이다. 이미 구멍이 생겨버린 네트워크도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본사도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택배영업소의 이탈로 붕괴된 특정 지역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급하게 직영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말이 직영일 뿐 배송은 콜벤 등을 이용하고 이를 관리할 직원만 투입시키는 형태에 불과하다.
최근 한 택배사는 이렇게 붕괴돼 직영으로 전환한 영업소만 전국 40개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본사는 큰 손해를 입고 있다. 비싼 콜벤 운영으로 비용은 계속 늘어나고, 집하는 완전히 붕괴돼 전체 물동량이 반 토막 나기 일보 직전까지 간 것이다. 영업을 할 사람이 없으니 물동량이 줄 수밖에 없고, 배송이 원활하지 않으니 고객들의 이탈까지 증가하고 있다.
집배송이 어렵기로 소문난 서울 동작구의 경우에는 택배업체들끼리 공동배송체계를 만들기도 했다. 서로 적자가 나는 구조를 최소화해보자는 택배 본사들끼리 뭉쳐 사업을 진행한 것
이다. 그러나 이 역시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다.

주 5일제라도 도입해서 환경 좋게 만들어야

일부 택배전문가들은 현재 야기되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들이 택배기사들의 처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루 13시간 이상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고객들로부터 갖은 수모를 겪기 일쑤고, 그렇게 버는 돈은 대기업 초년생 월급보다 훨씬 적으니 누구 하나 택배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가족과 소통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택배기사들은 긴 시간을 외롭게 지내고 있다고 지적하며, 그들의 근무환경을 개선시키는 데에 우선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택배업계에서는 택배기사들의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주 5일 근무제의 도입은 비용 절감 등의 차원에서 추진하려는 게 아니다.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고자 하는 게 가장 큰 이유다. 1
박 2일로 떠나는 여행 한 번 갈 수 없는 그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제공해 생활의 활력소를 불어 넣어줌으로서 이탈을 막고, 택배업에 종사하길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작은 변화일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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