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의 덕목은 통찰력”

여느 산업분야와 마찬가지로 물류산업에서도 컨설팅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물류산업에 컨설팅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되기 시작했는데, 다른 산업에 비하면 많이 늦은 셈이다. 로지스메이트(대표 최훈영)의 박인규 대표 컨설턴트는 국내 물류 컨설턴트 1세대이자, 물류업계의 대표적인 컨설팅 전문가로 손꼽힌다. 오랫동안 컨설턴트로 활약해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희성산업에서 물류와 인연 맺어
공대생(산업공학 전공) 출신의 박인규 컨설턴트가 처음부터 물류 컨설턴트를 꿈꾼 것은 아니었다. 학교를 졸업한 그는 희성산업(GS리테일의 전신)의 신입 직원으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유통사업으로 발령을 받은 신입 직원은 1년 동안 수퍼마켓에서 현장 연수를 받은 뒤 물류부서에 배치됐다. 부서는 럭키수퍼 체인 등에 물건을 납품하는 일 등을 담당했는데, 뚝섬에 창고를 두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재고와 출고 관리, 차량 계약과 창고 레이아웃 관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물류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물류센터 오픈에도 참여했다.

“1990년 경희대에 1호 편의점을 냈다. 편의점이 얼마 없던 때였는데, 한 달에 10개 점포를 열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크게 늘어난 물류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차질이 생겼다.”

회사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 물류센터를 짓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닿은 첫 물류센터는 지금의 GS용인물류센터다. 이후 박 컨설턴트는 물류센터를 새로 짓고 오픈하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다 인천물류센터를 끝으로 퇴사했다.

“그때 직장도 좋았지만, 이왕이면 좀 더 전문적인 컨설턴트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한국능률협회로 자리를 옮겨 전문 컨설턴트 생활을 시작했다.”

물류 컨설팅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그나마도 도요타 등 대기업 출신 일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일본인의 통역을 담당하던 이들이 컨설팅에 뛰어들면서부터 국내 컨설턴트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 나는 첫 직장이 물류 운영이나 재고관리였기 때문에 프로세스에 익숙했고, 컨설팅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컨설팅은 협력사와 가치 창출 돕는 것
전문 컨설턴트 생활을 시작했지만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땐 정말 힘들었다. 나름 자신은 있었지만 경영진의 눈에는 새파랗게 젊은 30대 청년에 불과했다. 가볍게 보이기 싫어 미팅 2~3일전부터 밤을 새워가며, 멘트 하나까지 철저하게 준비했다.”

시간이 자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영역도 넓어지기 시작했다. 그때 맡았던 일 중 하나가 대기업의 김치사업 컨설팅이었다. 시잠점유율은 1위였지만, 이익률은 형편없었다. 문제는 두부였다.

“물류 인프라가 없는 상태에서 회사가 두부사업을 시작했다. 김치는 금방 상하지 않지만, 두부는 일일 배송이 생명이다. 두 상품의 배송 사이클이 달랐지만 같이 배송시켰고, 재고 문제는 물론 불필요한 물류비가 발생하면서 이익이 감소됐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평소 잘 알고 있던 물류단지를 떠올렸다. 래퍼런스의 부족으로 3PL사업을 좀처럼 시도하지 못하고 단순 임대만 하고 있던 곳이었다. 그곳을 물류허브로 쓰기로 결정하고, 아웃소싱을 제의했다. 마침 근처에 공장도 있어서 물류 효율성도 우수하다고 판단했다. 서비스를 시작하자 물류비
가 크게 줄었다.

“평소 3PL 운영은 무조건 가격을 깎을 것이 아니라 협력사에게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직접 실현해보니 그것이 옳았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협력사와 함께 가치(merit)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컨설턴트의 역할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혁신 포인트를 수치로 제시해야”
박인규 컨설턴트는 컨설턴트의 덕목으로 ‘통찰력’을 꼽는다.

“컨설팅 결과를 발표할 때 회사 내부에서 지적됐던 문제점을 컨설턴트가 똑같이 이야기한다고 생각해보라. 그건 좋은 컨설팅이 아니다. 같은 현상이라도 남다른 시각으로 분석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물류산업은 같은 업종이라도 해결책은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핵심을 파악해야 한다.”

물류허브를 구축해야 한다,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두고 컨설팅을 쉬운 일로 치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이를 도출하는 과정은 굉장히 어렵다. 처음 컨설팅을 시작할 땐 문제점(그마저도 추상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만 있고, 단서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영진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혁신의 포인트를 정확하게 짚은 뒤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 투자가 필요한데 자금이 여유롭지 못하다면 아웃소싱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컨설턴트의 몫이다.”

박인규 컨설턴트는 ‘유능한 컨설턴트는 30대는 체력으로, 40대는 커리어로, 50대는 영향력으로 컨설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직접 체득한 지론이다.

“컨설팅을 하려면 밤새 고민과 고통을 견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적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커리어, 즉 지력(知力)이 쌓인다. 이때부터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찾을 수 있게 된다. 지력이 통찰력으로 완성되는 시기가 되면 영향력이 생긴다. 영향력은 네트워크의 형성을 말한다. 자신이 가진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적절한 투자나 아웃소싱, 협력사를 선정해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 미래 계획은 물류 연구와 지식 나눔”
박인규 컨설턴트는 현재 로지스메이트의 대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물류전문 컨설팅 기업을 표방하는 로지스메이트는 사업영역을 WMS 등 IT 솔루션 부문과 컨설팅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하고 있다.

동원산업, 유한킴벌리, 두산, CJ Lion, 한국관광용품센터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기업들의 컨설팅을 맡았고, 지금도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는 박 컨설턴트는 가까운 미래에 물류를 연구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제조업과 유통업의 물류센터가 중복되어 건설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동안 쌓았던 지식을 다른 이에게 나누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물류산업은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현장에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 후 1~2년이 지나서야 적응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장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알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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