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한통운, 로젠택배부터 현대로지스틱스, 동부익스프레스까지

경영 위기에 처한 그룹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물류 자회사를 매각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룹 내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핵심 카드로 물류자회사들의 매각을 추진하는 그룹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곳으로 동부그룹과 현대그룹 등을 들 수 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두 그룹은 보유 자산 매각에 이어 주요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고 준비 중이다.

매각 추진 중인 동부익스프레스와 현대로지스틱스, 결론은?
동부그룹은 사모펀드인 KTB 프라이빗에쿼티에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을 추진 중이다. 현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매각 규모는 약 3,000억 원 수준.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동부익스프레스를 포함해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발전당진 지분 등을 매각해 약 3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이런 자구계획안 중 하나로, 업계에서는 동부익스프레스가 첫 번째 자구계획의 희생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부익스프레스의 우선인수대상자인 KTB 프라이빗에쿼티는 교원공제회, 서울보증보험 등의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성공했으며, 4월 중에 매각을 완료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그룹 역시 물류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초 현대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지만 최근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방향도 함께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자금 조달이 보다 유리한 방안으로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의 지분 매각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후 롯데그룹, GS그룹, 베이링PEA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0년 기점으로 물류자회사 매각 성격 변해
물류자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그룹들의 목적이 2010년을 기점으로 크게 변했다.
2010년 전만 해도 그룹들이 물류회사를 매각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매각한 물류기업들의 규모도 달랐다. 2010년 이전 물류자회사를 매각한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신세계그룹 등을 꼽을 수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6년 택배전문 자회사였던 HTH를 CJ GLS에 매각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08년 그룹 계열 택배회사였던 신세계드림익스프레스를 한진에 매각했다. 2010년 이전에 진행된 그룹 내 물류자회사 매각의 대표 사례인 두 건 모두 그룹의 경영 상태와는 전혀 상관없이 진행됐다.
그러나 2010년 후 진행된 그룹 내 물류자회사 매각 추진 건들은 모두 그룹의 위기 상황에서 비롯됐다. 유진그룹의 로젠택배, 금호그룹의 CJ대한통운에 이어 최근 동부그룹의 동부익스프레스, 현대그룹의 현대로지스틱스까지 모두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팔려가는 모양새다.
지난 2010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구계획을 추진 중이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을 매각하기로 전격 결정하고, 2011년 CJ그룹에 매각했다.
유진그룹 역시 그룹 차원의 재무구주 개선을 위해 로젠택배의 매각을 추진, 미래에셋-나이스 사모투자전문회사에 800억원에 넘겼다.

매력 높은 물류기업 앞세우면 인수참여자 늘어
지난해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 자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그룹의 전략에 금융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현대증권의 저조한 실적과 경영불안 등으로 인수대상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최근 KDB산업은행이 현대증권의 공식 매각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이런 와중 현대그룹은 절대 내놓지 않을 것만 같았던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현대증권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졌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음은 물론 순환출자 구조가 해결되면 흑자로 전환될 수 있는 기업이 바로 현대로지스틱스이기 때문이다.
매물로 나오는 기업의 차이는 있겠지만 최근 M&A시장에 물류기업들 매물로 나왔을 때를 살펴보면 인수희망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업계의 예상을 깨고 높은 가격을 받은 곳들도 있다.
이에 대해 금융관계자들은 “물류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물류산업은 향후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산업이다. 투자자들 역시 이런 점에 많은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물류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들 역시 일정부분 지분을 남겨놓고 매각을 추진하거나 일정기간이 지나 재매각을 추진하게 될 시 우선협상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불가피하게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지만 기업의 성장성을 고려했을 때 매각하기 아까운 매물인 만큼 일정부분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자 하는 기업이 많은 것이다.
유진그룹이 미래에셋-나이스 사모투자에 로젠택배를 매각했을 때에 이런 식으로 진행했다. 로젠택배 지분을 일부 갖고있던 유진그룹은 미래에셋-나이스 사모투자가 로젠택배를 베어링 프라이빗에쿼티 아시아에 매각하면서 상당히 많은 이익을 취하기도 했다.

물류업계에도 사모펀트 투자 급증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사모펀드(사모투자전문회사·PEF) 투자액은 사상 최대 기록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지난해 사모펀드가 집행한 투자금액은 약 9조 3,000억 원으로, 2004년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4년 첫 시행 후 2007년까지 5조원에 불과했던 투자규모가 2012년 6조원으로 급증했으며, 2013년 9조원까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2012년 자금 모집을 완료한 대형 블라인드 사모펀드들이 지난해 국내 대형 M&A 거래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회사도 139개로, 금융업, 운송업,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류기업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모펀드로는 로젠택배를 인수한 미래에셋-나이스 사모투자와 베어링 프라이빗 에쿼티 아시아를 꼽을 수 있다.
최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동부그룹 역시 사모펀드인 KTB 프라이빗에쿼티에 동부익스프레스의 지분을 넘길 예정이다.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인 현대그룹 역시 높은 인수가를 제시할 가능성이 큰 사모펀드로 매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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